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선 아나운서 자살 보도 ‘선정주의’ 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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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보도에서도 자살동기 추정…‘자살보도 기준’ 무용지물

송지선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가 지난 23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자택에서 투신, 사망했다. 그리고 논란 속에 있던 유명인의 죽음 때마다 그러했듯, 방송·언론은 선정적인 단어들을 조합하고 추측을 버젓이 앞세운 호들갑 보도를 경쟁하듯 쏟아내고 있다.

고(故) 송 아나운서는 지난 7일 새벽 자신의 트위터에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가 경찰과 119 구조대가 출동하는 소동을 빚었다. 또 같은 날 그의 미니홈피에는 프로야구 선수 ㅇ씨와의 교제 사실을 적은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가 삭제됐다. 고인은 당시 경찰조사에서 “트위터 글을 내가 작성한 게 맞지만, 미니홈피 글을 해킹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스캔들로 인해 그는 맡고 있던 프로그램 <베이스볼 투나잇 야>에서 중도 하차했고, 사망 당일 회사 측의 징계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인은 지난 22일엔 언론 인터뷰를 통해 ㅇ선수와 교제하는 사이라고 밝혔으나 해당 선수는 이를 부인했다.

일련의 논란 속 고(故) 송 아나운서가 목숨을 끊자 방송·언론은 앞 다퉈 소식을 전하며 자살 동기를 추정하는 기사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은 지상파 방송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 지난 23일 고(故) 송지선 아나운서의 자살 소식을 전하며 지상파 방송 3사 가운데 KBS <뉴스9>만이 고인의 얼굴을 모자이크처리 했다. ⓒKBS
지난 23일 MBC <뉴스데스크>는 해당 리포트에서 “송씨는 어제(22일)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ㅇ선수와) 교제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으나, 해당 선수와 구단 측이 부인하자 오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전했다. 고인의 자살 동기를 사실상 특정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곧이어 “경찰은 송씨의 정확한 자살 동기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이며 고인의 자살 동기가 확실치 않음을 밝혔다.

SBS <8뉴스>는 고인의 자살 동기를 특정 하는 대신 “악의적 댓글을 통해 스캔들이 확대 재생산됐고, 결국 30살 여성이 비난과 억측을 감당하지 못한 채 자살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고인의 어머니가 “야구선수 누구 때문에 자살한 거다”라고 얘기했다는 이웃주민의 말을 함께 내보냈다.

반면 KBS <뉴스9>는 일련의 논란들로 고인이 괴로워했다고 전하면서도 정확한 경위는 경찰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고인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 곳도 <뉴스9>가 유일했다.

인터넷·연예매체의 선정성은 한 수 위였다. <일간스포츠>는 고인의 사망 직후 아버지에게 현재 심정을 물었고, 이를 ‘단독’이란 이름으로 내보냈다. <중앙일보>의 인터넷판인 <조인스닷컴>은 과거 고인이 찍었던 남성 잡지 화보를 상기하며 당시 이를 비판했던 일부 누리꾼들의 반응을 다시금 전했다. 또 대다수 매체들은 고인이 투신한 장소의 사진을 여과 없이 게재했다. 이는 지상파 방송 3사의 저녁 뉴스 모두 마찬가지였다.

일련의 보도들은 지난 2004년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자살예방협회, 보건복지부 등이 공동으로 마련한 ‘언론의 자살 보도기준’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당 기준은 △자살자의 이름, 사진, 자살 장소, 자살 방법, 자살까지의 경위 등을 묘사하지 않을 것(사회적으로 중요한 인물 등 예외) △충분치 않은 정보로 자살동기를 판단하거나 이를 단정적으로 보도하지 않을 것 △흥미 유발, 속보, 특종 경쟁의 수단으로 자살 사건을 다루지 말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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