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따져보기] 단막극, 새로운 플랫폼을 고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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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드라마 스페셜’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부활한 KBS 2TV 단막 드라마 시리즈가 작년 말부터는 ‘드라마 스페셜 연작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변신을 감행했다. 록 밴드 ‘부활’의 기타리스트 김태원의 일대기를 다룬 논픽션 드라마 <락락락>을 시작으로, 박연선 작가가 집필한 미스터리 스릴러 <화이트 크리스마스>, 그리고 현재 방영중인 첩보물 <완벽한 스파이>까지 이 연작 시리즈는 미니시리즈에서는 흔히 만나기 힘든 소재들과 좀 더 꽉 짜인 형태의 이야기 포맷을 선보이고 있다.

짧게는 2부작에서 많게는 8부작으로 늘어난 ‘드라마 스페셜’의 변신은 신진 연출가들과 작가들을 발굴하고, 또한 대안적인 드라마의 실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환영할 만한 시도다. 하지만 그만큼 주 1회 단편 드라마로 이루어졌던 예전과 달리 더 많은 신예 작가들과 연출가들에게 기회가 돌아가지 못하게 된 점은 작은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  KBS 2TV <완벽한 스파이> ⓒKBS
혹시라도 연작 형태로의 변신이 단편 드라마로는 시청률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결정이었다면 더더욱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는 노릇. 그렇다고 책임감이라든가 사명감과 같은 명분만으로 드라마의 기본이라 할 단막극의 존치에 대해 목소릴 높이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이쯤 되면 단막극의 또 다른 활로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우선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케이블 채널이다. 알다시피 지상파 방송 3사는 모두 자사의 드라마 콘텐츠를 재전송하는 케이블 채널들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MBC드라마넷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두 방송사의 드라마 케이블 채널은 거의 지상파 콘텐츠 중심의 편성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쉬운 이들 채널을 통해 단막극 시리즈를 부활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케이블 채널의 특성상 지상파에서보다 더욱 자유로운 표현도 가능할 것이며, 간접광고 등을 통한 제작비 충당에 있어서도 비교적 손쉽다는 장점 또한 가지고 있다.

부차적으로 고려해 볼만한 활로는 모바일 서비스다. 특히 한 시간짜리 단편 드라마는 상영시간이 긴 영화라든가 회차가 많은 미니시리즈보다 더욱 모바일 친화적인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지금도 방송 콘텐츠의 모바일 서비스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한 단막극 특화 서비스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면 승산이 없다고만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를 위해 과거의 단막극 아카이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큰 투자 없이 효과적으로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지난 해 말 <아이리스>를 통해 많은 주목을 받은 드라마 연출가인 김규태 PD. 적지 않은 수의 드라마 애호가들은 그가 ‘드라마 시티’를 통해 선보였던 단막극 <제주도 푸른 밤>을 통해 이 범상치 않은 연출가를 발견했다. 새롭게 그의 단막극을 복습하게 될 시청자들은 일찍이 이 드라마에 모습을 드러낸 바 있는 배우 엄태웅과 김윤석의 또 다른 면모에 놀라게 될 것이다. 최근 <황금어장>에 출연한 배우 이선균이 밝혔듯 무명시절 그가 출연했다는 수많은 단막극들은 또 어떤가.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단막극은 일회성 콘텐츠가 아니라 잠재적 부가가치가 큰 스테디셀러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방송사의 의지다. 급변하는 다매체 시대에도 고작 시청률 지표만으로 모든 가능성들을 다시금 배제하고 만다면 공공재로서의 방송이 가져야 할 책임은 물론이요, 투자 가치가 적지 않은 콘텐츠를 외면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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