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KBS의 역사 인식이 걱정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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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영방송 KBS의 역사인식이 도마 위에 올라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 특집 5부작을 오는 8월 방송하겠다고 해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또다시 한국전쟁 발발 61주년을 기념해 백선엽 장군의 일대기를 다룬 <전쟁과 군인>을 다음달 23일과 24일 방송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전쟁과 군인> 제작진은 “한국전쟁을 이념의 문제를 빼고 개인의 전쟁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그려낼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옹색하기 그지없다. 익히 알려진 대로 백선엽은 만주국 장교로 근무하던 중 일제가 친일파를 앞세워 만든 ‘간도특설대’에서 3년간 활동하며 항일무장세력을 토벌하는 일을 맡았다. 당시 살해당한 독립군과 민간인이 172명에 달했으며, 수많은 사람이 체포되거나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해방 이후 친일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빨리 국군으로 변신한 그는 32세에 육군참모총장이 되었고, 그 후 외교관과 관료, 기업인 등으로 성공가도를 달렸다. 한 인물의 일대기를 조명하면서 개인사의 주요 이력을 제외한 공정방송이 가능할까. 백선엽은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돼 있다.

이승만 특집방송 논란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사측은 특집 다큐멘터리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사람들’ 연속기획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 이승만을 선정했다고 밝히고, 일방적인 미화로 흐르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반발은 여전하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회사가 해당 기획의 인물 선정을 위해 실시한 전문가 및 일반인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한민국을 움직인 사람 1위는 백번 김구였고, 이승만은 각각 3위와 8위에 그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이승만을 시리즈의 첫 번째로 꼽은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5부작 가운데 마지막 편 ‘제1공화국의 명과 암’을 빼고 나머지 네 편은 모두 ‘개화청년’, ‘독립운동에 뛰어들다’, ‘대한민국을 건국하다’ 등과 같이 찬양에 가깝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KBS의 이 같은 제작방침은 최근 들어 진행되고 있는 보수언론과 뉴라이트 계열의 역사인식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적지 않다. KBS 내부에서조차 “왜 독재, 친일 경력 인사들에 이토록 집착하는 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비판들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은 교육과 함께 민주주의의 핵심 기제로 기능한다.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언론이 제대로 된 교육적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만일 그 주체가 공영방송이라면 더욱 막중한 사회적 책무를 갖는다. 하지만 KBS가 보이고 있는 최근의 행보는 사회적 논란을 가중시킬 뿐더러 시민들의 역사의식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올까봐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KBS는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을 당장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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