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1사1렙, 종편 광고 직접영업 부추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론·시민단체 ‘MBC 공영 미디어렙 지정’ 법안 제시

언론·시민단체가 6월 국회를 앞두고 종합편성채널의 광고 직접영업과 함께 MBC의 광고를 공영 미디어렙에 두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에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언론개혁시민연대와 공공미디어연구소는 30일 MBC의 공영 미디어렙 지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미디어렙 법안을 공식 제안하고 나섰으며, 학계와 시민사회계 인사들도 이에 공감했다.

■“MBC 공영 미디어렙 지정해야”= 여야는 6월 국회에서 미디어렙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소유구조는 공영이면서도 재원은 광고를 통해 조달하는 MBC의 광고를 공영과 민영 미디어렙, 어느 쪽에 둬야 할지에 대해 여야 모두 당내 의견마저도 엇갈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MBC는 미디어렙의 경쟁 유형을 공·민영으로 제한하지 말고 방송사마다 미디어렙(1사 1렙)을 설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MBC에 국가재정(수신료)이 투입되지 않고 대표와 임원 또한 국가에서 임명하지 않는 상황에서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가 주식의 70%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영 미디어렙 지정을 강제할 경우 직업수행의 자유와 평등권, 재산권 등을 침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1사 1렙 미디어렙 체제라 할지라도 소유구조(공영)에 기초한 MBC의 위상은 흔들리지 않으며, 방송의 공정성·독립성 또한 그간 보인 제작진의 양심과 방송철학, 공정방송 관련 제도, 사후 심의제도 등을 통해 충분히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밖에도 미디어렙의 지분의 51%를 방송사가 소유할 수 있도록 하며, 종교·지역방송 등 취약매체에 대한 광고 배분은 방송사의 자율 결정에 맡겨야 한다는 등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미디어렙 토론회에서 “MBC는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가 (주식의) 70%를 소유하고 있는 ‘주식회사형 공기업’”이라며 “ 때문에 서울MBC에 대한 (정권의) 민영화 압박에 함께 대항했고 한국의 지상파 방송 체제를 ‘2공영 1민영’이라고 주장해 왔다”고 반박했다.

▲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로 3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130호에서 ‘방송사가 지배하는 광고판매 회사, 그 잿빛 미래’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PD저널

이어 “MBC는 KBS, EBS와 함께 공영 미디어렙에 지정돼야 한다”며 “만약 MBC가 이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면 위헌 소송을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선택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미디어렙 법안에 정부출자공사(현 한국방송광고공사)에 공영방송인 KBS와 MBC, EBS의 광고판매 위탁을 지정토록 하자는 것이다.

MBC는 SBS만이 자사 미디어렙을 소유하게 될 경우 공격적 마케팅을 펼칠 게 불 보듯 빤한 상황에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MBC에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조 소장은 “이런 주장은 미디어렙 시장이 방송사 간 시청률 경쟁에서 2차적으로 파생돼 나오는 프로모션 시장이라는 점을 망각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KBS와 MBC의 시청률 규모는 14~16% 수준으로, 케이블을 포함하는 시청률 규모가 30% 정도임을 감안할 때, 전체 시청률 규모의 절반 가까이를 공영 미디어렙이 수행하게 될 전망이다. 조 소장은 “가장 많은 시청률을 확보하는 미디어렙이 시장을 주도할 수밖에 없는 만큼, 민영 미디어렙이 공격적인 광고요금 변동단가를 구사, 시장에 충격을 주려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결국 MBC를 포함하는 공영 미디어렙은 방송광고요금의 가이드라인과 조정자 구실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MBC 미디어렙 소유, 시청률 경쟁 ‘격화’= MBC는 자사 미디어렙을 소유한다 하더라도 공영방송으로서의 공정성·독립성 등은 충분히 보장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언론·시민단체와 학계의 생각은 다르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광고홍보학)는 “지난해 10월 김재철 사장은 시청률 경쟁을 이유로 <W> 등 공적 프로그램을 폐지한 전례가 있다”며 “MBC가 1사 1렙을 계속해서 주장하려면 국민적 우려를 해소할 대안, 제도적 장치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도 “MBC가 자사 미디어렙을 소유할 경우 (SBS와의) 시청률 경쟁에 더욱 목을 맬 수밖에 없고, 킬러콘텐츠 양산에만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시청률 위주의 편성 전략’의 심화를 우려했다.

MBC에 자사 미디어렙 소유를 허용할 경우, MBC는 물론 지상파 방송 전체가 반대하고 있는 종편채널의 광고 직접영업을 제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평적 규제’ 체계의 원칙을 무너트린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제정된 방송통신기본법 제5조에 따르면 동일 서비스엔 동일 규제를 적용해야 하는데, 언론·시민단체는 이를 근거로 지상파 방송과 동일한 서비스를 하는 종편채널에 대해 지상파와 동일한 규제, 즉 미디어렙을 통한 광고판매를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소장이 “MBC와 SBS의 자체 미디어렙 소유 주장이 종편채널의 미디어렙 적용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정연우 교수도 “사실상 방송사 내 광고판매 조직과 다름없는 1사 1렙을 허용할 경우 종편채널의 광고판매를 미디어렙에 의무 위탁해도 별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총선·대선 겨냥 ‘지상파 배려’ 민주당 법안 폐기해야= 조 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MBC와 KBS, EBS의 공영 미디어렙 지정과 함께 SBS와 종편·보도채널에 대해선 공·민영 미디어렙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제시했다.

민영 미디어렙에 대해서도 △지주회사 출자 금지 △신문 등 인쇄매체·뉴스통신·통신사 출자 금지 △자산규모 10조원 이상 대기업 출자 금지 △정당 및 타 미디어렙 출자 금지 △민영 미디어렙에 대한 복수 출자 금지 △광고대행사 출자 금지 △1인 소유 지분 10% 이하 △방송사 출자 합계 50% 이하 등의 제한을 둘 것을 제안했다.

그밖에도 취약매체 지원과 관련해선 법안에 방송광고 균형발전 항목을 규정해 광고판매물량의 100분 10을 밑돌지 않는 수준에서 광고 취약 중소방송의 광고를 포함하도록 미디어렙에 의무를 부과하고, 키스테이션과 네트워크 방송사 간의 전파료 배분은 방송사 간 자율협상에 맡기되 분쟁 발생 시 규제당국이 조정토록 하는 내용을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민기 숭실대 교수(언론홍보학)는 MBC의 1사 1렙 주장을 사실상 수용하고 있는 민주당 미디어렙 법안의 철회를 주장했다. 김 교수는 “민주당 쪽에선 MBC의 자사 미디어렙 소유를 허가할 경우 내년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유리한 쪽의 보도가 가능하리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너무 먼 일”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전병헌 의원 대표 발의로 미디어렙의 최다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방송사의 구조에 따라 미디어렙을 성격을 규정하는 ‘다수 미디어렙’ 체제의 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 MBC로 하여금 SBS와 같이 자사 미디어렙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 마련한 고육지책이다. 이에 대해 조 소장은 “결국 내년 총선과 대선을 염두, 우호적인 보도를 얻기 위한 접근으로 한나라당이 조·중·동 종편채널을 위해 무리수를 뒀던 것과 오십보백보의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