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명분도 실리도 없는 김미화 교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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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사장 등장 이후 MBC에서 공영성이 훼손되는 사례가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W>와 <후 플러스>가 경쟁력이라는 이름 아래 폐지됐는가 하면 손석희 교수와 신경민 앵커가 각각 <100분 토론>과 <뉴스데스크>에서 강제로 물러났다. <PD수첩>의 ‘간판스타’ 최승호PD 또한 축출됐다. 이런 가운데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 김미화씨에 대한 교체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또 한 차례 파장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에 따르면 라디오본부 편성기획부장이 지난 5일 김미화씨를 만나 사견임을 전제로 “종전과 다르다. 이번에는 어렵게 되었다”며 다른 시간대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옮길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간단히 말해 시사프로그램 진행에서 손 떼란 이야기다.  이에 대해 노조는 “MBC의 독립성과 경쟁력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고, 라디오본부 PD들 역시 ‘평PD협의회’를 구성해 연달아 성명서를 내고 피켓시위를 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프로그램 개편의 실무책임자인 편성부장이 민감한 시기에 개인 의견을 내세우는 것도 이상하거니와 담당 제작부장 및 PD와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의사를 전달한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어렵다’는 편성부장의 발언은 순수하게 들리지 않는다. 김미화씨를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청와대와 한나라당 그리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여당 추천 이사들이 진행자 교체 신호를 보낸 게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논란이 커지자 이우용 라디오본부장은 “개편 회의는 현재 진행 중이며,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편성부장이 구체적인 조건까지 제시한 마당에, 그리고 이미 김미화씨 교체설에 대한 사내외 반발 여론이 큰 데도 불구하고 결정된 게 없다고 잡아떼는 것은 합리적 태도가 아니다. PD들이 지치고, 여론도 잠잠해질 때까지 시간끌기 작전이라도 쓸 모양이다. 

일반적으로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를 교체할 때는 몇 가지 기준을 내세운다. 예를 들어 프로그램 경쟁력 약화, 광고매출 등 상업적 이익의 감소 그리고 진행자 개인의 사회적 비리나 추문 등이 해당된다. 그러나 라디오본부 PD들에 의하면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은 각종 청취행태 조사에서 늘 상위 10위 안에 들었으며 광고판매율이나 공헌이익률 등에서도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지금 상황에서 김미화씨를 교체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MBC 경영진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김미화 씨 교체 카드를 접는 게 맞다. 공영방송사에서 자꾸 공영성 훼손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MBC 안에도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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