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루트’는 인디음악의 첫 ‘스파크’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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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대 인디음악 전문 ‘클럽 엠루트’ 조은석 Mnet PD

홍대 클럽에서 활동하는 인디 뮤지션들의 라이브 공연만 보여주는 음악 프로그램이라니! 아무리 인디음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예전보다 늘었다지만,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방송사의 입장을 생각할 땐 매주 수요일 자정에 방영되는 <클럽 엠루트>(이하 <엠루트>)는 무모해 보이는 기획이 아닐 수 없다. 설사 음악 전문방송인 엠넷(Mnet)이라도 말이다.

하지만 <엠루트>를 기획·연출한 조은석 PD는 “음악 전문채널이라면 당연히 했어야 할 기획인데 지금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한다.

“외국에선 자신이 만든 음악을 들고 활동할 공간(클럽)이 존재하죠. 거기서 눈에 띈 이들이 인디레이블을 통해 음반을 내는데, 이게 바로 인디음악이죠. 이런 인디음악들이 인기를 얻으며 중간에서 상층으로 이동하는 피라미드 구조가 돼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아이돌’이라는 상층부만 존재할 뿐 그 중간이 없어요. (인디음악이) 위로 올라갈 토양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거죠. 음악전문 채널이라면 그 토양을 다지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봐요.”

▲ Mnet ‘클럽 엠루트’조은석 PD ⓒPD저널
문제는 음악시장의 다변화를 위해 시청자들에게 보이기로 한 토양, 즉 홍대 클럽의 문화가 낯선 이들이 아직은 상당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인디음악계의 아이돌, 즉 ‘인디돌’이라고 불리는 ‘10㎝’와 ‘몽니’의 라이브 현장을 담은 첫 방송 이후 새롭다는 반응과 함께 ‘내 세상은 아닌 것 같다’며 낯설어 하는 반응도 나왔다고 한다.

조 PD는 “아이돌처럼 예쁘게 정형화 돼있지 않기 때문에 낯선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하며 “이 낯섦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가 숙제”라고 말했다. 숙제를 풀기 위한 방법으로 조 PD는 관객과 뮤지션들의 자유로운 소통을 보다 더 부각시키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을 없앤 것도 이 때문이다.

“뮤지션이 관객을 향해 내 노래를 들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그저 부르는 사람과 지켜보며 함께 흥얼거리는 사람이 있을 뿐인 거죠. 한 번 공연을 하면 두 팀 정도가 나오는데, 한 팀이 노래와 연주를 하면 또 다른 팀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관객이 되죠. 함께 즐기는 사이 자연스레 ‘교감’은 이뤄지는 것 같아요.”

▲ 엠넷 <클럽 엠루트>에 첫 방송에서 인디밴드 ‘몽니’가 공연을 하고 있다. 앞서 공연을 진행한 ‘10cm’가(사진 왼쪽) 관객의 위치에서 몽니의 공연을 촬영하고 있다. ⓒ엠넷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없애고 나니 놀이판은 더욱 커졌다. ‘국카스텐’과 ‘보드카레인’, ‘옐로우몬스터즈’가 공연(13일 방송)한 지난 7일엔 팝의 거장 퀸시 존스가 <엠루트> 녹화현장인 홍대 ‘클럽 500’을 찾아 관객들과 함께 음악을 즐겼다. 관객으로 왔던 인디밴드 ‘윈디시티’는 ‘옐로우몬스터즈’의 악기를 빌려 10분 동안 즉석 공연에 나서며 함께 놀았다. 뮤지션들의 아이디어가 담긴 거리공연 분량도 늘릴 생각이다.  

<엠루트>는 뮤지션뿐 아니라 특별관객인 ‘메신저’도 함께 두고 있다. 영화감독 양익준과 이해영, 만화가 김풍, 고재열 <시사IN> 기자 등 벌써 7~8명이 ‘메신저’로서 공연에 다녀갔다.

“음악방송을 보면 김건모, 신승훈 등 유명 가수들은 별도의 소개가 없지만 인디 뮤지션이 나오면 자막으로 설명해주잖아요. 언제 결성됐고, 멤버는 몇이며 등등. 하지만 그런 식의 소개와 함께 공연을 그냥 보여주는 게 아니라 본 사람들의 입을 통해 어땠는지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봤어요. ‘메신저’ 모두가 인디음악에 익숙한 건 아니에요. 익숙한 이는 익숙한 입장에서,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익숙하지 않은 입장에서 공연을 본 경험을 시청자들과 공유하는 거죠.”

조 PD는 “앞으로 ‘아이돌’이 관객으로 나올 수도 있는 일”이라며 “2AM의 창민이 (<엠루트>를 보고) 좋았다고 하는데, 만약 그가 어떤 팀의 공연을 보고 ‘역시 너무 재밌었다’고 하면 대중은 그 팀에 더 관심을 보이지 않겠냐”고 말했다. 

EBS<스페이스 공감>이나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처럼 ‘루키’를 발견하고픈 욕심은 없을까. 조 PD는 “기획 단계에선 그런 부분도 염두에 뒀었다”고 말했다. 과거형이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 엠넷 <클럽 엠루트> 첫 방송에서 공연한 인디밴드 10cm ⓒ엠넷

“인디음악계 안에서도 흔히 말하듯 ‘급’이 존재해요. 클럽공연도 잘되고 음원도 어느 정도 팔리는 A급, 음원 판매에선 약하지만 ‘홍대씬’에서 인지도가 있는 B급, 그리고 둘 다 약하지만 음악은 잘하는 C급. 처음엔 이런 팀들을 섞어서 공연을 해 제2의 장기하, 제2의 10㎝가 나오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인디음악 관계자들의 말을 듣고 생각을 바꿨어요. 예를 들어 소녀시대의 인지도가 10이라면 10㎝의 인지도는 얼마나 될까요. 아직 2~3 정도에 머무르는 게 현실이에요. 사실 여러 페스티벌과 기획들로 인지도를 0에서 1로 올린 팀들은 많아졌어요. 그런데 2~3의 인지도를 가진 팀들은 계속 그 자리에 머물고 있어요. 이들이 더 올라가 줘야 계속 수혈되고 있는 1도 올라갈 곳이 생기지 않을까요.”

조 PD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결국 대중에게 노출될 수 있는 무대를 많이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돌은 한 번 음반 활동을 시작하면 한 달 이상 각종 음악 프로그램은 물론 예능 프로그램까지 출연하는데, 인디 뮤지션이라고 1년에 한두 번 음악방송에 나오는 데 만족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조 PD는 한 번 <엠루트>에 섰던 뮤지션이라도 또 다시 기회를 주는 데 주저하지 않을 생각이다.

“원래 좋아하던 음악은 길에서 스치며 들어도 감동을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음악은 달라요. 정보가 필요한 거죠. 그런 의미에서 <엠루트>가 ‘스파크’의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엠루트>에서 인디음악들을 집중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다른 매체에서도 ‘이런 음악이, 뮤지션이 있었네’ 하며 다루길 바라는 거죠. 간헐적인 스파크로는 불을 낼 수 없지만 계속해서 마구 일어나는 스파크는 커다란 불이 되는 거니까요. 최소한 1년 동안 이렇게 스파크를 내다보면 1970년대 신중현, 1980년대 조용필, 1990년대 서태지, 2000년대 아이돌의 시대에 이어 ‘홍대씬’의 뮤지션이 2010년대의 대한민국 음악을 이끌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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