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방사능 보도의 불안과 불신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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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사능 보도의 불안과 불신구조
  • 송경재 경희대학교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수
  • 승인 2011.04.13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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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동북부 대지진의 여파는 단순히 지진과 쓰나미 피해가 전부가 아니었다. 아직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한 인명 손실만이 아니라 천문학적인 피해액도 세계경제에 주름을 지게 했을 정도다. 여기에 원자력발전소에서 유출된 방사능 위험은 동북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었으니 그 파장은 상상을 불허할 정도다. 특히, 방사능 위협은 주변국을 아노미 상태로 빠뜨렸으며, 일본산 수산물과 농산물 수입 금지는 기본이고, 대기 중에 떠다니는 방사능으로 인한 피해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영향 때문인지 방사능 위험은 한국에서도 오프라인과 온라인 각 언론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인터넷에서도 주요 토론방은 북적이고 있고 방사능 위험과 피해로 인한 말들이 많다. 심지어는 주요 언론과 포털 사이트에서는 실시간으로 방사능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 오픈했을 정도이니 그 관심도를 짐작케 한다.

안전 또는 불안, 양분된 여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방사능과 관련된 여론은 크게 2가지로 양분된다. 방사능비와 대기 중에 섞여 있는 미량은 인체에 피해가 없다는 의견과, 생태계에서 농축되거나 장기간 노출되면 위험하다는 의견이 있다. 양자가 어느 쪽이 맞는지는 과학적 판단사항이다. 하지만 과학적 사실에 대한 검증과 함께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정부가 과연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이다.

바로 1000Km 떨어진 이웃 나라에서 막대한 방사능이 유출되고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가는데, 안전하다는 말만 하기에는 너무 안이한 대응이 아닐까? 설혹 바람과 대기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 미치지 않는다고 해도 심리적인 불안감을 없앨 수는 없다. 그 실례가 얼마 전 봄비에 방사능이 함유되어 잇을 것을 우려한 학부모들이 휴교를 요구하고, 학교를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한 중앙 일간지의 보도에 따르면 우산이 약 7배나 팔렸다고 한다. 왜 과학적으로 인정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미숙한 대응이 불안을 낳고 불신으로 이어져

필자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3년 전의 광우병 사건을 보는 듯하다. 당시 정부의 대응도 비슷했다.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고, 철저히 검역을 하면 되고, 심지어 일부 공직자는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벼락 맞을 정도도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국민들은 안심하지 못했고 정부불신은 커져만 갔다. 그 이유는 당시 문제의 핵심은 단순한 확률의 문제가 아니고, 미지의 병에 대한 공포, 안전한 먹을거리를 주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 정부의 성급한 정책실패, 일부 공직자들의 실언, 잘못된 정부의 대응이 정부불신으로 이어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 케네디 정책대학원의 조셉 나이(J. Nye)가 편집한 ‘국민은 왜 정부를 믿지 않는가?’라는 책은 세계적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의 원인에 대해 분석한 책이다. 그는 국민이 정부를 믿지 않는 이유에 대한 경제적, 현대 사회의 개인주의화, 정치인들의 과오, 언론의 선정주의 경쟁 등이 정부의 불신을 높였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현대사회의 변화된 시민들의 의식과 정치인들의 잘못된 인식, 언론의 문제이다. 시민들은 과거와 달리 안전하게 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날 친환경주의, 녹색운동 등으로 점차 강화되고 있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생명의 위험이 있고 누적되면 영원히 고치지 못할 치명적인 질병의 위험이 1000억만 분의 1이라도 있다면 불안한 것은 당연하다.

결국 이번 방사능비로 인한 혼란은 정부책임이 크다. 1번 정도의 X-레이 찍는 것보다 미량이니 걱정 없다는 발표는 그런 차원에서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오존경보나 황사경보가 울리면 노약자의 외출을 삼사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상세히 알려주던 정부가 잠재적 위험에 노출된 국민들에게 괜찮다는 말만 해서는 안 된다. 과학적으로 안전하지만 혹시 있을지 모르는 여러 가능성을 알려야 했다. 그것은 정부가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 송경재 경희대학교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수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최소한 예상되는 잠재적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지 괜찮다는 정부의 보도만 받아 적는 다면, 그것은 언론의 감시자 역할, 사회의 공기로서의 역할을 방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비록 미량이고 피해는 없을지라도 국민들이 혹시라도 있을 1000억만 분의 1이라도 피해의 공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예방과 보도가 되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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