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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프랑스= 표광민 통신원

지난 1일 인민전선(Front national) 지지자 3000여 명이 거리행진에 나섰다. 이들은 파리의 오페라 대로를 행진한 뒤 관례대로 루브르 박물관 근처의 잔다르크상(像) 아래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인민전선은 잔다르크상을 모임 장소로 주로 정하는데, 프랑스를 지킨 구국의 영웅 잔다르크의 이미지에, 이민자에 적대적인 자신들을 끼워 맞추려는 속셈 때문이다. 화려한 금빛 위용을 자랑하는 잔다르크상 아래에서 인민전선의 대표 마린 르펜(Marine Le Pen)은 “어둠의 시기가 끝나고 있다. 프랑스가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다”라고 연설했다. 자신과 인민전선이 프랑스에 새로운 빛을 줄 것이라는 대담한 발언을 할 정도로, 그녀는 최근 급상승한 자신의 인기에 고무되어 있는 듯하다.

프랑스의 한 여론조사 기관이 지난 5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마린 르펜의 지지도는 29%로 프랑스의 모든 정치인 가운데 사회당 소속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Dominique Strauss-Kahn) IMF 회장(46%) 다음으로 2위에 올랐다. 보수 성향의 정치인 가운데에서는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 마린 르펜 프랑스 인민전선 대표

지난 1월 아버지 장-마리 르펜(Jean-Marie Le Pen)의 뒤를 이어 인민전선의 대표로 선출된 뒤부터 마린 르펜은 유력한 대선 주자로 급부상했다. 지난 3월 해리스 인터랙티브(Harris Interactive)가 시행한 여론조사에서는,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마린 르펜을 뽑겠다는 응답자가 23%로 1위를 차지해 충격을 주었다.

현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와 마르틴 오브리 사회당 대표 등 쟁쟁한 정치인들을 누르고 극우 인종주의 정당의 대표가 대통령 물망에 오른 것이다.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들에서도 마린 르펜은 계속 지지율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인민전선의 대통령 후보로 내년 대선에서 2차 결선 투표에 진출하리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1968년생인 그녀는 장-마리 르펜의 딸로 어려서부터 인민전선의 활동에 참여해 왔다. 2000년에는 ‘르펜 세대’라는 협회를 발족시켜 아버지 르펜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완화시키려 했고, 2007년 장-마리 르펜의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에는 이민자들을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에 통합시키려 한다고 자신들의 정책을 설명하며 인민전선의 이미지를 ‘ 탈(脫)악마화’ 시키는 데 주력했다.

▲ 프랑스=표광민 통신원/ 프랑스 고등교육원(EPHE) 제 5분과 정치철학 박사과정

그리고 대선을 1년여 앞둔 올해 초부터, 인민전선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려는 그녀의 노력이 마침내 빛을 발한 것이다.

인민전선은 반인종주의, 국수주의 등을 기치로 내걸어 왔는데, 요즘 들어 이를 유로화 및 세계화 반대로 포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반인종주의, 반세계화 정책이 프랑스의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러한 주장이 노동자 층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론조사 기관 이폽(Ifop)이 지난 4월 20~21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마린 르펜은 노동계층에서 36%의 지지를 받아 노동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정치인으로 나타났다. 마린 르펜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다소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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