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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후보와 내가 어떻게 다른지 언론인들이 가장 잘 안다”
‘추격자’ 위치인 탓일까. 최문순 민주당 강원지사 후보는 이광재 전 지사에 대한 ‘동정론’을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 출마 선언부터 현장 유세에서까지 “이광재”라는 이름 석 자를 앞세웠던 그는 <PD저널>과의 서면 인터뷰에서도 “압도적인 승리로 강원도민의 자존심을 지켜내겠다. 이광재를 되찾아 오겠다. 그것이 강원도민들과의 의리를 지켜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엄 후보와 마찬가지로 MBC 기자에 사장까지 지냈다. 또 절반밖에 채우지 못한 임기이긴 했지만 국회의원까지 지냈다. 그럼에도 ‘인지도’ 면에선 최 후보가 뒤쳐져 있는 게 사실이다. 때문에 이광재 ‘동정론’을 활용하는 듯했지만, 그렇다고 크게 초조함이 읽히진 않았다. 그는 “선거 초반 상대 후보에 비해 인지도에서 밀린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더 부지런히 뛰고 도민들의 손을 잡으면서 (열세인 인지도를) 만회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출마가 예상됐던 순간부터 여의도 정치 전문가들은 최 후보의 인지도가 엄 후보에 비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트위터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여론을 보면 겨뤄볼 만 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출신 MBC 사장이라는 배경부터 현 정부 들어 계속된 정권의 언론장악 논란의 맨 앞줄에서 싸워 온 탓에 이미지가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스스로 “언론이 나에게 적대적”이라고 밝힌 엄 후보에 비해 언론 환경이 상대적으로 우호적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다. 이에 대해 최 후보는 “누구를, 어느 정당을 지지하기 때문이라고 하기 보다는, (엄 후보와 나의) 삶의 궤적이나 철학, 가치관을 다름을 누구보다 언론인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냐. 또한 내게 있어선 강원지사에 출마한 대의명분이 명확하다”며 우회적인 긍정의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최 후보는 엄 후보의 <PD수첩> 발언과 관련해 “일종의 ‘선민의식’, ‘엘리트주의’가 있다”고 힐난했다. 그는 “엄 후보가 방송사 재직 시절 PD저널리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아는 이들이 많다”며 “<PD수첩>에 대한 평가도 그런 기존의 생각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MBC 사장과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과정에 대한 엄 후보의 의혹제기에 “내가 MBC 사장이 됐을 때를 아는 사람은 많다”며 “정치권력 개입 없이 대주주인 방문진에 응모 원서를 냈고, 이런저런 구설을 없애기 위해 사표까지 제출했다”고 맞받았다. 민주당 비례대표가 된 데 대해선 “(내가 모르는) 엄 후보가 아는 내용이 있다면 공개적으로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최 후보는 최근 엄 후보 측이 TV 정책토론을 기피하고 있다며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당초 지난 8일 방송사 주최 TV토론이 예정돼 있었지만 엄 후보가 불참해 무산됐다는 주장이다. 엄 후보는 “후보 등록 이후 방송사와 협의되면 언제든 TV토론에 나설 계획”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최 후보는 “150만 강원도민과 119만 강원 유권자를 우롱하는 처사였다”며 “정책선거를 하자, 지역일꾼을 뽑자면서 TV토론 횟수를 줄이려 하는 건 유권자의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강원도는 넓은 땅으로 유권자는 후보자를 한 번 만나보기도 힘든 게 현실”이라며 TV 정책토론을 통한 승부를 거듭 강조했다.
“언론인에서 국회의원으로 변신하며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잘해낼 수 있을지, 평생 가치로 삼아온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을지…. 결과적으로 지켜내지 못해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하지만 결코 패배주의는 아닙니다. 후퇴한 것을 반드시 되돌려 놓고 더 큰 발전을 위해 강원지사에 출마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독선과 독단을 저지하는 일, 그것이 강원도민과 양식 있는 언론인들이 바라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