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 눈] 실언과 격언의 인용- 4·27재보선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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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디씨)나 ‘웃긴대학’에서 화제가 되었던 어록이 최근 다시 화제가 됐다. 이른바 ‘디씨의 현실적인 명언’이란 이름으로 묶인 건데 이를테면 이런 거다.

“일찍 일어나는 벌레가 잡아먹힌다”, “공부는 실수를 낳지만 찍기는 기적을 낳는다”, “국가가 네게 무엇을 해주었는가를 생각하기 전에 네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라. 어차피 국가는 널 위해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 따위의 충분히 체감 가능한 영역의 레토릭이다.

#2
재보선이 성황리에 끝났다. 이 정도 흥행이면 대박 수준이란다. 대박을 터뜨렸거나 혹은 쓸쓸히 발걸음을 돌린 주-조연들에게, 인터넷 성지에서 수행 중이신 현자들께서 그 수고를 칭송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디씨의 현실적인 명언이 그들의 과거를 규정하며 미래를 인도할지니. 절묘하거나 이상하거나.

#3
총리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하고, 우여곡절 끝에 적진 한복판 남쪽 시골마을에서 재기에 성공하신 전 도지사님. 누군가는 ‘이스라엘에서 빈 라덴이, 팔레스타인에서 샤론이 당선된 격’이라고들 하는데 그런 표현은 무 마음에 담지 말고, 이 말만 잘 기억하시길 빈다. 현자들의 말씀하셨으니 “이겨도 병신, 져도 병신이라면 승리하는 병신이 되어라.” 아니 그렇다고 당신이 뭐 모자라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고. 아이 참, 어디가나 항상 이기라는 응원의 메시지라니까요.

현자 왈(曰) ‘예의와 배려는 개나 앓는 질병’이라고 했다. 이 정신을 받들어 평소 ‘우리 서로의 의견은 존중하기로 하자. 어차피 내가 맞고 네가 틀리지만’ 사상으로 이름을 날리셨던, 또 이번 재보선에 ‘땡깡’부려 참여했다는 한 ‘시민’ 분께는 이 격언을 인용해 드리고 싶다. “큰 집단에서 어리석은 사람들의 힘을 과소평가 하지 마라.” 그 분께선 보수화되는 노인층을 향해 ‘60대가 되면 뇌가 썩는다’는 표현을 하셨었지, 아마? 어쨌든, 과소평가하고 혼자 떼쓰고 하니까 이스라엘에서 빈 라덴이 당선되고, 승리하는 병신이…쿨럭.

천당 밑의 어느 지역구에서 승리하신 분께는 이런 문장이 어울린다. “남들이 널 필요로 한다고 해서, 꼭 그게 네가 중요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자, 이렇게 재보선이 마무리 되고 나니까 저기 파란 지붕에 계신 한 특별한 장관님이 그랬단다. ‘젊은 사람들이 우리 당은 이유도 없이 그냥 싫다고 하니’라고. 댓글도 많이 달고, 싫어하는 트위터에서 트윗과  멘션을 그렇게 날려도 이유를 모른다니.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나 만나줄 건 아니잖아? 아, 이런 분들께는 그냥 차라리 희망과 기대감을 선물해 드리는 게 나을 듯. 그런 뜻에서 한 시사평론가는 응전을 포기하며 이렇게 이야기 했다. “말을 해도 못 알아먹으니, 솔직히 이길 자신이 없다.” 이렇게 못 알아먹는 것도 재주다.

▲ 김규형 SBS PD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으며 희망과 기대감이 없어지는 독자들은 다시 한 번 명심하도록 하자.

“국가가 네게 무엇을 해주었는가를 생각하기 전에, 네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라…어차피 국가는 널 위해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 그러니 결론은, 대박을 향해, 우리는 투표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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