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따져보기] ‘신기생뎐’이 불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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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 ‘신기생뎐’이 불편한 이유
  •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 승인 2011.04.06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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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정국은 고 장자연씨, 덩신밍, 에리카 김…세 여성분이 이끌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는 지난달 10일 국회 의원총회에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말이다. 지금은 여기에 한명 더 가세한 신정아가 또 한번 정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고 장자연, 덩신밍, 신정아 이 세사람의 공통점은 무얼까? 얼핏 보면 직업도 연령도 그리고 국적마저도 다른 이 세 여성에게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이들 모두는 ‘권력을 가진 남성’과 관련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권력을 가진 남성들과 젊고 예쁜 여성의 조합,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또 다른 문화이다.

SBS 드라마 <신기생뎐>은 이러한 문화를 간접적으로 다룬다. 이 드라마는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기생집이 현재 있다는 가정하에 전개된다. ‘기생(妓生)’은 춤 ·노래 또는 풍류로 주연석(酒宴席)이나 유흥장에서 흥을 돋우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관기(官妓) ·민기(民妓) ·약방기생 ·상방기생 등 예기(藝妓)의 총칭이다.(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말 그대로 기생은 남성들의 술자리를 더욱 흥겹게 만들어 주던 존재이다.

이는 <신기생뎐>의 기획의도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를 보면 ‘부용각(기생집 이름)’은 “국내 최고급 VVIP들을 상대하는 최고급 기생집”으로, 그리고 기생을 ‘사회지도층들의 동반자’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드라마 속에서는 기생들의 가장 본질적인 존재 이유를 빼 버린 채 전통문화 계승자로만 미화시키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이 드라마를 볼 때 마다 느끼는 불편한 지점 중 하나다.

드라마 속 기생집 ‘부용각’ 대표 오아란(김보연 분)은 부용각의 실제 주인인 장주희(이종남 분)가 부용각을 없애려고 하자 자신들이 요정 영업 하는 것도 아니고 전통의 맥을 잇는다는 점에서 자부심도 있다, 그녀는 외국 명사들이 한 번씩 부용각을 접하고 감탄하고 가기 때문에 없앨 경우 국익에도 분명 손해라고 하면서 하나 남은 기생집 문을 닫으면 오히려 시끄러워질 것라는 이유로 이를 반대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기생이 아니라고 해도 우리 전통춤과 노래의 명맥을 잇는 사람들이 있다. 왜 굳이 기생들만이 우리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있다고 하는가? 사실 기생은 권력을 가진 남성들의 술자리 흥을 돋우거나 정치적인 접대를 위해 필요했던 존재 아니던가? 그녀들의 춤과 노래는 대중이 아닌 소수의 남성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던가? 그렇기 때문이 그녀들은 예인이 아니라 남성들을 즐겁게 해주는  ‘말을 알아듣는 꽃, 해어화(解語花)’로 불리는 것 아닌가?

또한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전통문화를 보여주고 싶으면 예쁜 여성들이 옆에 앉아 술을 따르면서 흥을 돋우기 위한 춤과 노래가 아니라 예술인들의 춤과 노래를 보여주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기생들이 없어지면 우리 전통문화가 당장 사라지고 국익에도 해가 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불편했던 또 다른 점은 드라마 속에서 재현되는 기생들을 모습이다. 소위 말하는 VVIP 남성들 옆에 앉아 술을 따르고 식사 시중을 드는 모습, 남자 손님에게서 팁을 받는 모습, 대기실에서 화장을 하며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 단체로 피부과에 다녀오는 모습, 술에 잔뜩 취해 방으로 업혀오는 모습 등은 이들이 예인이 아니라 남성을 접대하기 위한 사람으로만 보여지며 이는 오아란의 말을 더욱 설득력 없게 만들어 버린다.

그동안 황진이 등 사극에서의 기생 모습이 불편하지 않았던 것은 그 시대적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기생뎐>은 현대를 배경으로 그녀들의 본질을 숨기고 전통문화 계승자로 미화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이러한 기생의 미화는 우리 사회의 접대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나가지 못하게 하는 중요한 이유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신기생뎐>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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