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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방송통신위원회는 ‘2011년도 본인 확인제(실명제) 적용대상 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선정을 앞두고 많은 이들은 최근 확산되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글쓰기에서도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우려했다.

현행 <정보통신망법> 시행령에서는 하루 방문자 10만 명이 넘는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쓰려면 실명확인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그 대상을 매년 발표한다. 그런데 발표에서 SNS 글쓰기인 소셜 댓글은 실명제 대상이 아닌 것으로 발표되었다. 이에 따라 2005년 잘 알려진 ‘개똥녀 사건“과 같은 악플과 개인 신상공개 문제로 인한 피해를 막고자 2006년 5월 입법화된 실명제가 사실상 유명무실 해졌다는 평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방통위 고심 드러나

이 결정은 현 인터넷 실명제라는 규제정책이 가지는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인터넷 실명제는 글로벌 네트워크인 인터넷 특성을 간과하고, 국내 규제에만 치중한 정책실패의 한 사례라고 할 만하다. 인터넷 실명제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제로 그 동안 시민사회와 언론계뿐만 아니라 <국경 없는 기자회> 등 국제 언론단체에서도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지탄받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의 효과와 실효성에 대해서는 몇 차례 논란이 되어왔다. 우선, 2004년 선거법 개정 때부터 실시된 정치적 의사표현 재한에 따른 실명제 논란은 각종선거 때마다 비판받는 단골메뉴라 지겨울 정도다. 오래전부터 시민사회와 언론계, 정치권으로부터 폐지요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실명제 무력화와 관련된 가장 큰 파장은 2009년 4월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YouTube.com) 서비스 제한결정이었다. 당시 구글은 유튜브가 실명제 대상으로 지정되자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한국 이용자의 사용을 제한했다. 물론 외국을 경유하면 얼마든지 한국어 서비스가 이용 가능하다.

이는 즉각적으로 국내 사업자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으로 이어졌고 실명제를 우회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었다. 대표적인 곳이 블로터닷넷이다 블로터닷넷은 2010년 4월 실명제 대상사로 선정되자 게시판을 폐쇄했다. 그리고 몇 달 뒤 익명의 소셜 댓글 서비스를 실시했다. 사실 소셜 댓글은 인터넷 악플의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 소셜 네트워크란 특성으로 신분이 공개되면서 자율적 정화와 평판, 상호감시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다.

예컨대, SNS에서 욕설과 허위 글을 자주 게시한다면 그 사람은 지인과 친구들을 다 잃을 수도 있다. 실명제 보다 더 무서운 평판심사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사용자들은 오프라인과 같이 조심스럽고 신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SNS에 욕설이 별로 발견되지 않고 허위 글이 걸러지는 이유다. 여기에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은 해외진출의 장벽이고 외국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때문에 방통위의 이번 결정은 시민사회와 언론계, 국내외 사업자들의 반발과 정책유지 사이에서 도출된 고심(?)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전향적 판결 기대

인터넷 실명제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헌법재판소에 인터넷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작년 7월에 공개변론이 진행되었고 조만간 결정이 예정되어 있다. 이미 헌법재판소는 미네르바 사건으로 <전기통신기본법> 상의 인터넷 허위내용의 글 게시 처벌조항을 위헌결정 한 바 있다.

▲ 송경재 경희대학교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수

이제 실명제 논란은 종지부를 고할 때가 되었다. 규제실효성도 없고, 국내 사업자 역규제에 표현의 자유 침해로 인한 인권후진국이란 오명을 벗어나야 할 때이다. 조만간 있을 헌재의 판결에서 전향적 판단을 기대한다. 그리고 방통위도 더 이상 고루한 규제에 얽매이지 말고 선제적으로 과감히 인터넷 실명제를 폐지하기 위한 입법절차를 밟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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