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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MBC에서 벌어지고 있는 PD 탄압이 도를 넘어서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PD들의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더니 최근에는 온갖 보복 인사와 징계가 판을 치는 실정이다.

지난 12일 MBC는 시사교양국의 이우환, 한학수 PD를 각각 용인드라미아 개발단과 경인지사로 전보 인사했다.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PD수첩> 이우환 PD는 ‘남북 경협중단, 그 후 1년’의 취재 문제를 놓고 윤길용 국장과 갈등을 겪고 있었는데 윤 국장은 아이템의 시의성, 사회성, 비판성 등은 제쳐둔 채 오직 ‘시청률’만을 기준으로 삼았다. 한학수 PD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평PD협의회를 대표해 국장과 면담한 후 시사교양국에서 쫓겨났다.

무엇보다 이번 인사의 잘못된 점은 사측 스스로 사규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MBC 사규에는 직원 전보는 기구개편이나 승진, 징계, 질환 등의 경우를 제외하곤 “6개월 이내에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얼마나 급했으면 이런 실수를 저질렀을까. 명백한 보복 인사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들리는 소식으론 두 PD에 대한 인사 학살을 벌일 당시 사측은 보직간부 워크숍 중이었고, 윷놀이 등을 즐겼다고 한다.

다른 곳에서도 유사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라디오본부 평PD협의회에 따르면 파행 개편과 김미화씨 강제 하차 등에 반발하는 PD들의 피켓 시위가 계속 되자 이우용 라디오본부장이 경영진과 징계 관련 대책회의를 갖는가 하면 법무노무부 관계자가 사무실에 찾아오는 등 공포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세 명의 PD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돼 곧 징계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MBC 안팎에서는 사측의 이 같은 태도를 놓고 노조로 하여금 파업에 나서도록 일부러 자극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만일 그렇다면 참으로 어리석은 행동이 아닐 수 없다. 현재 MBC 노동조합은 문제 인사들의 즉각적인 퇴진, PD와 기자의 제작 자율성 강화방안 마련 등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고, MBC PD협회 또한 지난 16일 긴급 운영위원회를 갖고 제작 자율성 침해 및 보복 인사에 대응하기 위해 조만간 PD총회를 열기로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KBS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말 <추적60분> ‘4대강’ 편 불방에 항의하는 현수막을 내건 것과 관련하여 최근 제작진에 대한 징계가 확정돼 사내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는 공영방송에서 자행되고 있는 PD 탄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PD 탄압은 곧 언론 자유 말살이다. 이런 사태의 배경에는 대통령 측근 사장들의 권력 눈치 보기 및 방송 사유화 기도가 자리하고 있다. 때문에 공영방송 살리기에 나선 PD들의 행동은 정의로운 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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