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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주간지 인터뷰에서 임진택 명창은 25년전부터 ‘수궁가’를 환경 판소리로 만들고 싶었다는 계획을 밝혔다. “바다 오염으로 용왕이 병들어 자라가 토끼 간을 구하러 땅 위로 가요. 그런데 땅도 오염돼 있잖아요. 하물며 4대강 사업을 하고 있으니 자라가 못 올라가. 이게 강이여 뭐여, 둑이여 저수지여…” 판소리 열두 바탕에 녹여 낼 ‘수궁가’ 한 판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며 노(老) 예술감독의 흥미로운 반전도 기대가 된다.

지역방송 PD로서 쉽게 만나기 힘든 임진택 선생님을 뵌 것은 지난 2002년의 일이다. 당시 임 감독은 경기도 남양주와 전주소리축제를 총괄하고 있었다. 당시 임진택 선생을 비롯해 춘천마임축제의 유진규 감독과 소설가 이외수씨, 안동탈춤페스티벌의 권두현 사무국장은 지역에 기반한 아름다운 공연문화축제를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당시 그들은 ‘축제방문객 몇 명’ ‘축제로 인한 경제효과 얼마’ 라는 경제논리로 축제의 성패를 재단하는 현실과 끊임없는 투쟁을 하고 있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의 지역축제는 어떤 모습일까?
 
올해는 구제역으로 인해 잇달아 취소됐던 지역 축제 꽃놀이가 시작되는 4월부터 시작해  5월의 대한민국은 전국 어디를 가도 성대한 축제판이 계속되고 있다. 주말을 맞아 나들이 가는 도시민들에게 지역 축제는 참 즐거운 요소임에 틀림 없다. 비싼 입장료를 내고 즐겨야 하는 놀이공원보다는 체험형 즐길 거리가 많고, 고향에서 벌어진 축제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지역적 특성을 잘 살려내 자리를 잡은 지역축제도 있고, 낭비성 행사를 극복하기 위해 예산 집행이 좀 더 정교해지고, 축제 참여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판에 박힌 장사 행렬을 반복하는 축제도 부지기수며, 여전히 행정기관이 축제판을 주도하면서 자생적인 마을단위의 축제문화가 소외된 것은 지역축제의 성장이 가져 온 그늘이다.

지역 축제가 공간적으로 지역의 어느 한 곳에 집중화되고, 체험행사에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오히려 지역의 생태적 자원이 훼손되는 사례는 지역 축제의 규모화가 가져 온 부작용이다. 특히 주민 스스로가 준비하고 마을 단위로 전승돼 온 작은 동네잔치들은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한 반작용일까? 그 지역에 대한 대표 축제를 지양하고 마을단위의 작은 축제를 활성화하려는 노력들이 한편에서 이뤄지고 있다. 전남 해남의 작은 포구문화제, 미황사의 괘불제, 진도의 논배미축제는 마을 분들이 스스로 준비하고 축제의 주인인 지역민이 즐거워야 외지에서 온 관광객도 함께 그 문화를 느낄 수 있다는 축제 본연의 모습을 지켜가고 있다.

 

▲ 김순규 목포MBC PD

 

작은 축제들은 마을 공동체의 단합뿐만 아니라 마을주민들과 방문객들 사이에 지속적인 네트워크가 이뤄져 궁극적으로 마을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더군다나 지역의 마을은 대개가 농어촌이라 생태적으로 수용 가능한 축제가 이뤄지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 한때 선택과 집중을 통한 대표축제 육성을 경쟁적으로 추진해 온 지역의 축제문화는 이제 분산과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 문화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작지만 아름다운 마을 축제가 살아야 지역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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