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영금지가처분 유감

지난 7월 28일 서울지법 남부지원은 신청인 김 모씨가 SBS를 상대로 제기한 방영금지가처분을 인용하였고 이에 따라 SBS는 당일 방영예정이었던 시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아가동산, 그후 5년’을 결국 방영하지 못하였다. 한편 지난 99년 MBC는 을 통해 방영하려던 모 종교단체 관련 방송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방영금지가처분을 받았고 이에 대하여 MBC은 헌법재판소에 방영금지가처분위헌소원을 낸 바 있다. 그런데 지난 8월 30일 헌법재판소는 “방영금지가처분은 행정권에 의한 사전심사나 금지처분이 아닌 개별 당사자간의 분쟁에 관해 사법부가 절차에 따라 결정하는 것으로 사전검열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판단하면서 방영금지가처분은 위헌이 아니라는 내용의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릇 1990년대 이후 언론사를 둘러싼 환경은 그 이전과는 질적인 차이를 보여왔는데, 첫째로 언론사에 대한 권력의 침탈과 간섭의 약화 또는 언론의 권력화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것이며, 둘째로는 언론사를 상대로 한 일반 국민들의 각종 소송, 중재신청건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으로서 결국 언론을 둘러싼 법적, 사회학적 관심은 언론의 자유에서 언론의 책임으로 전이되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언론사의 보도내용으로 인하여 피해를 본 사람들은 그 피해를 구제 받기 위하여 손해배상청구, 반론보도청구, 정정 보도청구, 추후 보도청구, 형사고소의 방법을 택할 수 있으나 이는 모두 사후적 구제방법이었다. 그러나 방영금지, 출판금지, 배포금지가처분 등 사전금지가처분은, 언론사의 기사 또는 방송내용으로 인하여 명예훼손이나 인격권을 침해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 미리 그러한 행위를 하지 말 것과 함께 이를 어길 경우 금전배상을 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어 해당 언론사로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이다. 취재한 내용을 방영하거나 기사화하는 것을 아예 금지하는 내용의 사전금지가처분에 대하여 언론계 및 학계 일각에서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므로 위헌소지가 있다는 논의가 있어 왔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을 통하여 사전금지가처분은 언론에 대한 사법부의 사전검열로 볼 수 없고 개인의 인격권보호를 위하여 정당하고 필요한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언론사의 입장으로서는 취재의욕이 상실되는 등 중대한 도전에 처하였다고 볼 수 있지만 그 동안 개인의 법익보호에 신중하지 못한 측면도 없다고는 할 수 없어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다만 위 사전금지가처분이 남발되면 언론사 보도의 자유가 심각하게 제약되고, 이해관계집단이 너도나도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 우려된다. 따라서 개인법익보호와 언론의 자유 또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지혜가 요청되는 국면이라 할 것이다. 최승수 변호사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