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원자력은 민주주의와 양심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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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웃 나라인 대한민국은 벌써 후쿠시마를 잊어버린 듯하다. 원자력 발전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여전히 높다. 정책 결정자들이나 일부 언론들은 ‘원자력 발전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논리를 반복한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지진 위험성이 낮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얘기도 덧붙여진다. 그래서 신규 원자력 발전소를 짓겠다고 하고, 수명이 다한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을 연장하는 것도 추진되고 있다.

이웃 일본이 사실상 원자력 발전 확대 정책 포기를 선언하고,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탈핵’ 정책을 추진하는 마당에 대한민국이 이렇게 ‘원자력 발전 확대’를 고집하는 것을 단순한 ‘소신’으로 볼 수 있을까? 아니면 ‘무지’와 ‘둔감함’ 때문이라고 봐야 할까? 다행히 대한민국에서도 원자력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접근하려는 노력들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나온 격월간지 ‘녹색평론’은 주류 언론에서 외면하고 있는 원자력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녹색평론’에서는 '지금 우리는 안전한지?' 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 땅에서 방사능이 검출되어도 ‘허용 기준치’ 이내이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얘기만 들어 왔다. 그런데 이번 ‘녹색평론’에 실린 대담에서는 이 ‘허용 기준치’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는 허용 기준치를 누가 정한 것인지를 따져 묻는다. 김익중 교수에 따르면 허용 기준치는 의사들이 정한 것이 아니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기준치를 참고해서 국가가 정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체에 미칠 위험성에 대한 정밀한 평가보다는 원자력 산업계의 이해가 반영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결국 ‘허용 기준치 이내’라는 말이 안전을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만약 ‘허용 기준치’가 믿을 수 없는 것이라면, 우리는 후쿠시마에 대해 더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후쿠시마에서는 이미 체르노빌 사고 때보다 더 많은 방사능이 유출되었다고 하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방사능이 유출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런데 바로 옆에 있는 우리는 너무나 무감각하지 않은가? 후쿠시마도 문제지만, 대한민국 내에 있는 원자력발전소와 핵폐기물들은 더 큰 문제다. 동해안에 있는 원자력발전소들이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그리고 경주에 짓고 있는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계속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암반이 연약하고 땅을 파면 물이 나오는 곳에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하기 위한 시설을 짓고 있다. 공사 기간이 연장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런 문제 제기는 어느 정도 사실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데에도 있다. 원자력 문제는 그 영향이 수만 년에 달할 정도로 오래 미치는 중요한 정책이다. 그런데도 관련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원자력발전의 안전성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데에 한해 100억 원이 넘는 돈을 쓰고 있지만, 원자력과 관련된 정보를 정확하게 알리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 하승수 정보공개센터 소장

결국 원자력 문제는 민주주의 문제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누가 어떻게 정하느냐가 중요한데, 지금은 일부 정치인과 관료, 산업계가 정책을 좌지우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책 결정으로 인한 영향은 전 국민이 받는데, 소수가 밀실에서 정책을 결정한다면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또한 원자력 문제는 양심의 문제다. 인간이 원자력 발전을 한 것은 불과 50여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런데 그로 인한 폐기물은 수만 년을 보관해야 한다. 현 세대는 원자력의 편리함을 누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후 세대는 남은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지 골머리를 앓으면서 현 세대를 원망하기를 바라는가? 그래서 원자력 문제는 양심의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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