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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연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한나라당이 최 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당초 민주당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보고서 채택을 막겠다며 결기를 보였지만 막상 현장에선 다른 야당과 함께 불참을 선언하고 말았다.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1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다수당의 동의 없이 실질적인 인사청문회를 운영할 수 없다며 관련 법 개정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소수당의 불가항력에 기댄 건 면피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여당 단독으로 보고서를 채택한 게 비단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두 달 전만 하더라도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사례도 있었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문제는 법 개정 이전에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에 대해 민주당이 얼마나 결연하게 행동할 의지를 갖고 있느냐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여당의 각종 방송정책 및 인사에 대한 민주당의 어정쩡한 태도는 결과적으로 방관자 내지 심지어 조력자 역할을 한 경우가 꽤 많았다.

현 정부 출범 때 정부조직 개편을 하면서 헌법상 독립기구였던 방송통신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행정기구로 만드는데 선뜻 동의한 것도 민주당이었다. 지금에서야 땅을 치고 통곡하겠지만 결국 방통위는 합의제의 취지를 잃은 채 사실상 최시중 위원장 1인에 의한 독임제로 운영되고 있다. 민주당 몫의 방통위원은 어떤가. 이병기 전 방통위원은 사사건건 민주당과 엇나가게 행동하더니 중도 사퇴 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싱크탱크에 참여하는가 하면 종합편성 및 보도채널 승인 심사위원장을 맡아 보수신문이 방송 진출을 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2기 방통위원으로 추천된 김충식 경원대 교수 역시 방송 문외한인데다 최 위원장과 같은 <동아일보> 출신으로 과연 종편 특혜 저지라는 소명에 충실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KBS 수신료 역시 매한가지다. 지난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KBS 수신료 인상(월 2500원→3500원) 승인안을 상정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합의처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지만 ‘합의’도 아닌 ‘노력’이 얼마나 구속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지금껏 언론·시민단체들은 차이를 인정하면서 같음을 추구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정신에 따라 민주당에게 곁을 내주었다. 그러나 민주당의 태도는 언론개혁의 동반자가 될 수 있을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지금이라도 민주당은 스스로의 오류를 반성하고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만일 갈지(之)자 행보를 거듭한다면 언론시민단체들이 민주당의 손길을 뿌리치는 불행한 사태가 초래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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