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 눈] 나는 가수다 vs 나는 대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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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열풍이 가히 태풍급이다. 거의 모든 언론들이 앞다투어 ‘나가수’ 관련 가십들을 쏟아 낸다. 그렇게 쏟아 낸 기사들엔 어김없이 폭발적인 댓글들이 달린다. 그야말로 제대로 ‘먹잇감’을 물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질세라 지상파 채널들은 다양한 형태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쏟아낸다. 해외 거의 모든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포맷, 아이템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오는 느낌이다.

그러나 정작 광장으로 뛰쳐나온 수없이 많은 대학생들에 대한 보도는 극히 드물다. 너무 높은 등록금 때문에 도저히 살 수가 없다고 절규하며 뛰쳐나온 대학생들 말이다. 우리의 후배, 우리의 아들 딸 들이 목놓아 외치는 울부짖음에 주류 언론들은 침묵하거나, 기껏해야 향후 정치공학적 이해관계에 어떠한 이득이 있을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뭐 새삼스러운 일이라며 조소를 보낼 수도 있다. 언론이 이런 것이 어디 하루 이틀 일이냐며 시큰둥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한 가지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이러한 것들이 반복이 되어지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언론’에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언론에 대해 제대로 좀 하라고 외치고 외쳐도 반응이 없으면 그냥 포기해 버리게 된다는 말이다.

▲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고려대, 서강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동맹휴업 선포식이 7일 오후 이화연대 정문 앞에서 열려 참가한 대학생 대표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미 SNS는 우리나라의 주요 이슈를 스스로 생산해 내고 있다. ‘반값 등록금 집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는 가수다’와 같은 가십의 주요 이슈 역시 거의 대부분 SNS에서 생산되어진 것들이다. 이제 언론은 스스로 ‘이슈 메이킹’을 하지 못하고 SNS에서 만들어진 이슈들을 그저 ‘단순 중계’하거나 기껏해야 살을 좀 덧붙이는 수준으로 연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인들은 마치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손을 놓고 있다. 대학생들의 등록금 집회에 참여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저 언론이 원래 해야 하는 당연한 직무에 대해서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이는 단지 도덕적으로 온당하지 못해서만이 아니라 ‘생존’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위험한 태도라는 말이다.

방송 통신의 향후 변화에 대해서는 그럴싸한 말들을 수없이 늘어 놓으면서 정작 지금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이 엄청난 일들에 대해 스스로의 역할을 외면하는 것은 부도덕하기 보다는 멍청한 것이다. 언론의 의무이자 권리인 ‘아젠다 세팅’ 기능을 이처럼 포기해 버리면서 향후 방송환경의 변화에 대해 아무리 예측을 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누군가는 아마도 그저 상업적 가십들에 대해서 열심히 보도하고 그걸 통해 시청률등을 확보하면 욕은 먹을지 몰라도 생존은 가능하며 오히려 더 유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상업적 가십들 역시 이미 언론이 주도해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의제설정을 하지 않는 언론, 해야 할 마땅한 직무를 포기하는 언론은 ‘신뢰’를 잃고, 신뢰를 잃은 언론은 무슨 이야기를 하든 사람들이 귀기울여 듣지 않게 되고, 이는 언론 스스로를 점점 사람들의 관심 외각으로 밀어내는 악순환을 반복할 뿐이다.

얼마 전 기사를 보니 네이버 연간 광고 매출액이 1조1000억이라고 한다. 이는 MBC보다 대략 2800억 정도 많은 수준이다. 생각해 보자. MBC 뉴스에 있는 내용은 포털에 당연히 있고, MBC 뉴스에 없는 내용 역시 포털에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보겠는가? 그 반대의 경우에도 사람들의 매체 소비 변화로 인하여 어려운 판에 오히려 정부의 질과 양이 부족하다? 그런 매체에 광고주가 광고를 밀어 준다?

그러니 ‘나가수’ 만 할 게 아니라 ‘나는 대학생이다’도 해야 한다.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는 이슈는 단 하나도 빼놓지 말고 열심히 보도해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는 ‘생존’의 문제다. ‘도덕성’을 이야기하며 주류 언론을 꾸짖고 탓할 기회는 이미 한참 전에 지나갔다. 여전히 자신을 ‘갑’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앞으로도 갑일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주류 언론인들만 그걸 모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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