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정권홍보 위해 혈세 낭비한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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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정권홍보 위해 혈세 낭비한 KBS
  • PD저널
  • 승인 2011.04.0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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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김인규 씨가 KBS 신임 사장으로 선정됐을 당시 야당은 물론 많은 언론·시민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선 건 이명박 대통령 언론특보 출신이란 그의 전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수장으로 있는 한 KBS가 공영성을 잃은 채 정권홍보의 나팔수 노릇을 할 게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인데 불행히도 예상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최근 노보를 통해 김인규 사장 취임 이후 각종 모금방송과 G20, 원전 등 특집프로그램이 모두 177편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내놨다. KBS 화면이 매주 2~3회 꼴로 관제·계도성 프로그램들로 도배됐다는 뜻이다. 가장 많은 횟수를 차지한 것은 G20 관련으로 <G20특별기획-쾌적 한국 국격을 높이다>를 비롯해 모두 45편이 방송됐다. 헌혈이나 발열조끼 모금 등 각종 모금방송은 39편, 천안함 관련 역시 15편이 방송됐다. 이밖에 <기획특집 한국형 원전 세계로> 등 정부의 치적을 선전하는 방송도 수차례였다.

문제는 이와 같은 특집방송들이 공정성과 형평성 면에서 심각한 불균형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G20에 대해서는 속빈 강정이란 논란이 있었고, 천안함 사건의 의혹은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은데다 원전 역시 일본 대지진 이후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정권홍보에 급급한 나머지 ‘해바라기 방송’을 한 꼴이 됐다. 사내에서 “KBS가 보건복지부 소속이냐?”, “사장 인맥 쌓기 프로젝트냐?”는 냉소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홍보성 프로그램 방송 때문에 <KBS 스페셜>이 편성에서 제외되거나 구성원들의 반발을 피하고자 상당수 특집프로그램을 외주 제작으로 돌리는 편법이 등장하기도 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직후 방송된 <긴급진단 한반도 끝없는 북한도발>이 그런 경우다. 노보에 실리지 않았지만 지난해 9월 21일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출연한 <아침마당> 역시 ‘국정홍보 마당이냐’는 구설수에 올랐다. 반대로 4대강 사업이나 천안함 사건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추적60분>은 결방을 밥 먹듯 하고 제작진이 징계를 당하기까지 했다.

김인규 사장 취임 이후 1년 반의 KBS는 ‘정권홍보를 위한 관제 프로그램 남발과 정권안위를 위한 비판 프로그램 죽이기’라는 한 줄로 요약될 수 있다. 이렇듯 시청자를 ‘외눈박이’로 만들어놓고 적반하장 격으로 수신료 인상에 혈안이 돼 있다. 수신료 인상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에 상정하기 위해서 얼마나 로비를 심하게 했는지 야당 인사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도 한다. 그러나 야당 의원 몇몇은 설득할 수 있을지언정 지금처럼 정권홍보에 열을 낸다면 더 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김인규 사장은 수신료 인상을 주장하기에 앞서 KBS 방송 정상화 방안부터 내놓는 것이 이치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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