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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1사 1렙’ 주장에 “종편 광고 직접판매 주장과 같아” 비판

미디어렙 경쟁체제 도입 문제는 방송·언론계의 해묵은 논란거리면서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이기도 하다.

서울 지상파와 지역·종교방송은 경쟁유형(1공영 1민영 v.s 1공영 다(多)민영)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고 지상파와 유료방송(종합편성채널 등)은 미디어렙의 업무영역에 대해 다른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 그밖에도 소유제한, 지역·종교방송 등 취약매체 지원 방안 문제에 대해서도 방송사들은 각각 이해를 달리하고 있다.

때문에 경쟁유형에선 생각을 달리하는 방송사들이 업무영역에 대해선 같은 목소리는 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여야 의원들에 의해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법안들 또한 소속 정당과 무관하게 쟁점이 뒤섞여 있는 게 현실이다. 민주당이 4월 임시국회에서의 미디어렙 본격 논의에 앞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미디어렙법안 제·개정 종합 토론회’를 개최한 배경이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도 방송사 간 입장은 쉽게 정리되지 못했다. 2시간 여에 걸쳐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확인한 것은 사회자였던 이창현 국민대 교수(신문방송학)의 말마따나 “‘미디어렙’이 여전히 뜨거운 의제”라는 사실이었다.

“서울MBC 1사 1렙 주장, 종편채널 광고 직접판매 주장과 같다”

미디어렙 경쟁유형과 관련한 논의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MBC이다. 광고를 재원으로 하고 있지만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가 지분을 소유하는 공영방송인 탓이다.

때문에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법안들 가운데 일부는 MBC를 공영렙에 포함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1공 1민’, 한나라당 진성호·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 일부는 ‘1공 다(多)민’ 체제를 주장하며 MBC를 민영 미디어렙에 포함하거나(한선교 한나라당 의원) 공·민영 구분없이 완전경쟁토록 하는 방안(이정현 한나라당·전병헌 민주당 의원)을 내세우고 있다. 그밖에도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의 경우 경쟁 유형을‘1공 1민’으로 하는 대신 공·민영 교차판매를 허용하자는 안을 내놓고 있다.

▲ 민주당 정책위원회 주최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미디어렙법안 제·개정 종합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PD저널
이런 가운데 MBC본사(서울MBC)는 완전경쟁 체제를 지지하고 있다. 공식적인 이유는 헌법재판소가 미디어렙 경쟁체제 도입을 말한 이상 공영렙을 지정하는 일 자체가 위헌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민영렙 체제 방송(SBS), 새롭게 신설될 종편과의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란 위기감이 있다. 공영렙 체제의 경우 갖가지 규제가 불가피한데, 광고를 재원구조로 하는 상황에서 자칫 밀릴 우려가 있고, 이 경우 오히려 방송 공공성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이남표 MBC 기획조정본부 연구위원이 이날 토론회에서 “(MBC를 향해) 이기심을 줄이라고 하지만, 이로 인해 줄어든 이익이 시청자 복지가 아닌 종편채널 등으로 갈 수 있다”고 말한 배경이다.

이 연구위원은 “오히려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상파의 이익을 극대화 시키는 방향으로 미디어렙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독일과 프랑스의 공영방송이 미디어렙을 자회사 또는 계열사 형태로 소유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미디어렙 논의에서 민영이냐 공영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광고와 편성 간 부당한 관계를 차단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라고 강조했다.

성회용 SBS 정책팀장도 “공·민영 나누는 건 소유형태의 문제이고, 공영방송이냐 상업방송이냐는 재원구조에 따라 나뉜다”며 “우리(SBS)에겐 민영방송이라고 하면서 MBC에겐 자회사 렙(민영렙)을 소유하면 안 된다고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현재의 서울MBC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며 공·민영 간 업무영역 구분을 하지 말자는 서울 MBC의 완전경쟁 체제 주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조 소장은 주장에 앞서 “애초 렙의 업무영역을 구분하지 말자는 주장을 한 것은 본 연구소였다”고 고백했다. 업무영역 구분 논리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결과’, 즉 서울MBC의 민영화라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고, 600억~700억원의 협소한 미디어렙 시장 규모를 감안했을 때 공·민영렙 1개씩 운영하는 게 현실적으로 타당하다고 판단했었다는 설명이다.

조 소장은 “그러나 서울MBC는 방송법(제8조 7항)까지 위반하며 지역MBC 통·폐합을 밀어붙이는 등 ‘주식회사형 공기업’에서 ‘공기업’은 빼고 ‘주식회사’ 논리만 횡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공영렙 지정은 안 된다’는 서울MBC의 주장에는 공영방송을 내세우면서도 거추장스러운 짐도 져야 하는 책무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고, 민영렙 역시 중소방송 할당제 등 엄격한 규제를 받아야 함에도 민영렙은 자기들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이란 착각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상황에서 서울MBC가 주장하는 ‘1사 1렙’은 종편채널이 광고 직접영업을 주장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종편채널과의 비대칭 규제를 핑계삼아, 규제의 하향 평준화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원식 종교방송사협의회 간사(불교방송 보도국장)도 “공영렙의 순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선 그 영역이 축소돼선 안 된다. 공영적 성격을 가진 MBC가 공영렙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MBC가 ‘1사 1렙’의 경쟁유형으로 갈 경우 MBC는 더 이상 공영방송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고, MBC 민영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종편 광고 직접판매 반대…지상파-종편 미디어렙 각각 둬야”

이날 토론의 발제를 맡은 김민기 숭실대 교수(언론홍보학)도 완전경쟁보단 ‘1공 1민’의 제한 경쟁체제가 방송 공공성 유지에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완전 경쟁론은 시장의 발전과 효율성 측면에서는 타당성이 높지만, 방송의 공정성에 대한 시스템을 보완하지 않는 조건에서는 시청자보다는 사업자의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제한적 경쟁체제는 방송에 대한 자본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취약한 군소 방송사의 존립을 가능케 해 방송의 다양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종편채널의 직접 광고영업을 한 목소리로 반대했다. 특히 김용섭 전주방송 광고팀장은 “종편채널이 직접 광고영업에 나선다면 방송광고 시장은 무법천지가 될 것”이라며 “종편채널로 선정된 조·중·동이 아침엔 조간신문으로 저녁엔 방송뉴스로 기업을 압박할 경우 (기업들이) 감당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때 종교·지역방송뿐 아니라 서울의 KBS 2TV, MBC, SBS도 지금처럼 가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지상파는 지상파대로 미디어렙을 만들고 종편 역시 종편대로 미디어렙을 만들어 운영하게 되면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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