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 방영금지 가처분 제도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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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 방영금지 가처분 제도 어떻게 볼 것인가
방영금지 가처분 결정, 사법권에 의한 언론 사전검열
  • 승인 2001.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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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직전 가대본만보고 전체 방송금지는 불합리”“인권보호 위한 가처분 본질 특정집단 악용 우려”지난달 28일 방송사상 처음으로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영금지 가처분결정을 받아 불방됐다. 제작진들과 학계, 법조계에서는 방영금지 가처분 제도가 타인의 기본권을 보호한다는 기본 취지는 인정하지만 그것이 특정집단에 의해 남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에 대해서는 사후구제 조치로 대체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는 각 사 시사고발프로 제작진과 법조계, 언론노조 관계자들과 함께 이 문제를 짚어봤다. <편집자주>일 시:2001년 8월 21일 오전12시사 회:본지 이종화 기자토론자:배대준 차장 (KBS <추적60분>) 백종문 차장 (MBC ) 남상문 PD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김상훈 언론노조 정책실장 김택수 변호사 (PD연합회 자문 변호사)-제작자가 본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제도 / 남상문 SBS PD“무죄 사건 다루지 말라”는 주장은 불합리 법원이 방송을 사익추구집단으로 보는 듯지난달 28일 <그것이 알고싶다> ‘아가동산 그 후 5년’편이 방송당일 아가동산 측이 제기한 방영금지 가처분신청으로 불방됐다. 법원이 이같이 결정한 이유는 이미 대법원에서 96년도에 살인혐의에 관해 무죄판결이 났었고, 종교집단인지 협업마을인지 아가동산의 성격에 대해서도 법원 판단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원은 공익적 요구를 충족할 새로운 사실발견이 없는 상황에서 방송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같은 법원 판단과 달리, 현재 그 당시의 증언을 번복한 새로운 증언자들이 60여명에 이르고 있다. 방영금지 가처분결정을 받았을 때 문제점으로 몇 가지 고민해본 것은 첫째 법원은 확정된 프로그램 내용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가처분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보통 방송당일 1∼2시간 전에 방송이 완성되기 때문에 법원에서 보는 것은 제작진들이 가상으로 편집한 내용이라든지, 예상대본 뿐이다. 둘째는 과거에 무죄판결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방송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 결정이다. 이럴 경우 법원에서 결정난 것에 대해서는 어떠한 기사도 써서는 안되며 또 사실관계가 그 후에 바뀌었다고 할지라도 문제 제기할 수 없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법원이 60여명의 새로운 증언자들의 증언을 전부 모함이라고 받아들인 근거가 뭔지 모르겠다. 또 결정문을 보면 언론의 상업화 경향도 불필요하게 거론되고 있다. 최근 들어 언론의 상업화 경향이 심해진다고 언급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공공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얘기로 이어진다. PD가 방송에서 어떻게 사익을 추구했는지, 만약 사익을 추구했다면 왜 그랬는지도 법원은 밝혀야 한다. -법조인이 본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제도 / 김택수 변호사 언론자유 과잉금지는 위헌소지 있다 가처분 결정 절차문제도 개선 필요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제도에 대한 논란은 언론자유와 사인의 초상권·저작권 등 두 개의 기본권이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두 가지가 충돌할 때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시킬 수 있는지가 헌법해석의 문제이다. 우선 헌법의 기본 정신으로 돌아가서 판단했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은 헌법 21조 2항에 명시돼 있는 사전검열 부분과 기본권을 제한하더라도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는 37조 2항을 들 수 있다. 37조 2항은 기본권을 보장하려는 법의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기본권을 제한할 때 본질적인 부분은 침해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는 조항이다. 따라서 가처분을 바라볼 때 이 제도가 헌법 21조 2항, 37조 2항 두 조항에 위배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37조 2항에 명시했듯이 어떤 기본권을 보호하면서 또 다른 기본권을 완전 무시했다면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한 것으로 위헌이라는 판단을 받을 수 있다. 또 방영금지가처분 결정의 절차는 양측 당사자의 변론과 함께 문제가 된 방송분을 보면서 이뤄져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실제 방송분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변론 없이 소명이나 보증서 제출로 간단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같은 가처분 제도의 절차적 미흡으로 인해 발생되는 언론자유의 침해는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이와 관련 미국에서는 공인이면 당연히 면책되고 그렇지 않더라도 공인이라고 인정되거나 공공의 문제라고 판단되면 그 부분에 대한 보도는 면책범위가 인정되고 있다. 