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家 ‘피보다 진한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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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家 ‘피보다 진한 권력’
MBC ‘로열패밀리’와 SBS ‘마이더스’ 속 재벌 이야기
  • 방연주 수습기자
  • 승인 2011.03.2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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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마이더스>, MBC<로열 패밀리> ⓒSBS, MBC

영국 속담 가운데 ‘실버스푼(은수저)을 입에 물고 태어났다’라는 말이 있다. ‘실버스푼’은 상속받은 부를 가리킨다. 입에 문 은수저마저 온갖 권력 다툼이 벌어지는 ‘재벌’에 관한 두 편의 드라마가 안방극장을 차지하고 있다. 바로 MBC<로열 패밀리>와 SBS<마이더스>다.

<로열 패밀리>는 가난한 집안 출신이라는 이유로 시댁인 정가원(JK그룹)일가로부터 멸시를 당하던 둘째 며느리(염정아 분)가 남편 사후에 재벌 총수가 되는 내용이다. SBS<마이더스>는 재벌가 후처의 딸인 유인혜(김희애 분)가 본처의 아들(윤제문 분)을 밀어내고 그룹을 맡아가는 형제간의 치열한 암투를 다룬다.

▲ SBS <마이더스>, MBC<로열 패밀리> ⓒSBS, MBC

‘돈’과 ‘사람’의 이야기= 현실 속 재벌은 뉴스에서나 접하는 특권층이지만 유독 드라마에 자주 볼 수 있다. 시청자들은 재벌의 등장에 질타의 시선을 보내지만 희소성에 주목하기 마련이다. <마이더스>와 <로열 패밀리>는 공통 소재로 ‘재벌’을 다루되 권력을 드러내는 방식은 다르다. <마이더스>는 자본주의의 핵심인 ‘돈’이라는 권력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노골적인만큼 인간의 욕망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법무법인 면접비로 받은 1억 원을 쥔 김도현(장혁 분)의 모습은 금광을 찾아 헤매느라 가족을 뒷전으로 미뤄둔 도현의 아버지(이덕화 분)의 모습과 겹쳐진다. <로열 패밀리>는 재벌가(家)에 속해 있으나 철저히 배제된 둘째 며느리 김인숙(염정아 분)이 천사와 악마의 양면성을 번갈아 드러내며 ‘재벌 총수’ 권력을 장악해나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남성’에서 ‘여성’ 중심의 재벌가(家)= 기존 재벌 드라마는 ‘남성’ 중심이었다. 2004년 MBC<영웅시대>에서는 남성들이 총수가 되는 과정을 그렸다. SBS<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에서는 ‘준 재벌’급의 남성이 ‘서민층’ 여성과의 로맨스를 보여줬다. 이에 반해 <마이더스>와 <로열 패밀리>는 여장부들이 등장한다. <로열 패밀리>속 공순호(김영애 분) 여사는 ‘철의 여인’처럼 완전한 권력을 지닌 인물이다. 흠결조차 용납지 않는 공 여사는 둘째 며느리 김인숙을 서슴지 않고 투명인간 ‘K’로 만든다. 또한 JK그룹을 둘러싸고 친형제보다 동서와 올케 간 배신과 음모가 팽팽하다. <마이더스>의 유인혜(김희애 분)도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치열한 ‘형제의 난’에서 살아남는다. 유인혜와 공 여사의 등장은 그간 드라마에서 재벌가 여성을 ‘철없는 막내 딸’로 묘사된 것에 벗어나 드라마의 구심점을 잡아준다.

재벌가(家)에 포진한 조력자들= 독불장군의 재벌도 없다. 드라마 속 최고경영자는 늘 최선의 택했고 무엇이든 홀로 척척해냈다. 하지만 <마이더스>와 <로열 패밀리>에서는 촘촘하게 조직된 내부 조력자들을 만날 수 있다. 유인혜에게는 파트너 최국환(천호진 분), 김도현 변호사와 4명의 브레인 ‘원탁의 기사’팀이 있고, 김인숙(염정아 분)에게는 한지훈 변호사와 공 여사에게 충신 노릇을 하면서도 음지에서 인숙을 보필하는 엄기도(전노민 분)수석집사가 있다. 지훈의 뒤에도 진한 우정으로 똘똘 뭉친 고아원 친구들이 있다. 그러나 여전히 조력자들 또한 ‘돈’과 ‘권력’을 좀 더 수월하게 얻으려는 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점으로 미뤄보아 현실의 이면을 여과 없이 보여준 측면이 크다.

남성에서 여성 중심으로 바뀌어도, 혼자가 아닌 조력자가 있다 해도 권력을 향한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오히려 <마이더스>와 <로열 패밀리>의 등장인물들은 은밀하고 복잡한 내막과 곳곳에 처한 함정들을 자주 처하면서 드라마의 재미를 더한다. 갈등에 직면한 인물들은 이미 선택했다. 갈림길에 섰던 도현은 ‘금광’을 찾아 헤매던 아비의 뒤를 이어 ‘돈’이라는 야망을 택했고, 연인을 잃었다. 익명 ‘K’는 철옹성 같은 공 여사에 맞서 ‘김인숙’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피보다 진한 권력’이 배여 있는 이들의 선택이 어떤 결말을 가져올 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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