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로벌] 프랑스= 표광민 통신원

‘아랍의 봄’이라 불리우는 이슬람 지역의 민주화 운동은 리비아에서 주춤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우디 아라비아, 모로코 등 정치적으로 안정되었던 나라들로도 시위가 확산되는 등 아랍의 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래 지속된 아랍지역 독재정치의 근본적인 원인은 유럽 국가들의 식민통치에 있다. 유럽 국가들이 1950~1960년대까지 이들 나라들을 식민지로 묶어두면서, 정치발전이 더딜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최근까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이 지역의 독재자들을 국제적으로 공인하고 지원해 왔다. 지중해 맞은편 유럽의 입장에서는, 독재정부라 해도 테러와 이민자 문제를 해결해 준다면 유익한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인권 감시단(Human Rights Watch) 대표 장-마리 파르도(Jean-Marie Fardeau)가 “프랑스는 튀니지 시민들을 도울 도덕적, 정치적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이다.

프랑스와 독재자들의 밀월관계가 드러난 것은 미셸 알리오-마리 전 프랑스 외무장관을 통해서였다. 그녀는 튀니지 반정부 시위가 절정에 달한 지난 1월 11일 “우리의 치안 유지 노하우가 (튀니지의) 치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발언했다. 2월 초에는 알리오-마리 장관이 당시 실제로 튀니지 경찰에 대한 시위진압용 최루탄 매각을 승인했음이 밝혀졌다.

또한 그녀가 작년 말, 한창 시위 중이던 튀니지에서 휴가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게다가 이 휴가는 벤 알리의 측근이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알리오-마리 장관과 튀니지 정권과의 유착 의혹이 증폭되었다. 그녀는 모든 의혹을 부인했으나 결국 높아지는 비난 여론에 사임하게 되었다.

한편 국제적으로 점점 고립되어 가고 있는 리비아의 카다피는 유럽의 치부를 들이대며 자신을 도와줄 것을 요구했다. 카다피 대령은 지난 3월 5일 프랑스의 <일요신문>(Journal du Dimanche)과 가진 인터뷰에서 유럽, 특히 프랑스에 대해 “왜 유럽은 테러리스트들과 싸우는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가?”라며 “프랑스가 조사위원회를 꾸려서, 벵가지를 장악한 외부 세력들을 처벌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 프랑스=표광민 통신원/ 프랑스 고등교육원(EPHE) 제 5분과 정치철학 박사과정
이어 만약 유럽이 리비아를 내버려 둘 경우, 즉 카다피 자신을 돕지 않을 경우, “수천 명의 이민자들이 리비아에서 유럽으로 들어갈 것이며 누구도 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유럽은 지중해 맞은편에 빈 라덴을 앉혀 놓게 될 것이며 이들은 지중해의 미 해군 6함대를 공격하고, 해적질을 일삼을 것이다”라고 위협했다. 이 인터뷰는 유럽 국가들이 고민하는 이슬람 이민자 문제와 테러 문제를 해결할 테니 자신을 도와달라는 카다피의 추파였던 셈이다.

 

하지만 프랑스의 여론은 더 이상 독재자를 도울 생각이 없는 듯하다. 지난 9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63%의 프랑스인들은 아랍 민주화 운동을 발전적인 일로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물론 민주화 운동 이후에 발생할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걱정하는 것도 사실이다. 응답자의 30%는 아랍 세계의 불안정으로 프랑스로 오는 이민자가 급증할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