‘조중동 방송’ PD저널리즘 공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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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종편의 ‘PD저널리즘’ 공세를 바라보며

얼마 전 종합편성 채널의 보도 공정성을 논의하는 토론회에서  느닷없이 ‘PD저널리즘’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날 토론회는 보수적 성향의 공발연 주최로 조·중·동 종편채널 관계자들이 대거 토론자로 참석했다. 종편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매체들의 공정성 시비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PD저널리즘의 공정성을 문제 삼는 모양새로 토론회는 진행됐다.

이날 김차수 <동아일보> 방송설립추진단 보도본부장은 지상파 방송보도와의 차별화 방안을 설명하며 “기존 지상파에서 논란을 야기했던 ‘PD저널리즘’에서 나타난 문제점들과 기존 보도물에서 보여진 심층성 부족 등을 극복하기 위해 현업 기자들이 취재한 팩트를 기반으로 한 객관적 보도물을 만들 계획”이라 밝혔다. 김 본부장은 “‘PD저널리즘’이 문제가 되었던 이유는 편파성 사례들이 게이트키핑 과정 없이 나왔기 때문”이라며 “‘채널 A’는 게이트키핑 과정을 거치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질 것”이라 덧붙이기도 했다.

강효상 <조선일보> CSTV 보도본부장은 뉴스품질 향상을 위한 방안과 관련해 팩트체커체(Fact Checker) 도입을 예고하며 “이 제도를 도입하면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처럼 왜곡된 사실에 기초한 편파방송을 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규연 <중앙일보> jTBC 보도국장은 토론회 말미에 “‘PD저널리즘’이란 말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PD출신들이 저널리즘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밝힌 ‘PD저널리즘’에 대한 견제와 비판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주장의 근거가 타당한지는 되물어야 한다.

우선 ‘게이트키핑’ 과정이 없어 프로그램이 편파적으로 흐른다는 지적. ‘게이트키핑’의 사전적 의미는 ‘뉴스 결정권자가 뉴스를 취사선택하는 일’이다. 그래서 데스크의 게이트키핑은 데스크의 취사선택이란 말과 같다. 여기서 ‘취사선택’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개념이다. 그렇다면 데스크가 편파적이지 않다는 근거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아무데도 없다. 즉 게이트키핑 과정으로도 프로그램이 편파적으로 흐를 수도 있다. 지난번 MBC <PD수첩> ‘4대강’편과 KBS <추적 60분> ‘천안함’편 불방 등은 방송사가 편파성을 보인 ‘게이트키핑’의 한 예다.

무엇보다 게이트키핑을 강조하다보면 도리어 역효과를 맞게 된다. ‘제작자율성’ 침해다. 제작자율성이 우선돼야 성역을 넘나드는 아이템 선정과 객관적 취재가 가능하며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다. 제작자율성은 진실보도를 위한 밑거름이다.

다음은 ‘팩트체커제’다. 조선일보 관계자는 팩트체커제 도입 이유 중 하나로 <PD수첩>을 언급했다. 그러나<PD수첩>에도 자체의 검증 시스템이 있다. 최승호 <PD수첩> PD는 2008~2009년 1년 동안 미국 IRE(탐사보도 협회)에서 탐사 저널리즘에 대한 연수를 받은 뒤 귀국해 <PD수첩>에 전문 조사원을 배치, CAR(Computer Assisted report) 기법을 적극 활용했다. 이를 이용한 지방선거 결과분석, 참여정부와 이명박정부의 ‘낙하산 인사’ 실태분석은 방송가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런 <PD수첩>의 노력과 성공사례를 무시하고 ‘왜곡 프로그램’ 운운해서는 안된다.  

마지막 ‘PD저널리즘’ 용어에 대한 이의제기. ‘PD저널리즘’은 1990년대 KBS <추적 60분>, MBC <PD수첩>,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시사교양프로그램의 성공으로 말미암아 PD들 사이에서 탄생한 용어다. ‘PD저널리즘’은 출입처 위주의 취재시스템의 대안적 개념으로 사용된 바 있다. 최근에는 ‘탐사보도’와의 유사점이 강조되며 ‘PD저널리즘’이란 용어를 지양하자는 논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용어에 대한 논쟁보다는 ‘PD저널리즘’이 갖고 있는 긍정적 측면에 집중하는 것이다.

예컨대 PD들의 프로그램 제작은 주 단위, 혹은 월 단위의 팀 중심 취재방식으로 정확성과 심층성을 높이는데 유리하다. 또 기자들과 달리 출입처 관행에서 자유로워 상대적으로 편향되지 않고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으며, 긴 호흡의 프로그램을 통해 명확한 저널리즘을 구현하기에도 좋다. 이명박 정부 들어 비판저널리즘이 ‘질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종편 채널이 ‘언론’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다면 오히려 PD저널리즘의 장점을 배우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게 ‘후발주자’의 순서인 것 같다.

또 조·중·동이 예전부터 끊임없이 보도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던 점을 떠올려보면, 신규 종편채널들 또한 PD저널리즘에 대한 비판 이전에 스스로의 공정성 여부를 깊이 생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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