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친환경적인 미래를 남극에서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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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다큐멘터리 ‘남겨진 미래, 남극’ 신언훈 PD

남극점 탐험가로 유명한 인물이 두 명 있다. 바로 영국의 스콧과 노르웨이의 아문센이다. 아문센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1년 인류사상 최초로 남극점을 도달했다. 역시 비슷한 시기에 스콧도 남극 탐험을 시작했지만 아쉽게도 첫 남극점 도달의 영광을 아문센에게 내주고야 말았다.

최초로 친환경 장비만을 이용해 남극점에 도달한 ‘그린 원정대’가 있다. 박영석 탐험 대장과 대원 5명의 ‘그린 원정대’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스노우 모빌을 타고서 41일 동안 남극을 횡단했다. 이들의 모습을 담은 SBS <남겨진 미래, 남극>에 연출을 맡은 신언훈 PD를 지난 16일 서울 목동 SBS 사옥 내 카페에서 만났다. 

▲ SBS <남겨진 미래, 남극>을 연출한 신언훈 PD ⓒSBS

신언훈 PD의 이력은 탐험가만큼 화려하다. 2000년 K2 등반을 시작으로 북극, 베링해 원정부터 에베레스트 등반까지 했다. <남겨진 미래, 남극>의 기획은 2009년 5월경 에베레스트에서 시작됐다. 신 PD는 내친김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친환경적인 남극 횡단해보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탐험의 선두주자 격인 노르웨이와 영국 등은 이들간의 ‘속도전’에 열을 가했다. 또 탐험대의 식량 및 장비를 담은 지원 차량이 엔진의 성능만큼 많은 기름을 쓰며 뒤따랐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남극 횡단’에 주목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첫 시도인 만큼 ‘맨 땅에 헤딩하기’의 연속이었다.

“사전 조사는 안 해본 게 없을 정도예요. 2010년 4월부터 전기 자동차를 만드는 중소기업들부터 전기자동차협회, 농기구협회까지 샅샅이 뒤져 적절한 장비를 찾는데 3개월가량 걸렸어요. 아무래도 남극이 -30~40℃로 워낙 기온이 낮아 전자 장비와 배터리가 제대로 작동하느냐가 관건이었죠.”

시행착오 끝에 운 좋게 전기 자동차를 만드는 청년 사업가 김수훈 대원을 만나 스노우모빌을 에코 모빌로 개조하는데 성공했다. 제작진은 실내 스키장에서 에코모빌의 주행 테스트와 냉동 창고에서 혹한 테스트를 거쳤다.

“유럽은 사전 테스트를 그린란드로 많이 가요. 지형적으로 가깝고, 남극과 비슷하기도 해서요. 아마 우리가 유럽처럼 사전 테스트를 했다면 ‘그린 원정대’를 밀고 나가기 힘들었을 겁니다.”

▲ SBS <남겨진 미래, 남극>의 그린 원정대 모습 ⓒSBS

그린 원정대와 제작진은 현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준비해서 떠났지만 막상 남극에서 맞닥뜨린 예상 밖의 변수는 도처에 도사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무게와의 싸움’이 시작됐다. 에코 모빌의 배터리는 1개에 15kg인 24개의 태양광판으로 9시간 충전해야 3시간 운행할 수 있다. 태양광 발전소를 들고 다니는 것과 다름없다. 24개의 태양광판과 식량, 각종 장비까지 지원 차량 없이 간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순조로울 줄 알았던 ‘태양과의 싸움’도 이어졌다. 신 PD는 “(남극은) 낮밤 관계없이 태양이 계속 떠있으니 태양광판 충전은 무리가 없을 거라 여겼지만 이상기후로 12일 정도가 구름이 껴 충전하는데 애 먹었다”고 말했다. 또 방향을 걷잡을 수 없는 ‘화이트 아웃’도 빈번히 발생해 48시간 동안 꼼짝 없이 발이 묶여 일정에 차질이 생길 뻔했던 일도 있었다.

베이스 캠프에 있던 신 PD를 가장 피 말리게 만든 사건도 있다. 김수훈 대원이 잃어버린 노트북 찾으러 나섰다가 실종된 것이다. 신 PD는 “김 대원이 에코 모빌 정비의 중추적인 역할이라 온갖 설득을 해 남극까지 오도록 만들었는데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다행히 원정대는 김 대원과 12시간 정도 지나서야 기적적으로 만날 수 있었다.

이처럼 생고생을 하며 만든 ‘친환경적인 남극 횡단’을 통해 신 PD가 시청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신 PD는 “남극처럼 극한의 추위에서도 전기자동차(에코 모빌)가 견뎌냈으니 앞으로 우리 현실 속에서도 신재생에너지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지구온난화의 대안만이 아닌 미래 산업으로서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SBS <남겨진 미래, 남극>은 지난 15일 1부 ‘야생의 부름’편을 시작으로 2부 ‘얼음바다, 태양의 돛을 올려라’(22일), 3부 ‘하얀 정글의 사투’(29일), 4부 ‘빙원의 프론티어’편(6월 5일)을 매주 일요일 밤 11에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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