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MB 정권 후반기의 '언론 옥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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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논란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집권 초기 대통령 언론특보 출신 인사들을 주요 방송사와 언론 유관기관에 대거 낙하산으로 보내 인적통치를 시도한데 이어 앞으론 ‘사찰’과 ‘심의’라는 양날의 칼을 벼리려 하고 있다.

먼저 지난 3월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한 ‘방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의 문제점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말썽을 빚고 있다. 한나라당 허원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사실관계의 조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해당 사업장 등에 출입하여 조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조사 대상을 “방송의 다양성·공정성·독립성 또는 시청자의 이익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라고 정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방통위 직원들에게 방송사를 현장조사하고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사법경찰’의 역할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이 정부 들어 <PD수첩> ‘미국산 쇠고기’편 방송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방송사에 찾아오고, 경찰이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생방송 스튜디오에 난입해 대본을 달라고 요구하는 등 후안무치한 행동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마당에 이제는 검찰과 경찰도 모자라 방통위 직원들에게까지 사법권을 부여하겠다니 언론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적 가치를 정면 위배하는 악법으로 당장 폐기돼야 마땅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한나라당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문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내용도 모른 채 동의했다는 것이다. 언론단체에서 문제제기를 하자 잘못을 시인하며 법사위 통과만은 막겠다고 밝혔지만 민주당의 계속된 갈지(之)자 행보가 미덥지 않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인적 구성이 갈수록 보수화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 8일 이명박 대통령이 심의위원으로 내정한 박만, 최찬묵 변호사와 박성희 이화여대 교수가 그렇다. 박 교수는 <조선일보> 출신인데다 두 변호사는 모두 공안검사 출신으로 언론 분야의 경험이 일천한 상황이다. 현 정부 들어 방통심의위는 그동안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통제하고 정부 비판 프로그램에 재갈을 물리는 등 언론단체 등으로부터 ‘PD저널리즘의 공적’으로 지적받아왔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이 공안통 출신의 변호사와 보수언론 출신의 학자를 내정한 것은 앞으로도 노골적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통제하고 편향된 심의를 계속하겠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권력누수 현상을 사전 차단하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방송인들의 입을 막겠다는 속셈이다. 옛말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명박 정부와 여당은 집권 후반기가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염치없는 행동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이들에 의해 PD들의 소중한 일터인 방송 토양이 얼마나 오염될지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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