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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경= 배은실 통신원

지난 8일 고궁박물관에서 전시중인 7점의 전시물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나 이 사건은 사건발생 58시간 만에 베이징시 공안국이 범죄혐의자를 체포함으로써 일단락됐다.

그런데 지난 14일, 지톈빈 고궁박물관 부관장이 베이징 공안국에 감사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웃지못할 해프닝이 일어났다. 상식대로라면 ‘한조국강위(捍祖國强威), 위경도태안(衛京都泰安)’이라고 써있어야 할 감사기에 ‘한(捍) 대신 ‘감(撼)’자가 출현한 것이다.

이로써 ‘조국을 지킨다’는 의미는 ‘국가를 흔든다’는 상반된 의미가 되고 말았다. 이 오자는 곧 전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세간으로부터 ‘초등학생도 다 알만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비난을 샀다. 그런데 고궁박물관 측은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감’자가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비난의 불길은 삽시간에 각계각층으로 번졌고 중국은 현재 이 문제로 술렁이고 있다. 사회 오피니언 리더들과 누리꾼들의 의견을 들어보자.  

▲ ⓒCNTV

한샤오: 여러 언론사에서 오자여부를 판별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했지만, 사실 이는 초등학생 정도의 국어수준만 갖추고 있어도 알 수 있는 기초적인 실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궁 측은 끝까지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우리는 이들의 아슬아슬한 행보에 진땀을 흘릴 수밖에 없다.

공자는 ‘과즉물탄개’ 즉 잘못을 하였으면 고치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고 했으며, 이는 도리어 호학의 증거가 된다고 했다. 특히 타인이 잘못을 정확히 지적되었을 때는 이를 인정하고 고치는 것이 오히려 지혜로운 대처방법이다. 그런데 고궁 측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궁색한 근거를 들고 나와 자기 입장을 옹호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글자 하나 틀린 것이 뭐가 그리 대수이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오자가 문화의 보고이자 수호자인 고궁에서 전달한 기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수많은 문물을 관리하는 박물관으로서 이는 너무 저급한 실수가 아닐 수 없다. 문물을 관리하는 사람이 반드시 학식 높은 대학자일 필요는 없지만, 최소 글을 읽고 쓸 줄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

과거 문관을 등용하던 과거시험에서는 답안에서 오자가 나오면 이를 보지도 않고 폐기처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고궁 측은 문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고 오히려 오자를 옹호하고 있다. 이런 행동을 통해 그들이 잃게 되는 것은 체면뿐 아니라 자각정신과 자존까지 쓰레기통에 쳐 넣게 되는 것이다.

량더룽: 고궁에서 오자 같은 수준 낮은 실수를 저지른 원인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생각한다. 첫째, 고궁 측의 책임소홀로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기념기를 전달한 것이다. 아무리 급했다 하더라도 문장을 점검할 시간조차 없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일을 대강대강 처리하는 책임감 결핍에서 비롯되었다.

두 번째 가능성은 고궁에 실제로 오자를 확인할 수 있는 인재가 없는 관계로, 감사기를 전달하기 전 사전점검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자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문자 초안을 세운 사람은 배움이 부족해 오자를 썼고, 기를 전달한 박물관 부관장도 배움이 짧아 오자를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무식하기 그지없다. 몰라서 저지른 잘못은 죄가 아니라는데, 이들을 어찌하겠는가?

그러나 방법은 있다. 몰라서 그랬다면 배우면 된다. 고궁 관계자들이 몰라서 그랬다면, 그들을 다시 초등학교에 보내면 된다. 중국 전통문화를 보호하고 알려야 할 고궁에서 ‘감’과 ‘한’도 구분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믿겠는가? 고궁 관계자들은 구차한 변명으로 자신을 옹호하기보다는 오히려 가만히 자신을 반성하고 문화수준을 향상시키는 데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왕위에원(작가): 누구나 오자를 쓸 때가 있지만, 문제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다. 동서양 문화에 정통했던 중국 근대 학자 구훙밍 선생이 하루는 칠판에 오자를 썼다. 한 학생이 이를 지적하자, 구선생은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중국어는 서양문자 같지 않아서 한 획만 잘못 찍어도 다른 글자가 된다’라고 했다. 그러자 그 학생은 “그건 외국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God에서 d 획을 잘못 찍으면 Dog가 되지 않습니까?”라고 했다.

양린촨(화가): 이와 같이 죽어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는 진정한 세계강국이 될 수 없다. 자신의 추한 모습에 우리는 요동(撼)하지도 옹호(捍)하지도 말고 이를 유감(憾)스럽게 느껴야 한다.

▲ 북경= 배은실 통신원/ 자유기고가
자오쒀성(문화역사연구가): 오자도 수준 떨어지지만, 죽어도 잘못을 인정 하지 않는 태도는 더 수준 떨어진다!

아이디 ‘용나무 자라는 고향’: 고궁,너는 베이징을 지키는 자들에게 서슴없이 이 기를 증정했다. 고궁을 흔드는 것은 쉽지만, 무식한 이들을 흔들어 깨우는 것은 어렵고,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고치게 하는 것은 더 어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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