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뽀뽀는 어린이의 영원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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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30주년 맞은 MBC ‘뽀뽀뽀’ 최초 연출자 이재휘 전 PD

 

▲ MBC <뽀뽀뽀>의 최초 연출자 이재휘 전 PD. ⓒPD저널
지난 20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노장(老長) PD는 자신의 생일을 맞은 것처럼 웃고 있었다. 1981년 5월 25일 이재휘 PD의 손에서 시작된 MBC 〈뽀뽀뽀〉가 25일로 방송 30주년을 맞았다. 1969년 MBC TV 개국 당시 입사해 쇼 전문 PD로 활약한 이 PD는 1995년 은퇴할 때까지 셀 수 없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출했다. 대부분은 사라지고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지만, 〈뽀뽀뽀〉 만큼은 30년 전 오프닝 노래 그대로, 이재휘 PD를 반기고 있다.   

이 PD는 30년 전 기억을 더듬으며 〈뽀뽀뽀〉의 ‘위대한 탄생’을 추억했다. 1981년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에는 일본 만화가 어린이들을 ‘휘어잡고’ 있었다. 당시 문화공보부(현 문화부)는 아이들을 위한 건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생각했고, MBC는 초등학생과 학부모들이 어울릴 수 있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기획 당시 제목은 <뽀뽀뽀>가 아닌 <엄마랑 아빠랑>이었다.

당시 연출을 맡게 된 이재휘 PD는 “이래서는 승부가 안 되겠다” 싶었다. 그는 주요 시청자를 초등학생이 아닌 6세 이하의 아이들로 삼고, 해변가요제 때부터 눈여겨본 왕영은씨를 MC 자리인 ‘뽀미 언니’로 영입했다. “(왕영은은) 키가 작아 아이들과 놀기 좋고, 가만히 있어도 웃는 얼굴이었다. 노래, 춤 모두 잘했다. TV에 나오는 음색도 굉장히 좋았다.” 그의 선택은 탁월했다.

무엇보다 방송이 임박하면서 제목을 ‘뽀뽀뽀’로 뜯어고친 게 성공적이었다. ‘뽀뽀뽀’라는 명칭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이 PD는 “‘뽀뽀뽀’란 표현은 아이들에게 가장 부르기 쉽고, 몸에 밴 단어였으며 자연스럽게 말하기도 좋았다”고 밝혔다. ‘뽀뽀뽀’는 어린 아이가 부모에게 앙증맞게 뽀뽀하는 장면을 떠올리기 쉬운 단어로, ‘뽀뽀뽀’가 유행하며 자녀의 출근길 뽀뽀는 가족의 의례가 되기도 했다.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엄마가 안아줘도 뽀뽀뽀~”로 시작하는 오프닝 노래의 탄생은 딸 아이 덕분이었다. 녹화 초반 이재휘 PD가 출근을 하는데 딸 아이가 아빠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아빠는 딸을 달래려고 뽀뽀를 했다. “그렇게 출근하다보니 이 정서가 기가 막힌 정서라고 생각해 차 안에서 가사를 적어 내려갔다.” 대학시절 음악을 전공한 이 PD는 간단한 멜로디를 만들어 두 번째 녹화부터 오프닝을 도입했다. 결과는 대성공. 그는 “여태까지 오프닝 노래가 이어지고 있어 자부심이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 방송 30주년을 맞은 <뽀뽀뽀>(현재 이름은 <뽀뽀뽀 아이조아>). ⓒMBC
요즘 〈뽀뽀뽀〉가 수백 대 1의 오디션을 통해 방송에 출연하는 아이들을 섭외하는 반면, 과거의 〈뽀뽀뽀〉는 지금보다 ‘기회의 평등’이 있었다. 이 PD는 매주 서울지역 유치원에 부탁해 20명의 아이들을 방송에 내보냈다. 당시 아이들은 연기자지망생이 아닌, 진정한 ‘뽀뽀뽀 친구들’이었다.  

아이들은 뽀식이를 때리는 뽀동이와 그런 뽀동이를 혼내는 뽀미 언니를 보며 울고 웃었다. 뽀미 언니가 “뽀뽀뽀 친구들, 밥 먹은 사람 손들어!” 그러면 스튜디오의 아이들이나 텔레비전 앞의 아이들이나 모두들 손을 들었다 놨다 했다. 그렇게 아이들은 놀면서 배웠다.

이 PD는 과거 어린이 프로그램의 인기를 회상한 뒤 오늘날 〈뽀뽀뽀〉가 시청률 논리로 오후 시간대에 방송되는 것을 아쉬워했다. 그는 현재 〈뽀뽀뽀 아이조아〉에 대해 “지나치게 고학년용 프로그램”이라며 “시청층을 잘못 설정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1990년대 말부터 〈뽀뽀뽀〉는 토요일 60분 편성으로 옮겨지거나 프로그램 폐지가 논의되는 등 여러 차례 고비를 겪었다. 그럴 때마다 〈뽀뽀뽀〉를 지켜낸 건 어른이 된 ‘뽀뽀뽀 친구들’이다. “뽀뽀뽀는 어린이의 영원한 친구”라 믿는 그는 현장의 PD들에게 “어린이에 대한 사랑과 폭넓은 이해를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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