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 눈] 아시아 다큐멘터리의 미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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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의 한 행사장, NHK의 노장 다큐멘터리 프로듀서가 단상에 올라 한국 다큐멘터리에 대해 소개(피칭)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 다큐멘터리가 한국의 젊은 디렉터와 프로듀서의 작품으로 NHK World도 투자 할 계획이니 다른 나라의 프로듀서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피칭이 끝난 후 유명 다큐멘터리 배급사가 저마다의 조건을 제시했다. 추후 한 배급사와 계약이 성사되었다. 한국의 방송인들에게 다소 낯설었던 이 풍경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마켓 ‘아시안 사이드 오브 더 독’(Asian side of the doc)의 한 장면이다.

아니 왜? NHK 프로듀서가 한국 독립PD들의 작품을 직접 피칭까지 해가며 적극 추천했나? 자신이 발굴한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제작진행을 위해서다. 그는 세계 다큐멘터리 시장을 돌며 1년에 100편 정도의 다큐멘터리를 기획, 개발, 구매하는 프로듀서다. 국적도 나이도 소속도 상관하지 않는다. 오로지 작품만 본다. 그것이 아주 초기 기획단계에 있다 하더라도 잠재적인 가능성을 보고 프로젝트를 선택한다.

그 후 세계의 피칭 마켓에서 검증을 하도록 하고 여러 방송사의 피드백을 받아가는 과정에서 자기판단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구매결정을 한다. 좋은 기획을 발굴하여 세계시장에 통할 수 있는 작품으로 개발하고 자국 방송에 편성하여 일본 시청자들이 볼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NHK가, 그가 다큐멘터리의 미래를 열어가는 방식이다. 중국은 올해 다큐멘터리 전문채널 CCTV 9를 새로 런칭할 예정이다. 그들은 다큐멘터리가 중국의 미래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지를 잘 알고 있다.

세계가 중국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는 요즘, 중국은 전 세계를 향해 자기들의 문화와 메시지를 전파함에 있어 다큐멘터리만큼 효과적인 장르가 없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다. 이미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중국 다큐멘터리는 경쟁작으로 무섭게 부상하고 있다. 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으로 자리잡게 될 미래에 중국 다큐멘터리가 어떤 모습으로 세계의 관객을 사로잡게 될 것인지 궁금하다. 

올해 서울에서 열린 ‘아시안 사이드 오브 더 독’에는 많은 커미셔너들이 왔다. 그 이름이 익숙한 PBS, NHK, BBC, 디스커버리 뿐 아니라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의 국영방송사와 배급사 등이 참여했다. 덕분에 그간 비싼 비용 때문에 외국의 방송마켓에 나가볼 기회가 없었던 많은 독립PD들이 참가했다. 저마다 자기만의 프로젝트를 들고 세계 유수의 방송 커미셔너들과 다큐멘터리 펀드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활발한 토론을 하였다. 우물 안에 갇혀있던 좁은 시야를 깨고 세계를 향해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였다. 더구나 단지 남의 잔치 엿보듯 구경만 한 것이 아니라 몇 가지 성과를 거두었다. 한국의 감독들이 피칭상을 두 개나 받았고 몇 건의 공동제작이 성사되었다.

▲ 한지수 독립PD협회

또 프로그램 발주(커미셔닝)를 약속 받은 작품도 있고 사후 판매는 물론 배급사와의 계약이 보장된 작품도 있었다. BBC의 유명한 다큐멘터리 감독은 한국의 독립PD들에게서 열정과 에너지를 배웠다고 전하기도 했다. 세계가 지켜보는 아시아 다큐멘터리의 미래에 한국 다큐멘터리와 독립PD들 역시 확실한 존재감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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