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당착’에 빠진 지역언론의 신공항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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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허미옥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지역 언론사 관계자들은 밀양 하남읍 쪽에 땅이라도 사뒀나? 왜 이렇게 신공항 문제에 맹목적인 것인가?” 최근 동남권 신공항을 주제로 쏟아지는 뉴스 특히 지역뉴스에 대해 몇몇 지인들이 던진 쓴소리다.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해 밀양을 지지하는 대구경북 울산경남과 가덕도를 지지하는 부산 간엔 치열한 유치경쟁이 진행됐다. 지역 언론도 ‘지역사회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한다’는 목적 하에 자기 지역의 이해관계에 매몰된 보도를 계속했다. 다른 의견이나 목소리는 사전에 차단하거나, 아예 귀 기울이지 않았다. 마치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와 같은 형국이었던 것이다.

지난 1월~3월 사이 신공항과 관련한 대구경북권 지역 신문·방송보도의 특징은 7개로 정리될 수 있는데, △대통령의 공약인 만큼 반드시 지켜야 한다 △신공항 입지예정지는 오직 밀양뿐이다 △이를 현실화시킬 신공항유치추진단체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의 일상적 활동을 주요하게 보도한다 △지역 정치권의 작은 목소리를 영향력 있는 메시지인 양 편집한다 △정책 입안자 또한 정부관계자의 모든 발언과 행동을 신공항과 연계해 과도하게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신공항 정책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지역홀대’라며 날 세워 비판한다 △가덕도 지지 목소리는 철저하게 외면한다 등이다.

실제로 지역언론 뉴스의 인터뷰 대상자 및 주요 근거자료는 ‘밀양 신공항 찬성론자’와 이들이 제공한 정보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었고, 대구경북권이 강조하는 밀양은 단점이 거의 없는 완벽한 입지조건이라는 환상을 심어주는 데 급급했다. 이처럼 자신들끼리 공유하는 정보와 주장만을 그대로 중계하다보니, 주위의 비판에 논리적인 대응보다는 감성적으로 화를 내는데 그치는 모양새였다.

이렇다보니 기존의 지방공항 정책의 문제점, 즉 정치적 함수관계에 의해 무분별하게 조성된 지방공항의 한계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나 동남권 신공항이 기존 공항정책과 다르다는 점에 대해선 논리적으로 반론을 제시하지 못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동남권 신공항’ 공약은 반드시 지켜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하면서, 과학벨트 등 다른 지역의 이해가 걸린 공약에 대해선 다르게 해석하는 ‘모순’을 드러냈다.

지방 정부뿐만 아니라 권력의 그릇된 행보를 감시견제해야 할 지역 언론이 그들과 행보를 같이하다보니 본연의 역할에 소홀해진 것이다. 신공항과 관련된 지역민의 민심을 표현하겠다며 기초단체로 하여금 인센티브 8억까지 걸면서 시민서명 실적 경쟁을 불러일으켰던 경상북도, 신공항 유치 실패 시 중대 결단을 하겠다던 대구시장과 의원직 사퇴를 공언했던 시의원(신공항유치단장)들에 대해 지역 언론은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았다.

또 지역 언론은 중앙정치권을 향해 ‘지역홀대’, ‘지방은 죽었다’라고 비난하면서도, 그렇게 말하는 언론 스스로가 밀양 하남읍 주민들, 가덕도 어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던, 즉 스스로 또 다른 지역을 홀대하고 짓밟았던 사실에는 침묵했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신공항을 둘러싼 영남권의 진흙탕싸움이 이후 과학벨트, LH공사 이전을 앞두고 또다시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전 지역이 자기들만의 이익관계에 매몰돼 전쟁터로 변한 지역을 바라보면서 정책입안자들은 이런 생각하지 않을까? “국토균형발전 하자더니, 자기들끼리 난리구만. 역시 중앙에서 지역을 지배했던 옛날이 좋았어.” 벌써부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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