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BS 앞에 작아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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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KBS 앞에 작아진 국회의원
  •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
  • 승인 2011.04.2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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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
국회 본회의장

‘수신료 인상’에 대한 논의는 몇 년 째 언론·시민운동진영의 화두였다. 공영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항상 전제가 있다. 지금의 KBS로는 수신료 인상이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동안 KBS는 난시청 문제 등을 시민들에게 떠넘겼고, 케이블 요금 이중 부과의 책임을 회피해 왔다. 공영방송이라면 보편적 접근권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야하고, 수신료위원회(가칭)를 통해 수신료와 광고 수익을 정확히 구분해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또한 상업적인 콘텐츠에 흔들리지 않을 공영성 높은 콘텐츠 제작과 관영방송이 되지 않도록 독립성과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KBS는 수신료 인상안을 통과시키면서 아무것도 이행하지 않은 채 구두로 ‘약속’만 했다. 그리고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지난 3월 여야는 수신료 인상안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상정했다. 사실상 국회 통과가 눈앞에 있었다.  

▲ 국회 본회의장
언론인권센터는 국회의원들이 ‘수신료 문제’를 국민의 입장에서 판단해 주길 바란다는 의미에서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찬반 의사를 묻는 질의서를 돌렸다. 소속 상임위에 상관없이 298개 국회의원실을 돌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KBS 때문에 ‘수신료 인상반대’라고 말하지 못하는 국회의원들의 속사정을 듣게 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언론사 KBS에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는 의원들을 이해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수신료 인상안’이 본회의 표결처리 되지 못하도록 오히려 시민들이 목소리를 크게 내달라는 보좌진의 얘기를 들었다.  

결국 298명중 35명만이 ‘반대’ 의사를 전해왔다. 그 중에는 한나라당도 있고, 자유선진당,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 민주당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원들은 '무응답'과 '답변 거부'라고 말했다. 우리가 이미 우려한 대로 KBS가 전사적 차원에서 수신료 인상을 위해 해당 지역 KBS 기자들까지 동원하며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언론인권센터 4명의 활동가들이 직접 국회에 가고, 팩스로 다시 보내면서 전화를 돌리고, 의원들에게 ‘수신료 인상’에 대한 시민의 의견을 전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극성을 떨어서라도 수신료 40% 인상(월 1000원)의 의미를 의원들이 정확히 이해하고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요즘처럼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의미있는 1000원이 되게 해야 했다. 수신료는 전 국민이 공영방송을 통해 언론권을 공유하고 있다는 상징이다. 수신료 제도의 운영이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그대로 반영하는 대표적인 제도라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신료 인상에 앞서 투명한 수신료위원회 설치 등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4월 국회에서 넘어간 ‘수신료 인상안’은 6월 국회에서 또 다시 논의될 것이다. 수신료 인상은 그 어떤 정치적 의미로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그 의미를 제대로 납득하고 공감할 때 이루어져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KBS와의 관계를 생각하기에 앞서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인이 되길 요구한다.

▲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
또한 국회의원은 국민여론을 뒤로한 채 수신료 인상을 전제하고 논의해서는 안된다. 공영방송의 정체성 확립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수신료 제도를 개선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물가 폭등으로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어려운 지금 ‘수신료 인상안’이 건설적인 논의없이 가결될 경우 국민의 대표를 자처하는 국회의원들에게 국민들은 큰 분노와 실망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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