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어뢰설계도부터 검증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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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노종면 언론3단체 천안함언론보도검증위 책임검증위원

언론은 지난 26일 천안함 사건 1주기를 맞아 46명의 희생자와 희생자 가족들을 애도했다. 그러나 슬픔의 이유라 할 수 있는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점이 존재하는데도 대다수 언론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천안함 사건 이후 1년 동안 국방부 발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관련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한 곳은 언론3단체(전국언론노조, 한국PD연합회, 한국기자협회) 천안함언론보도검증위였다. 검증위의 중심에는 노종면 책임검증위원이 있었다. 노 위원은 지난 28일 기자와 만나 이번 천안함 1주기 보도를 크게 두 유형으로 구분하며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1주기 뉴스는 추모행사와 국방부 · 청와대 입장을 단순 전달하는 보도와 천안함 사건에 의문을 제기한 이들에 대한 논평이 가미된 보도로 나뉘었다. 대체로 방송은 전자에 해당했고, 신문은 후자에 속했다. 두 유형 모두 천안함 사건의 의문점에 대한 검증은 부족했고, 국방부와 청와대의 보도자료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 노종면 언론3단체 천안함보도검증위 대표검증위원. ⓒPD저널
“상당수 언론은 천안함 사건을 차마 북한의 소행으로 규정하기 힘든 것을 알고 행사와 유가족 동정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데 치중했다. 그에 비해 조선일보를 비롯한 몇몇 신문들은 천안함이 북한에 의한 어뢰공격이 분명하다는 전제로 해당 언론사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이 사소한 정부 실수와 데이터 오류를 부풀려 음모론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노종면 검증위원은 “언론의 정상적인 기능은 의문을 규명하는 것”이라며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간접화법으로 정부 발언을 인용하고 면피하는 보도행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정부 발표를 진실로 규정하고 보도하는 언론이다. 이번 천안함 1주기 보도와 관련 <조선일보>는 일주일에 걸쳐 천안함 사건의 정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을 ‘비전문가’라 폄하하며 지면공세에 나선 바 있다.

노 위원은 “조선을 비롯한 일부 신문은 북한에 의한 어뢰공격이 확실하다는 대전제에 대한 옳고 그름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며 이들이 대전제를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 위원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어뢰공격설이 뒷받침되기 위해선 두 가지 사실이 맞아야 한다. 작년 5월 15일 수거한 어뢰추진체가 북한의 것이라는 증거와 폭발 흔적 두 가지다. 하지만 여태껏 어뢰설계도를 보고 추진체가 북한의 것이라 확인한 기자 없었다.

폭발의 결정적 증거인 흡착물질 또한 당초 정부가 발표한 산화알루미늄이 아니라 폭발과는 무관한 침전물로 밝혀져 지난해 11월 정부가 입장을 변경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이밖에도 물기둥에 대해 엇갈리는 진술 등이 추가적인 사건 규명의 필요성을 낳고 있는 상황이다. 노 위원은 “연어급 잠수정을 조선일보가 봤나. 잠수정의 실체가 요연하고, 어뢰추진체가 북한의 것인지도 불문명한 지금 상황에선 살인자를 규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조선일보 3월 21일자 5면 기사.
<조선일보>의 가장 큰 잘못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자체검증 부족이다. 검증 없이 언론 3단체의 단체장과 관련 인사 코멘트로 사건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코미디였던 것이다. 노 위원은 “5개국 합동 조사를 했으니 결과를 믿어야 한다는 논리는 정치권에서나 가능한 것”이라며 “자신이 검증하지도 않은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그에 반하는 논리를 종북이나 사이비로 규정하는 것은 사회적 해악”이라 비판했다.

언론3단체 천안함언론보도검증위는 천안함에 제기되는 여러 의혹을 파헤치지 않는 언론을 대신해 지난 1년을 달려왔다. “할 수 있는 부분은 충실히 했다고 생각한다. 언론인이 천안함 사건을 언급하면 색깔론에 실질적인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3단체는 최소한의 역할을 해왔다.”

그는 “다만 위축된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 정부가 무대응과 모르쇠로 일관할 때 그것을 바로잡을 수단이 없다는 걸 확인해 아쉬웠다”고 밝혔다.

노종면 위원은 국익 차원에서도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떠한 진실도 국익에 반하는 진실은 없다. 순간적으로 충격파는 있겠지만 그걸 극복해야만 진실 은폐로 이어질 끝없는 훼손을 막을 수 있다. 천안함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전제한다면, 한국이 유엔안보리 결의를 통해 북한을 국제적으로 단죄하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논거가 필요하다.”

그는 “국익논리는 합리적 의문제기를 막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밝힌 뒤 “수사기관이 범인을 못 잡으면 명예가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증거 없이 범인을 잡으면 안 된다”며 확실한 증거를 위한 사회적 노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국회차원에선 국정조사를 주문하고 <조선일보>를 포함한 언론사들은 어뢰설계도와 흡착물질 등을 직접 검증하며 진실규명에 나서야한다고 지적했다. 46명의 천안함 희생자들이 편안히 눈을 감으려면 언론인의 끈질긴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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