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PD는 전문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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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PD는 전문직인가?
'나는 가수다' 논쟁을 보며
  • 홍경수 순천향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 승인 2011.03.3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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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수 순천향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몇 년 전부터인가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방송만 되는 것과 화제도 되는 것. 인터넷의 발달로 시청자 게시판이나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에 올려진 의견들이 영향력 있는 힘을 발휘하고 이를 활용한 기사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우리는 인터넷에 함몰되어가는 것일까? <나는 가수다>는 담론의 블랙홀이다(PD 수첩은 어떻게 되었나?).

처음에 가수들을 상대로 서바이벌을 한다고 했을 때, 트렌드를 따라가는 안이한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7명의 A급 가수를 모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 안에 담긴 우여곡절이 적지 않으리라 보였다. 시청자들도 굳이 검증된 아티스트를 경쟁시켜야 하는가라는 예술 지상주의자가 되었다가, 가수도 경쟁에서 열외되지 않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반 신자유주의자가 되었다가, 소름끼치는 가창력에 감동한 탐미주의자가 되어갔다.

냄비처럼 끓어오르던 여론은 27일 방송이 나간 뒤에는 PD 복귀를 둘러싼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를 보면서 PD가 전문직인가? 라는 궁금증이 들기 시작했다. 『9시의 거짓말』이라는 책에서 최경영 기자는 한국의 기자를 전문직으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객관적 사실보다 추정과 편견을 바탕으로 권력과 기업을 대변하는 행태가 전문직답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PD는? 전문직의 조건은 전문영역에서의 상근직, 직업협회, 공식 훈련, 시험 및 신임장, 국가면허, 사회가 인정하는 권위를 가져야 하며(Larson), 동료에 대한 연대감을 가져야 한다(Gross)는 것이다. PD라는 직종이 변호사나 의사와 같이 면허는 없으나 대중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며, 전문 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전문직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또한 PD는 변호사 의사에 비해 조직에 속하여 일하는 비중이 훨씬 높다.

따라서 언론인의 전문직주의(Professionalism)를 보는 시선이 두 가지로 나뉜다. Ornebring이라는 학자는 전문직주의를 조직의 차원과 직업의 차원으로 구분했다. 관리자에게 전문직이라 함은 규정에 잘 부합하고, 표준화된 노동관행을 수용하며, 업무목표를 잘 달성하는 등속을 뜻할 것이다. 반면 조직에 속한 피관리자에게 전문직주의는 정반대의 개념이기 쉽다. 자율성에 초점을 맞추며, 관리자의 조직이 아니라 전문직 그룹이나 협회에 의해 결정된 윤리조항을 따른다.

MBC는 “한 번의 예외는 두 번, 세 번의 예외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인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에” 담당 PD가 규정에 잘 부합하지 않았음을 연출권 박탈 사유로 내세웠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조만간 공정 방송협의회를 통해 이의 제기를 할 계획”이라며 자율성에 대한 과도한 침해를 주장했다. 이 지점이 전문직주의에 대한 두 시선이 부딪치는 곳이다. 두 시선은 교섭 중이고 적당한 지점에서 균형을 찾을 것이다. 현재로는 MBC의 결정이 과도해 보인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오락프로그램에서의 한 번의 예외가 사회의 근간을 무너뜨릴 만큼 위험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 홍경수 순천향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새로운 연출자가 프로그램을 정비하면 사태는 곧 잊혀질 것이다. 알렝 드 보통의 말처럼 ‘여행자들은 곧 여행을 잊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PD들까지 곧장 망각해서는 곤란하다. 놀라운 것은 담당 PD가 얼마 전 협회를 이끄는 리더였고, 최초로 PD들의 재교육을 위한 초석을 다진 주인공이란 점이다. 협회나 재교육 모두 전문직화에 필수적인 요소이며, 전문직화를 앞당기려 했던 PD가 전문직주의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프로그램에서 낙마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PD들에게 <나는 가수다>는 한국 PD 전문직화의 서바이벌 무대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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