이는 언론이 견제기구로서 고발기능을 하고 있는 긍정적인 역할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제작진들은 법과 현실의 보수적인 부분들을 개선해가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사회:먼저 법원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아가동산 그후 5년’편의 방영금지 가처분 결정 이후 진행상황을 남상문 PD로부터 듣고, 다른 방송사의 가처분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남상문:지난 7월 28일 방송 예정이었습니다. 96년 이후 아가동산 사건과 관련 올해 7월초에 사체발굴작업 등이 있었기 때문에 96년 당시 법원 판결이 정당했는가, 또 당시 종교집단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 사실은 무엇인지를 밝혀보고자 했던 것이 방송의 의도였습니다. 김기순 씨는 저희가 취재를 시작하고 1주일 뒤부터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계속 거부했고, 7월23일에 남부지원에 방영금지 가처분을 제출했습니다. 방송 당일인 28일 오전 11시에 전면 방영금지 결정이 내려졌고 대체방송이 나갔죠. 판결문 별지 목록을 보면 김기순 씨에 대해 사이비 교주나 살인, 폭행 교시 등을 했다는 얘기를 해서는 안된다고 돼있는데 방송에서는 사이비라는 말을 쓰지는 않았는데도, 이런 용어를 변호인 측에서 삽입해 결국 제작, 편집, 광고까지 못하게 된 거죠. 이후 각 단체에서 법원 결정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지난달 23일에 이의신청을 제기했습니다. 가처분이 전면적으로 받아들여진 경우에 피신청인측에서는 상고를 제기할 수 없기 때문에 저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이의신청이었습니다. 만약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가처분 신청을 취소해 달라는 본안 소송으로 들어갈 예정입니다. 배대준:저희는 언론중재위원회까지는 갔었지만 재판까지 간 적은 없었습니다. 최근에 신용카드에 관한 내용을 취재하면서 곤혹을 치른 적이 있긴 했습니다. 한 은행과 소송을 했던 사람이었는데 취재하면서 그 사람이 방송을 이용하려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해당 은행이 전산착오의 책임을 인정하고 그 부분을 고쳐나가겠다고 솔직한 답변을 해서 우리도 더 이상 방송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방송을 하지 말자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제작진에게 항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는 사장, 국장, 시민단체에까지 전화를 하더군요. 결국 해당 내용을 전체가 손상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1분 정도 방송을 내보냈는데, 하루 종일 촬영하고 왜 그거 밖에 방송 안하느냐고 항의전화를 하는 거예요. 아가동산과는 좀 다른 내용이지만 그 일을 겪으면서 개인도 방송이 제작되기 전에 압력을 가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백종문:은 특히 소송이 많았습니다. 가장 최근에 걸린 것만 해도 사립학교재단이 있었고 장애인 성폭행 건, 대형교회세습 건, 또 세계정교라는 종교문제 등 총 10건 정도의 소송이 걸려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제작진들은 기본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어요. 소송의 잣대가 공익과 사실에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는 많이 신경을 쓰고 있긴 하지만 그보다 먼저 방송을 누구를 위해 만들었느냐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적어도 시사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들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법원에서 어떤 판단의 잣대를 대는지 잘 모르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방영금지가처분이 보통 방송이 나가기 직전에 결정이 난다는 겁니다. 가처분을 내는 소송 당사자들도 취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방송일정에 임박해 가처분 신청을 내기 때문에 과연 법원이 방송내용의 사실여부를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또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가처분 제도의 취지와 달리 가처분 제도는 방송에서 자신들의 비리가 드러나는 것을 막으려는 이익단체나 개인들에 의해 악용돼 애초 취지와는 다르게 변질되고 있다는 거죠.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시청자들입니다. 알권리가 손상되고 있기 때문이죠. 다시 한번 가처분 제도를 개선해 근본적으로 이런 제도가 언론에 대해서는 사후구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김상훈:그 동안 여러 비슷한 사건을 보면서 객관적으로 내용은 다르지만 추적, 고발한다는 성격이 비슷한데도 판결은 상당히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JMS건에 대해서는 법원이 가처분을 기각했고, 이재록 목사 건은 사실로 증명하기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서만 가처분을 내렸습니다. 이번의 아가동산 건은 언론의 근본적인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사전검열의 성격이 짙다고 봅니다. 과거 판결사례를 찾아봤는데 대법원판결 중 ‘형사상이나 민사상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도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라는 증명과 행위의 위법성이 없으면(증명이 없더라도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적법하다고 봐야 한다’는 결정이 있었습니다. 