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의 끝, 무에서 유를 창조한 앙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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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3D입체다큐멘터리<신들의 땅, 앙코르>의 김유열·김동준PD

벌판에 길이 100m , 높이 10m로 세워진 블루 스크린 앞 대규모 군중과 군사용 코끼리 전투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19세기 인류 최대의 고고학적 발견이라 불리는 앙코르와트 사원은 건축 과정이 손에 잡힐 듯 되살아난다. 내달 18일 방영되는 EBS 3D 입체 다큐멘터리<신들의 땅, 앙코르>(이하 <앙코르>)다. 지난 3월 28일 앙코르와트의 과거를 3D로 복원한 김유열PD와 김동준PD를 EBS 사무실에서 만났다.  

▲ 김유열 EBS PD(좌), 김동준EBS PD(우) ⓒEBS

앙코르톰과 크메르 제국의 번성했던 과거를 재현한 <앙코르>는 2009년 10월 한국 방송통신위원회와 캄보디아 정보부의 국제공동제작협정으로 시작됐다. 국내에서 ‘동남아시아’는 국제결혼이나 관광지로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문화적 이해는 얕은 편이다. 김유열PD는 “동남아시아의 문화적 자존감을 드러내면서도 새로운 시각의 아이템을 잡고자 했다”며 “때마침 2008년 큰 인기를 끈 <한반도의 공룡> 후속편의 3D제작 방식을 논하던 중 ‘앙코르와트’라는 건축물이 3D제작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고 밝혔다.

‘시작이 반’이라지만 제작과정의 시작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김동준PD는 3D촬영장비 풀패키지가 없어 일본, 독일, 미국 등 촬영 장비 전시회를 직접 발로 뛰며 마련했다. 기획부터 편집까지 15개월이 걸렸다. 김유열PD는 “사전답사는 PD를 비롯해 카메라맨, 미술감독, 3D감독, CG감독까지 18명 정도가 세 차례 이상 다녀왔다”며 “시간대에 따른 광선변화는 3D촬영 시 민감한 부분이었기에 더욱 신경썼다”고 말했다.

앙코르와트의 숨겨진 사실을 찾아내고, 확인하는 일 또한 이들의 몫이었다. 김동준PD는 “국내에 전문가가 없어 캄보디아,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세계 12명의 석학들을 직접 만나 의상, 건축물의 색과 장식, 목조구조까지 일일이 자문을 구했다”며 “심지어 비행기로 이동할 때가 곧 취침 시간이라 시차 적응할 겨를이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앙코르>를 순수 촬영한 기간은 단 40여일. 현지 스태프 80~100여명, 엑스트라 배우만도 천 여 명. 3D로 구현하다 보니 장비가 담긴 큰 상자는 40박스였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와 태국의 종합세트장 플로미트 필름 스튜디오에서 매일 12시간씩 야외 촬영을 진행했다. 스콜을 피하다 보니 더욱 빡빡해진 일정에 현지 프로덕션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김동준PD는 “하루하루가 돈인지라 많은 분량을 짧은 시간 안에 촬영을 끝내야 했다”며 “3D 촬영 특성상 카메라의 위치가 바뀌면 3D로 합성할 때 입체감이 바뀌다보니 카메라 감독은 45℃ 웃도는 날씨에 8미터짜리 타워 위에 꼼짝없이 발이 묶여 있었다”고 말했다.

▲ EBS 3D 입체 다큐멘터리 <신들의 땅, 앙코르> ⓒEBS

이처럼 우여곡절이 많은 상황에서도 고대의 역사 속 ‘리얼리티’만큼은 건져냈다. 2D의 경우 양각과 음각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지만 3D는 미세한 차이조차 잡아내기 때문이다. 고해상도에 고단위 정보가 들어간 화면은 리얼리티가 살아난다. 김유열PD는 3D만의 표현력에 주목했다. “‘다큐멘터리’는 사실적인 정보를 담는 장르인데 3D는 적확한 표현 수단이었어요. 2D는 화면과 더불어 내레이션으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3D는 한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안에 충분한 설명을 담아서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번 <앙코르>는 기획 단계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한 ‘수출 전략형 콘텐츠’로 제작됐다. 교육용 및 콘텐츠용 다큐멘터리를 목적으로 제작한 만큼 소위 글로벌 마켓에서도 ‘통(通)’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다. 김동준PD는 “3D 다큐멘터리로 앙코르와트를 촬영하면서 겪은 시행착오만큼 얻은 건 다큐멘터리에도 선진국 시장에서 통용되는 ‘글로벌 스탠다드’가 있음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김유열PD도 “국내 다큐멘터리는 제작사의 의도가 많이 개입돼 ‘엄격주의’가 덜하다”며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 철저한 고증과 기술적․내용적 접근에 대한 꼼꼼한 사실 검증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사라지고 파괴된 유적지에 생명을 불어넣는 CG 마무리 작업 중이다. 이제 곧 시청자들은 앙코르 톰과 크메르 제국의 모습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간 몰랐던 캄보디아의 찬란한 문명을 그대로 재현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구석구석의 사실들을 찾아보는 재미 또한 시청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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