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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가 ‘휴가’를 아느냐?

|contsmark0|요즘 sbs에서는 참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떤 부서에는 한달 정도의 휴가기간과 그 대상자가 함께 적혀있는 휴가명령 포고문(?)이 나붙어 있다. 또, 올해 연말까지 매주 금·토요일에 휴가를 내고 주4일 근무에 돌입한 간부 사원들도 있다. 본부장들은 사원들 휴가 사용 독려에 여념이 없다.
|contsmark1|그야말로, 휴가 안가면 눈치보이는 상황이다. 이 모든 일은 “연말까지 휴가 미사용 일수가 6일이 넘는 부원이 전체 10% 이상인 경우, 본부장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노사합의가 있어 가능했다. 어떻게 보면, 지금 sbs직원들은 정말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고도 할 수 있다.
|contsmark2|그러나, 어디에나 상대적 박탈감으로, 더 춥고 배고픈 이웃들이 있게 마련이다. sbs에서 이런 불우한 이웃 중 가장 많은 인원을 차지하는 것이 pd들이다. pd들이 대부분인 제작본부에서, 못간 휴가가 30일 이상인 사람이 50%를 넘고 있다. 휴가 안가면 큰일 나는 듯한 회사 분위기에서, pd들만이 꿋꿋이 버티고 있는 것이다.
|contsmark3|왜 그럴까? 다른 부서들은 팀워크(team work)로 일이 이루어지므로, 팀장의 조정에 따라 팀원들의 휴가 조절이 그나마 가능하다. 그러나 한두 사람의 pd가 작가, vj 등의 외부인력을 빠듯하게 운용하면서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는 열악한 상황에서는, pd들이 휴가를 모두 쓴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contsmark4|자기 프로그램을 맡길 여유 인력도 없고, 혹시 누가 맡아 준다고 해도, 자기 자식 같은 프로그램을 놔두고, 장기간 마음 편히 휴가를 즐길 만큼 강심장인 pd를 찾기 힘든 것이 우리 실정이다. “일요일도 제대로 못 쉬는데 휴가는 무슨 휴가냐?” “프로그램 망가뜨려가면서 휴가를 갈 수는 없지 않느냐?”는 볼 멘 소리가 나오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contsmark5|최근 ‘주5일 노동제’ 시행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빠르면 내년부터 실시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contsmark6|이런 소식을 접한 pd들은 매주 이틀 가족들과 시간을 같이할 다른 가장들과 비교될까 걱정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남들이 이틀 쉬니까, 이젠 하루만이라도 제대로 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보기도 한다. 그런데, 재계에서는 휴가를 가지 않으면 연말에 이를 정산해 금전적 보상을 하던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그리고 노사정 협의에서도 이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 같다.
|contsmark7|금전적 보상을 하지 않으면 아까워서라도 휴가를 꼭 갈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동자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contsmark8|특히 휴가를 100% 사용하는 것이 거의 100% 불가능한 pd들은 더욱 그렇다. 노조가 정말 세지 않은 사업장이라면, 휴가도 못 가고 돈으로 보상 받지도 못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contsmark9|정말 휴가를 많이 가게 하고, 실질노동시간을 줄일 목적이라면, 오히려 연월차 수당을 대폭 올리는 게 타당하다. 그래야 회사에도 적극적으로 휴가를 보낼 유인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contsmark10|그리고 수당이 과다하게 지급된다고 판단될 때, 회사도 인원확충의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다. (사실 sbs의 ‘휴가 열풍’도, 가능한 한 연월차 수당지급을 줄이겠다는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에서 시작된 것이다.)
|contsmark11|이제 우리 pd들도 ‘주5일 노동제’에 좀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나 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복지와 행복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말 등 떠밀려 눈물 머금고, 2주라는 입사이래 최장 휴가를 다녀온 한 pd가 나한테 던진 말. “휴가 가니까, 좋긴 좋더라!”
|contsmark12|이윤민 sbs 교양국 pd(노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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