또 공공의 이익이 무엇인가에 대한 판례를 보면 ‘공공의 이익은 일반 다수의 이익을 의미한다’고 설명돼 있습니다.또 다른 법률 책을 보면 ‘대중적 흥미를 끌기 위해 실제의 사실 관계에 장식을 가하거나 복잡한 사실관계를 알기 쉽게 단순화하는 것은 보도 관계자의 문필가적 편집작업의 일환이므로 허용된다’라는 표현이 나와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있어서의 기교나 테크닉, 즉 방송의 편집 등이 허용된다는 것이죠. 또 ‘보도가 진실하지 않고 공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명백히 인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허위여부가 분명하지 않을 경우에는 명예훼손 등 법적 책임은 신청인에게 있다’는 판결문도 있습니다. 상당히 진보적인 법해석이라고 보여지는데 이같은 가처분 신청 판례는 대부분 알권리에 대해 손을 들어준 것들입니다. 김택수:가처분제도가 왜 있는가를 보면 현행법 714조 2항에서 권리관계에 대한 다툼이 있고 그 때 보존을 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손해가 생길 경우에 상대당사자의 인권보호를 위해서입니다. 물론 714조 2항이 인격권을 피보증권리라고 명시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해석상 인격권이 침해당할 우려가 있으면 사전적으로 금지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에 그 자체를 위헌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김상훈:아가동산 측 대리인은 대법원이 이미 김기순씨 살인사건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의 무죄판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의해 왜 재살인을 하려고 하는가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어떻습니까?김택수:일단 대법원의 판결이 있으면 사실관계에 있어서는 상대방이 훨씬 유리한 입장에 있긴 합니다. 대법원의 판결이 이미 끝났다는 점과 60여명의 새로운 증언자가 있다는 점 등 두가지를 놓고 봤을 때 현재 법원의 관행은 전자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남상문:저희가 방송에서 새로운 증언자 부분도 지적했지만, 96년도 법원의 무죄 판결문도 많이 인용했습니다. 살인에 대해서는 일사부재리가 적용돼 만약 사체가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김기순씨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하려는 이유는 당시 법원 판결문에서도 살인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살인행위가 있었다는 것은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판결문에 동일하게 나온 것이 “김기순 씨의 구타, 상해치사 혐의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인정하고 있어요. 당시 판결문을 그대로 인용한 것 일뿐인데 김기순씨를 살인혐의로 몰고 갔다며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모순이라고 봅니다. 김택수:법원 심리 때 원고와 방송물을 다 제출했습니까?남상문:녹화물은 편집이 늦어서 제출을 못했고 대신 가대본을 제출했습니다. 김택수:가처분 자체에 대해 일반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좀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가처분은 일반 소송과는 달라요. 양당사자가 대립해 서로 주장을 통해 입증정도도 증명에 이르러야 되거든요. 법관이 한치의 의심도 없을 만큼 증명을 하는 것이 입증이에요. 가처분은 현재 증명정도가 훨씬 낮아요. 예를 들어 아가동산 측의 대리인과 SBS측이 각각 증거를 제시하면서 소명을 했는데 현재 가처분 재판은 이 자료만 가지고 변론 없이도 진행할 수 있어요. 남상문:그렇죠. 판사실에서 양측이 나와서 자료만 가지고 판단을 했죠. 김택수:그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일반적인 가처분은 권리관계의 현상유지를 목적으로 하는데, 제도 자체가 실제로 본안과 동일한 정도의 효과를 갖는 경우가 있습니다. 법률적으로 단행적 가처분, 만족적 가처분으로 표현하는데 방영금지 가처분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만족적 가처분에 필적하거든요. 권리관계를 변경시키는 정도의 효과를 가져오는 거죠. 절차상 변론이 필요하지만 대부분 간단한 소명정도로 처리하고 있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남상문:이건 별개의 문제인데 지금 김기순 씨 측에서 증언자들에게 최근 비방금지가처분을 걸었어요. 타인에게 김기순씨를 음해하고 모방하고 비난하는 일체의 말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확대 해석하면 김기순씨에 대한 언급조차 안된다고 가처분을 내도 인정될 수 있다는 얘기 아닙니까? 김택수:무조건적으로 말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죠. 조금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피보증권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아가동산의 피보증권리가 인정된 상태인데 상대입장에서는 SBS측의 입장이 진실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 받아들여진 상태입니다. 물론 입증까지 취재기자에게 부담해서는 안 되는데 현재의 법은 약간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습니다. 가처분신청에 대해 법원이 관찰자로서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줄지가 여부인데 김상훈 정책실장이 제시한 판례처럼 진실이 아니더라도 취재기자가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면책된다는 것을 들어 언론자유를 폭넓게 해석해줬던 경우가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는 것을 가처분 신청인이 입증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아직은 그 정도까지 사전단계에서 가처분신청의 범위를 넓히고 있지는 않거든요. 