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외면이 소말리아 해적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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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책 ‘세계는 왜 싸우는가’ 펴낸 김영미 세계분쟁 전문 PD

▲ 김영미 PD

분쟁지역은 어렵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시사용어도 많이 등장하고 남의 일 같아서 관심도 잘 안 간다. 10년 넘게 세계 분쟁 지역을 누비며 카메라에 담은 김영미 PD는 분쟁의 진실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싶었다.

<세계는 왜 싸우는가?>(김영미 저/추수밭)에서 그녀가 들려준 분쟁의 진실은 명료했다. 모든 분쟁 지역에는 ‘소통의 부족’이 있고, 소통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선 인류애가 요구된다. 인류애는 세계에 대한 바른 이해에서 나오며, 바른 이해를 위해선 ‘교육’이 필요하다.

김영미 PD는 책에서 대표적 내전 지역인 소말리아를 ‘굶주림이 만든 해적의 나라’라고 소개했다. 그녀는 “우리의 외면이 해적을 만들었고 너와 나의 관심이 그들의 해적질을 끝내는 유일한 방법”이라 강조하며 최근 소말리아 해적에 대한 한국 언론의 보도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결과에는 수많은 이유와 배경이 있다. 현장을 이해해야 해결책이 완벽에 가깝게 나온다. 해적을 악당으로만 보면 해결책이 안 나온다. 소말리아는 전 세계가 외면한 나라다. 여기선 태어날 때부터 해적이 사회적 선망의 대상이다. 서울의 아이와 비교했을 때 너무나 다른 가치관을 갖고 산다. 이것은 분쟁을 만드는 싹이 된다. 아이의 배고픔을 이해하지 못하면 해적은 단순한 악당이 된다.”

분쟁 지역에는 늘 공통점이 있다. 김영미 PD가 책에서 소개한 이라크, 이스라엘, 레바논, 미얀마 등 13개 분쟁지역은 서로 소통이 안 되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미국과 탈레반이 자기 얘기만 내세워서는 절대 테이블이 생기지 않는다.” 그녀는 분쟁의 중심에 “서로 남의 얘기를 듣지 않으려 하는 소통의 부족이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소통의 부족은 지식의 부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탈레반은 세상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소말리아의 경우도 학교를 안 가기 때문에 결국 총을 들고 다니게 됐다.” 김 PD는 “소통은 교육을 통해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기가 알고 있는 세상이 작으면 분쟁이 생길 수밖에 없다.” 때문에 그녀는 이번에 낸 책이 자라나는 세대의 세상을 넓혀 전 지구적 소통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랐다.

“우리 세대는 전쟁 이후 우리 앞날에만 치우쳐 남들의 아픔을 돌아볼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청소년은 우리와 다른 세대다. 평화와 분쟁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고 다른 해결책을 내 놓을 수 있다. 분쟁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인류애다. 가슴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 어떤 분쟁이 생기더라도 해결하는 데 접근이 쉬울 수 있다.”

그녀는 “교과서에만 집중해서는 남의 나라에 대한 아픔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예컨대 최근 일본 대지진을 보고 가슴 아파하는 젊은이들은 학교로부터 배웠던 ‘나쁜 일본’을 새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김영미 PD는 올바른 역사관과 사람에 대한 이해야말로 인류애의 대전제임을 강조했다.

그래 ‘세계는 왜 싸우는가?’에는 김영미 PD의 철학이 담겨 있다. 그녀는 아들에게 분쟁의 실상을 차분하게 설명하듯 글을 써내려가며 분쟁이 끝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그녀에겐 가는 곳이 다 ‘우리 집’이고, 만나는 이들은 모두 친구이며 형제자매다. 그녀는 지금 시애틀에서 이라크 참전 군인들을 취재하며 인류애를 위한 또 한 번의 발걸음을 딛고 있다.  

다음은 김영미 PD와의 일문일답.

- 책을 보면 13개 분쟁지역을 다녀왔다. 이중 가장 힘들었던 곳을 꼽는다면.

“쉬웠던 나라가 없었다. 얼마 안 되는 지식을 갖고 문화적 차이를 겪으면서 공익적 의무까지 안고 취재를 하는 상황에서 제작비는 늘 여유가 없었고 언제나 위험지역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장 힘들었던 곳을 꼽자면 이라크다. 이라크에선 예측이 안 되는 상황이 많았다. 전쟁은 예측이 불가능했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것만으로 위험했다. 많이 외로웠다.”

- 해외 기자들을 많이 만날 것 같다.

“‘알 자지라’ 기자들을 정말 많이 만난다. 소말리아에서도 만났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 이들은 한국에 대해 ‘미국과 친하다’는 의미에서 자주 얘기했다. 이들은 한국의 저널리스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해했다. 또 대부분은 한국이 분쟁지역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북한과) 만날 싸우고 있는 줄 알고 있었다. ‘알 자지라’ 기자들은 각 도시마다 5~6명의 기자가 주재하고 있다. 인프라가 좋다. 그리고 취재기자의 뜻을 존중해준다.”

- 분쟁지역을 계속 가는 이유가 있나.

“인간에 대한 고민이 많다. 왜 세상 사람들은 싸워야 할까. 인간은 어떤 때는 따뜻하지만 어떤 때는 정말 냉혹했다. 나는 지금껏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취재하러 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요즘은 공정무역에 관심이 생겼다. 분쟁지역에서는 먹고 살 일이 없다. 전쟁이 있는 곳에는 직업이 없다. 경제적 자립이 가능하면 분쟁이 줄어들 것이다. 공정무역을 통해 그들의 자립을 돕고 싶었다. 그래서 <히말라야 커피로드> 등 관련 다큐를 만들기도 했다.”

- 분쟁지역 PD를 꿈꾸는 이들에게 한마디.

“후배들 중에 분쟁지역 가는 PD가 없다. 그래서 내가 영원한 막내다.(웃음) 국제전문 PD는 국가적인 재산일 수 있다. 해외의 관심과 우리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서양언론을 답습하는 대신 우리 시각을 가져야 국민에게 제대로 된 시각을 보여 줄 수 있다. 후배 PD들은 용기를 내서 가라. 가 봐야 안다. 인터넷 뒤져서 글자로 봐서는 이해가 안 간다. 직접 현장에 가서 가슴으로 이해해야 한다. PD라는 사람들은 근성이 있어서 어떻게든 만든다. 현장 가면 50%는 깨지더라도 50%는 건질 수 있다. 분쟁지역은 특정 PD의 전유물이 아니다. 더 많은 PD가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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