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의 책읽기 ‘남성의 광기를 잠재운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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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contsmark0|페미니스트 마거릿 생어는 결핵환자였던 어머니가 19번의 임신, 11번의 출산, 그리고 11명의 자녀를 양육하다가 결국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았던 기억을 갖고 있다. 게다가 20세기 초 뉴욕의 빈민가에서 그녀가 간호사로 있던 때, 가난하고 피임에 무지한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 그리고 암암리에 행해진 불안전한 낙태로 죽음을 맞이하는 걸 목격하면서 ‘여성의 수태하지 않을 권리’에 관심을 쏟았다.
|contsmark1|1910년대 미국사회는 피임을 사회적으로 금기시 했다. 남성들도 피임이 해괴망측하고 불미스러운 일이라고 여겼다. ‘콤스톡법’을 통해 피임에 관한 정보들이 우편물을 통해 전파되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외설 우편물에 대한 검열이었다.
|contsmark2|그럼에도 불구하고 마거릿 생어는 1916년 산아제한 진료소를 열어 488명에게 피임장치를 시술했고, 이 일로 구금이 되면서도 ‘여성의 수태하지 않을 권리’를 쟁취하려는 그녀의 의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contsmark3|결국 그녀는 1960년 5월 인류역사상 최초로 발명된 경구피임약 ‘에노비스 10’을 세상에 내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1965년에는 미국의 법원으로부터 피임을 인정한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contsmark4|마거릿 생어는 ‘여성의 수태하지 않을 권리’를 내세워 성생활과 출산을 분리시킴으로써, 여성해방의 밑거름을 마련하였다.
|contsmark5|‘남성의 광기를 잠재운 여성들’은 제목에서 암시하듯 남성들의 집단적 광기와, 여성을 최후의 식민지로 온존시키려는 지배 이데올로기에 대항해 여성의 역사를 창조해 온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contsmark6|최초로 참정권을 요구함으로써 페미니즘 역사의 들머리에 올라 있는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를 비롯해, 드레스 대신 남장(男裝)을 하고 다녔던 조르주 상드, 미국의 대표적인 페미니즘 잡지 ‘미즈(ms.)’를 창간한 여성 저널리스트 글로리아 스타이넘 등 9명의 국내외 페미니스트들을 소개하고 있다.
|contsmark7|특히 ‘자유론’과 ‘대의정부’ 등의 저서를 통해서 자유주의 사상가로 널리 알려진 존 스튜어트 밀을 ‘여성의 예속’이라는 책의 저자로 조명함으로써, 그가 인습을 거부한 페미니스트였음을 입증한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contsmark8|우리 나라 페미니즘의 역사는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무방할 듯 하다. “정조는 도덕도 법률도 아무 것도 아니요, 오직 취미다”라는 그녀의 전언은 당대의 인습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contsmark9|그녀는 식민지 조선의 뿌리깊은 편견과 부대끼며 치열하게 살았던 신여성으로서, 결국 절벽과 같았던 당대의 성관념에 희생되어 남편과 가정,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채 행려병자로 불꽃같은 생을 마감했다.
|contsmark10|그후 우리에게는 페미니스트 시인 고정희도 있었고, 1993년 상륙한 ‘생태여성주의’의 물결도 있었고, “여성이여, 테러리스트가 돼라”(전여옥)는 외침도 있었고, ‘쎄게-섹시하게-세련되게’를 모토로 하는 “메타우먼이 돼라”(김진애)는 구호도 있었다. 물론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가 창간되었고, ‘여성문화이론연구소‘도 설립됐다.
|contsmark11|그러나, 우리 사회를 돌아보자. 가부장제 사회를 넘어 서고 있는가. 순종적 여성상과 씩씩한 남성상을 우리는 아직 열망하고 있지는 않은가. 여전히 우리 여성들로 하여금 출산과 육아문제를 ‘모체의 살점을 떼어 가는 악마’로 인식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contsmark12|시몬 드 보부아르는 ‘제 2의 성’을 통해 “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금언을 만들어 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우리의 삶 각 순간에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세상, 우리도 그런 세상으로 한번 옮겨 가 보자.
|contsmark13|문태준 불교방송 교양제작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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