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가처분 위헌 신청에 합헌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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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알권리 제한 법적으로 용인해 준 꼴” 반발 확산

그 동안 ‘방영금지 가처분’(이하 가처분)에 대해 여러 가지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지적돼왔음에도 불구하고 MBC가 과 관련해 작년 5월 제기한 가처분 위헌신청에 대해, 지난달 30일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옴에 따라 각계에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헌법재판소는 언론의 자유를 가로막지 말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소신과 양식에 따라 프로그램의 내용과 수위를 결정하지 못하고 항상 법원의 판단에 의지해야 한다면 언론자유는 갈수록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고, 이에 앞서 MBC 노조도 지난 1일 성명서를 발표해 “국민의 알권리를 제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민주주의의 퇴보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법부 의한 규제도 사전검열에 해당법조계, 학계, 방송계는 가처분 제도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고 말한다. 가처분에 대한 논란의 중심은 먼저 가처분이 사전검열에 해당하는지 아닌지이다. 헌법 21조에서 사전검열을 금지하고 있지만 그 동안 사전검열은 사법부가 아닌 행정기관에 의한 규제로만 해석이 돼왔다. 이번 헌재 결정배경에도 이같은 인식이 깔려있다. 그러나 사전검열을 행정부에 의한 것으로만 한정짓는다는 법률적인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김성규 변호사는 “사전검열을 행정부에 의한 것으로만 제한하는 것은 법원의 일반론적인 해석이며, 사법부도 권력기구이기 때문에 사전검열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상 변호사도 “사법부에 의한 규제는 사적 당사자간의 사적분쟁을 해결해준다는 이유로 사전검열로 보지 않고 있는데 사적인 차원을 떠나 공적관심사에 연관된 분쟁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고 밝혔다. 사전검열에 대한 명시적인 조항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연히 판결은 재판관의 재량에 상당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관련 판례도 사전검열을 행정기관으로 규제한 경우에서부터 모든 국가기관으로 해석의 폭을 넓힌 경우까지 다양한 사례가 존재해왔다. 전체 방송내용도 못본 채판결 비일비재또한 가처분의 판결상 문제점도 거론된다. 가처분 제도가 기본적으로 급박한 사안과 관련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제까지의 경우를 보면 주로 방송당일 재판이 진행돼 최소한 방송내용조차 알지 못하고 판결이 날 때도 비일비재했다. 따라서 제작진들이 재판에 대해 증거나 변론을 충분히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또한 방송 몇 시간을 앞두고 프로그램 완성본이 나오는 제작 특성상 재판이 형식적, 일방적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많다는 지적이다. MBC의 한 제작진은 “시사고발프로그램의 경우 방송당일 완성되기 때문에 가처분을 신청한 신청자에 비해 충분한 증거자료들을 준비하고 재판에 임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언론전담재판부 필요, 법원 시각 완화돼야방송 현업인들은 가처분제도가 가지고 있는 인격권 보호의 취지는 인정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조항이 불충분해 그때 그때마다 방송내용이 제한된다면, 언론의 기능이 위축되기 때문에 어떤 요건에서 가처분이 받아들여져야 하는지에 관한 정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MBC 법무팀 조규승 차장은 “방송법 등에 방영금지가처분 제도에 관한 조항을 만들어 명확하게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규 변호사도 “현재 정정보도, 손해배상, 방영금지 가처분 등의 규정이 산발적으로 돼있는데 방송법에 그 요건을 세부적으로 명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또 방송의 공익성과 언론자유를 보호하는 재판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언론전담재판부 신설이나 법원의 시각 변화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형상 변호사는 “언론전담재판부 등 재판부를 따로 만들거나 형식적인 절차가 아닌 완성된 방송분을 가지고 집중심리를 하는 등 방송의 특수성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SBS 남상문 PD는 “언론에 의해 인격권이 침해되는 경우도 있지만 언론은 기본적으로 공익성이 먼저 요구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법원의 시각도 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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