신청자나 언론 모두 별 피해가 없도록 이익형량을 잘하는 것이 법원의 재량인데 사실관계에 대한 정확한 것이 없이 전면적인 보도금지를 한다는 것은 한쪽의 기본권을 완전 형예화시켜 위헌의 소지는 있죠. 김상훈:지난해 MBC가 가처분에서 방송에 대한 것은 제외해야 한다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는데 어떻습니까?김택수:가처분제도 전체를 위헌으로 보긴 어렵지만 절차적 요건과 가처분이 남용돼서 ‘과용금지’조항을 위배했을 때 이런 것까지 포함해서 714조 2항을 해석한다면 위헌이라고 볼 수 있죠.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거죠. 배대준:법적인 공방으로 가기 전에 SBS측은 이번 사건을 통해 상당히 피해를 많이 보지 않았습니까? 몇백만의 시청자들의 알권리가 침해당했다는 사실이 법적 소지가 있는 얘기 아닙니까? ‘아가동산 그후 5년’에 대해서 방송하지 말라고 했는데 편법이라면 제목을 좀 달리하거나 구성을 달리하면 방송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김택수: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방송을 못내보내는 것은 아니에요. 위배되더라도 언론자유를 위한 중대한 공익이 인정된다고 하면 할 수도 있지만 그런 사례는 별로 없죠. 배대준:저희도 지난번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이것을 공개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 고문변호사를 모시고 논의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변호사가 명확한 이야기를 해줬어요. 누구를 위해서 방송을 할 것이냐. PD 개인인지, <추적60분> 조직을 위해서인지, KBS를 위해서인지 생각해보라는 거죠. 결코 그렇진 않죠. 방송이 공익을 위한 것이고 시청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면 방송사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공개를 했고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사회:요즘 소송이 늘어나고 있는 배경이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취재방식이나 제작시스템의 문제는 없을까요?김택수:주로 시사고발프로 제작진들은 공인이거나 공공의 사안을 주로 다루지 않습니까.미국의 경우는 한번 언론사가 손해배상을 당하면 큰 타격을 입거든요. 이른바 제재적 손해배상이 도입돼 있습니다. 우리도 제재적 손해배상이 도입돼야 한다는데 대다수의 변호사들이 동의를 하고 있습니다. 남상문:제재적 보상이 도입돼 있지 않으면 도입하도록 해야지, 언론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라고 봅니다. 백종문:자문변호를 받는다고 할지라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소송에 걸릴 수 있는 것이 시사프로그램입니다. 얼마 전에 에서 장애인 성폭행아이템을 다룬 적이 있었는데 당사자가 구속된 상태에서 취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사자들의 집에 가서 가족들의 변론을 듣고 모자이크, 음성변조를 해서 방송을 냈는데, 5명의 당사자 중 한 명이 무죄로 풀려 나와 자신이 언론에 노출돼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항의하더군요. 우리는 모자이크, 음성변조, 하물며 동네이름까지 언급을 안 했다고 하니까,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자기 집 대문이 나왔다는 거예요. 또 취재를 하는 것이 동네사람들에게 다 알려져 피해를 봤다고 하더군요. 그때도 자문변호사의 자문을 받고 했는데 그렇게 대문까지 문제가 될 지는 몰랐죠. 그래서 저희는 PD가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얼마든지 소송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거기에 방어하기 위해서 PD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결국 공공의 이익,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것을 의 PD들은 각인하고 있는 것입니다. 명예훼손, 반론보도가 들어오더라도 이 두 가지만 확실히 한다면 별 문제될 것은 없다는 거죠. 시사프로의 속성상 고발을 하면서 시청자들의 알권리 충족을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것을 바꾸면서 하는 것은 곤란할 것 같아요. 일단 취재 PD가 위의 두 가지 점에 주의를 해야 하는 거죠. 또 한가지 방송에 대한 사회적 시선들이 개선돼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과거에는 방송이 권력의 제4부라는 말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고 타인의 개인권이나 명예를 일부러 훼손하지도 않습니다. 그런 것이 잘못 인식됐는지 법원의 판례도 방송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남상문:법원에서는 언론사도 평범한 자연인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언론사도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상대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보는 거죠. 그게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언론사는 상대적으로 공공성이 엄격하게 요구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더 법원의 시각이 완화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배대준:갈수록 제작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추적60분>을 처음 할 때와 지금은 많이 다릅니다. 어느 곳에서건 환영하는 곳은 없습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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