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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지방의회가 동네북이다. 낭비성 해외연수, 의정비 부당인상, 의원자질 시비 등으로 지방의회는 인기가 없다. 아마 여론조사를 해 보면, 지방의회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비율은 상당히 낮을 것이다.

그러나 지방의회의 수준이 그렇게 떨어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의회 중에 상당수는 해외연수를 가기 전에 외부전문가나 주민들이 참여하는 위원회의 심의를 받는다. 그래서 요즘 들어서는 노골적인 관광성 해외연수가 줄어들고 있다. 해외연수를 다녀오면 귀국보고서를 인터넷으로 공개하는 지방의회들도 생기고 있다. 전국의 244개 지방의회 중에 아직은 소수이지만, 이런 곳들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외교활동을 한답시고 해외로 나갈 때에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위원회의 심의를 받는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리고 국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더라도 국회의원들이 외국에 다녀와서 올린 보고서는 찾을 수 없다. 국회가 지방의회보다 더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것이다.

지방의회 중에는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곳들도 생기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전체에서 사용하는 업무추진비를 날짜별로 상세하게 공개하도록 조례를 만들어 놓은  곳도 있다. 그런데 국회는 스스로 사용하는 업무추진비 세부내역을 비공개로 하고 있다. 정보공개청구를 해도 비공개로 버틴다. 업무추진비 사용과 관련된 정보는 공개대상 정보라는 대법원 판결도 있지만, 국회는 이마저도 무시하고 있다. 참고로 국회가 1년에 사용하는 업무추진비는 80억원에 달한다.

자기가 쓴 예산도 투명하게 공개하지 못하는 국회에 제대로된 행정부의 예산 감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회는 예산낭비를 근절할 의사도 의지도 없다. 오히려 국회의원들이 챙기는 지역구 예산은 예산낭비의 원흉이 되고 있다. 충분한 사업타당성 검토도 없이 밀실에서 결정되는 예산은 전시성 사업이나 ‘난개발’에 기여할 뿐이다.

2011년 4월 20일 현재. 국회 홈페이지의 ‘예산정보’란에는  2010년도 확정예산까지만 올라와 있다.

국회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2011년 4월이 지나가고 있는 시점인데도, 국회 홈페이지의 ‘예산정보’란에 들어가 보면 2010년도 확정예산까지만 올라와 있다. 2011년도 예산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만 올라와 있을 뿐이다. 작년연말에 날치기로 국회를 통과한 확정예산을 보고 싶지만, 확정예산을 찾을 길이 없다. 국회가 이 모양이니, 우리나라 중앙정부 홈페이지에서도 예산정보를 찾기란 무척 어렵다. 요즘 지방자치단체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확정된 예산을 즉시 공개하고 있는데, 이것과 비교해도 국회나 중앙정부가 많이 뒤떨어진다.

국회 운영도 불투명하기 짝이 없다. 요즘 국회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 소위원회에서 많은 것이 결정된다. 법률안같은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도 소위원회에서 합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상임위원회 회의는 통과의례로 형식적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그런데 중요한 사항이 결정되는 소위원회의 회의는 자기들끼리 의결해서 비공개로 할 수 있다. 밀실합의를 제도적으로 보장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운영되면 이익단체의 로비나 압력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투명하지 않은 곳에서는 항상 부조리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 하승수 정보공개센터 소장

국회 운영이 이 모양인데, 우리나라 언론들도 이상하다. 국회에 대한 감시는 상대적으로 소흘하다. 지방의회의 낭비성 해외연수는 언론의 단골메뉴로 올라오지만, 국회의원들이 외교활동을 명목삼아 해외로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하다. 그래서 국회란 조직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불투명한 조직이 되었다. 정보공개법이나 대법원 판결조차 무시해도 좋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괴물’이 되었다. 국민에 대해서는 폐쇄적이고, 기득권집단, 이익집단에 대해서는 개방적인 존재가 되었다. 이런 국회부터 투명하게 만드는 것은 지금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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