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씨 자서전이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07년 학력 위조 파문으로 구속된 바 있는 신씨는 이 책에서 전직 총리와 언론사 기자 등 이른바 ‘힘 있는 자들’의 추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당사자들이 사실 관계를 부인하고 대필 의혹이 제기되는 등 진위 공방이 벌어지고 있지만 시중의 반응은 여전히 뜨겁다. 전문가들은 등장인물들의 사적 이해에 따라 한국 사회의 권력과 지위가 불공정하게 거래될 수 있는 현실에 독자들이 분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는 또 다른 면에서 공정성 논란을 일으켰다. 외형상 논란의 당사자인 김영희 PD와 가수 김건모 씨가 물러나고 새로운 제작진이 투입돼 재정비 시간을 갖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지난 과정을 돌이켜볼 때 과연 MBC 경영진의 판단이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나는 가수다’는 본질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이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듯 ‘아이돌 그룹과 댄스 음악으로 편향된 방송 가요계에 다양한 음악이 공존하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 기획의도였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재미와 흥미를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꼴찌가 탈락하는 이른바 ‘서바이벌’ 형식을 도입했다. 첫 방송 이후 여느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별되는 프로 가수들의 열정적인 무대는 언론과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기획의도가 고스란히 감동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건모씨의 재도전 결정 이후 게임 규칙이 바뀌었다는 비난이 일었다. 기획의도와 규칙, 그리고 출연자를 포함한 제작진과 일반 여론 사이에 혼란이 일면서 공정성 시비가 불거졌다. 규칙을 변경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을 신중하게 대응하지 못한 제작진의 태도가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MBC 경영진의 판단은 상식적이지도, 공정하지도 못했다.
사태 초기 경영진은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프로그램을 안정시키려는 노력 대신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PD에게는 사실상 ‘사형 선고’나 진배없는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경영진의 제작 자율성 침해와 월권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윗선’에 의한 외압설이 거론되는 까닭이다. 그래놓고 PD의 공로를 인정한다며 해외연수를 보내준다고 한다. 경영진이 오롯이 공정성으로 판단했다면 음주운전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배우 박상민씨의 ‘무릎팍 도사’ 출연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공정(公正)의 사전적 의미는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올바름’이다. 신정아씨나 ‘나는 가수다’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 사회에서 공정의 원칙과 기준은 무엇인지 곰곰이 따져보게 된다. 공정의 가치는 사회 통합과 발전을 위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힘 있는 자들’의 의도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면 이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