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를 비판 혹은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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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를 비판 혹은 지지한다
“최고 가수들의 서바이벌 불편” VS “대중음악의 저변 확대에 긍정적”
  • 김고은 기자
  • 승인 2011.03.1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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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우리들의 일밤'의 새 코너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의 출연진. ⓒMBC

MBC 〈우리들의 일밤〉의 새 코너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가 세간의 화제다. 국내 최고 가수들의 서바이벌 노래 대결을 표방한 이 프로그램은 시작 전부터 논란이 되더니 방영 2회 만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순위 조작설에 이어 음모론까지 제기되며 프로그램을 둘러싼 잡음도 가시지 않고 있다. 어찌 됐든, ‘나는 가수다’는 지금 가장 뜨거운 프로그램인 것이다.

■감동 VS. 무례=김범수, 박정현, 이소라 등 내로라하는 가수 7인이 2주에 한 번씩 주어진 미션에 따라 노래를 부르고, 500명의 청중평가단의 평가에 따라 최하위 점수를 받은 1인은 탈락한다. 탈락한 1인의 자리는 새로운 가수로 대체된다.

‘나는 가수다’의 기획과 연출을 맡은 김영희 PD는 “요즘 가요 프로그램이 아이돌이나 댄스 음악 중심으로 편향돼 있어 황금 시간대에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기존의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들이 심야 시간대로 밀려나거나 줄줄이 폐지되는 상황에서 ‘황금 시간대’에 ‘음악’으로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내세운 게 ‘서바이벌’이란 설명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찬반양론이 엇갈린다. ‘좋은 노래’를 들려준다는 데에는 많은 이들이 지지를 보내지만, 순위를 매겨 탈락자를 가리는 방식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나타낸다. 도합 105년차, 평균 15년차 프로 가수들의 노래를 서열화 하는 것은 무례하다는 지적이다. 가수 조영남도 지난 3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수들 노래에 점수를 매겨서 떨어뜨리는 것은 덜 돼 먹은 생각”이라며 “예술에 대한 모독”이라고 맹비난했다.

▲ MBC '우리들의 일밤'의 새 코너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의 출연진. ⓒMBC
하지만 ‘비판적 지지’ 목소리도 만만찮다. 작곡가 겸 프로듀서 김형석은 첫 방송이 나간 지난 6일 자신의 트위터에 “좋은 가수와 음악을 이렇게 배틀로 진열대에 올려 관심 받게 하는 현실이 좀 서글프긴 하지만, 그래도 저변확대 측면에서는 그 의도가 꼭 나쁘지만은 않다”고 지지했다.

‘나는 가수다’에 참여하고 있는 한 자문위원도 “크게 보면 대중문화의 다양성에 있어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고 너무 의미만 살리다보면 결국 실패할 수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서바이벌이란 형식에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지만 (시청률 면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창력이 최고 미덕?=가수를 평가하는 관점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나는 가수다’는 기본적으로 ‘노래 잘 하는 가수’가 ‘최고의 가수’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김영희 PD는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들이 좋은 노래를 들려주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창력만으로 가수나 뮤지션을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박준흠 대중음악평론가는 “한국에선 특히 가수를 얘기할 때 가창력만을 얘기하는 나쁜 습성이 있는데,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이를 결정적인 것인양 확인시켜주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신중현, 김창완, 김광진 등 당대를 대표하는 뮤지션들을 보듯 훌륭한 뮤지션이 다 가창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라며 “노래를 듣고 느낀 감동에 순위를 매길 수는 있지만, 서바이벌이란 형식을 도입하면서 선정 기준을 가창력 하나만으로 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음악과 예능의 딜레마=음악 프로그램이면서 동시에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숙명 또한 ‘나는 가수다’의 딜레마다. MC를 겸하고 있는 이소라는 방송을 앞두고 “제작진이 음향으로도, 무대로도 남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첫 회가 나간 뒤, 노래 중간에 삽입되는 인터뷰와 ‘매니저’를 자칭한 개그맨들의 산만함 등에 관한 질타가 쏟아졌다. 노래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편집 탓에 “다양하고 좋은 음악을 들려주겠다”는 기획의도가 무색해진 것이다. 2회 방송에선 다소 나아졌다고 하나, “노래에 집중하게 해달라”는 시청자 불만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노래가 전하는 감동과 예능적 재미를 위한 균형 감각이 절실한 이유다.

오는 20일이면 첫 번째 탈락자가 가려진다. 벌써부터 인터넷상에선 탈락하는 가수를 두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다. 청중평가단의 ‘공정한’ 평가를 거쳤다고는 하나, 실제 탈락자가 발생하면 논란은 불가피하다. 중요한 건 제작진이 공언했듯 “순위 자체가 아닌 노래가 주는 즐거움”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시청자 이종학 씨는 “비록 서바이벌이긴 하지만 ‘순위’가 주인공이 아니라 ‘노래’가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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