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의 유혹’ 에 대한 ‘중국식’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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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경=신혜선 통신원

요즘 중국 TV에선 SBS의 인기 드라마였던 <아내의 유혹>의 리메이크작 <귀가의 유혹>이 화제다.

한국 연기자 추자현이 주연한 탓인지, 얼핏보면 ‘한국 드라마인가?’ 싶을 정도이다. 이 드라마는 기존의 무조건 베끼기 드라마와는 달리, 한국으로부터 정식으로 판권을 사들여 제작한 것이기에 ‘모방 드라마’로 불리기에는 다소 억울함이 있다.

<귀가의 유혹>은 한국에서의 <아내의 유혹>이 그랬듯이 ‘높은 시청률’과 ‘신랄한 비판’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고 있다.

지난 2월21일부터 후남위성채널에서 방송되고 있는 <귀가의 유혹(歸嫁的誘惑)>은 3월17일 현재,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전국 시청률 1위를 기록, 6년 전에 방영돼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대장금>을 넘어서고 있다. 3월17일에는 무려 19.84%의 시청률을 올렸는데 중국 전역 257개에 달하는 방송국에서 2600여 프로그램을 만들고 방영하는 것에 비추어 그만한 시청률을 올리는 건 매우 놀라운 일이다.

▲ 중국 후남위성채널에서 방송되고 있는 <아내의 유혹>의 리메이크작인 <귀가의 유혹>
그럼에도 소위 ‘막장 드라마’에 쏟아지는 비판은 한국이나 중국이나 다를 바 없다. 전처가 성형수술을 통해(실은 크게 달라지지도 않은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나 전 남편을 유혹한다는 무리한 줄거리에 빤한 설정에 대해선 양국 시청자가 익히 공감하는 바이다. 또 ‘보면서 욕하는’ 식의 시청태도 또한 어찌나 똑같은지, 현재 <귀가의 유혹>은 과거 <아내의 유혹>만큼이나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귀가의 유혹>은 여기에 한 가지 더해져 중국 드라마의 모방성, ‘베끼기 드라마의 정수’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중국의 여성 팬은 매일 저녁 10시에 TV앞에 앉아 <귀가의 유혹> 본방을 사수한다. 본방이 끝나면 그는 곧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 중국판 70부 드라마와 한국판 129부 드라마를 비교한다. 그러면서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베꼈는지를 찾아내 같은 동호회 회원들과 ‘난도질’을 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일명 ‘비교시청법(對比看法)’이라는 새로운 이름 하에 말이다.

<귀가의 유혹>의 유혹 제작진은 한국으로부터 판권은 사왔으나 전혀 새로운 중국식 드라마라고 강변한다. 예를 들면 ‘유혹’이 아닌 ‘귀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식이다.

▲ 북경= 신혜선 북경연합대학 관광문화학부 교수
그럼에도 일반 시청자들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리메이크는 완전히 똑같은 게 아니라 원형을 기반으로 새롭게 재해석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귀가의 유혹>은 심지어 성형수술 후 얼굴의 점의 위치, 헤어 스타일, 이름, 주제곡까지 100% 똑같다는 걸 지적한다. 어느 하나 중국의 제작진에 의해 ‘재창조’된 게 없이 그저 베끼기에만 충실했다는 데 실망스러워한다.

중국 드라마제작사는 이전에 <가을동화> 판권을 사들여 리메이크한 바 있고 <풀하우스>, <호텔리어> 등의 판권 계약도 이미 끝난 상태여서 곧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심지어 ‘비교시청법’ 운운하며 모방 드라마에 민감한 중국 시청자들의 비난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여간 고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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