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의 책읽기 - 천천히 읽고 싶은 책 ‘신이 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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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아닌 ‘인간’ 예수의 이야기

|contsmark0|‘신앙은 저마다의 가슴 속에 품고 있는 별같은 거야’라고 이쁘고 천진난만하게 생각하다가도 허전할 때가 있다. 기독교 방송에 속해있는 방송인으로서 일주일에 일곱 분의 목사님을 모셔야 할 때, 예수와 산타클로스의 차이가 궁금할 때, 위로받고 싶을 때, 깨끗해지고 싶을 때, 나 자신과 내 가족, 친구 말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기도하고 싶을 때… 그럴 때마다 신앙을 생각한다.
|contsmark1|뿐만 아니라 “그의 아픔은 우리의 허물로 인함이요, 그가 채찍을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지 아니하는 자는 내게 합당치 아니하다” 이런 성경 구절을 마주쳐도 심장에 갈증난다.
|contsmark2|알고 싶고 느끼고 싶고(어떤 마음이냐면 ! 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도 인류를 위해서 한번 확 타오르고 싶다. 예수의 어느 한 부분만이라도 닮고 싶다. 제발 웃지 마시길) 예수는 누굴까?
|contsmark3|몇 년 전에(4년쯤 전인 것 같다) ‘성서이야기’(한길사)란 책을 마주쳤을 때의 느낌은 뭐랄까? 하여간 예수가 내 옆에 쑥 다가온 것 같았다. 얼만큼 가까이냐면 내 손을 잡고 내 눈을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요한복음에 나오는 니고데모와 예수의 만남 장면은 이렇다.
|contsmark4|“바람처럼 자유롭게, 바람처럼 잡히지는 않지만 실재하는 신적인 사랑, 성령, 다시 말하면 사랑에 참여해가는 생명적 내적 변혁이야말로 예수가 그날 밤 무수한 계명에 얽혀 있는 학자 니고데모에게 보여준 것들이다” 사마리아 여인과의 만남은 이렇다
|contsmark5|“하나님이 주려는 바 은총을 받은 측이 한가지 조건만 충족시키면 자유롭게 주어지는 것이다. 그 조건이란 거짓없는 자기인식이다. 자기인식과 희구는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산상수훈 역시 마음을 흔든다.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 가난한 자와 병자를 위해서 아낌없이 금품을 제공하면서도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 자처럼 자신의 안일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타인의 궁핍을 돕는 인간은 얼마든지 있다.
|contsmark6|그러나 복이 있는 자는 그런 무리가 아니다. 극한적인 아픔을 느껴 애통하면서 자신의 성(城)을 하나님을 위해 허물고 자신의 안일에서 뛰쳐나오는 자가 복이 있다.” 애통함이란 말이 주는 범상치 않은 울림!! 그 책을 다 읽고 난 뒤의 기분이란 “나는 당신 마음을 알아요.” 바로 그 자체였다.
|contsmark7|이번에는 ‘신이 된 남자’라는 책을 만났다. 제랄드 메사디에란 분이 지었고 책세상이란 출판사에서 냈다. 무려 일곱 권짜리인데 나는 아직 첫 권을 들고 씨름 중이다. 매일 밤 야금야금 읽어내려가고 있는데 그 밤마다 예수는 조금씩 자라고 있다.
|contsmark8|책의 도입 부분에 예수의 아버지 요셉은 (헤롯의 반역을 꾀하는 유배자 신세로 설정돼 있다.) 나이들어 아름다운 종말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어머니 마리아는(젖과 한없는 보살핌을 주는) 자상한 분이나 그녀 옆을 지나가는 바람의 의미를 읽지는 못한다.
|contsmark9|예수는 맑고 명민한 아이나 슬픈 영혼이다. 성장기의 그의 고민은 이런 거다. “나는 앞으로 목수 일을 할 수밖에 없으리라. 결혼을 하고 이급시민으로 늙어가면서 로마군대의 움직임에 긴장하고 걱정하면서 살아가는 유대인. 아니다 그래서는 안된다.
|contsmark10|그렇다고 다른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아! 알기만 한다면 그저 작은 마을의 랍비라도 될 수 있다면…” 요셉이 죽고 난 다음 예수는 폭풍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길을 떠난다. 마법사를 만나고 창녀를 만나고 도둑을 만나고 부패한 사람들을 만난다. 도대체 예수는 어떤 존재가 되어가나?
|contsmark11|지은이 제랄드 메사디에는 기존의 것들에 대한 의심과 저항이 자신이 세상을 읽는 코드라고 말한다. 이 책을 내고 기독교계에서 엄청나게 혼났다고 한다. 그래서 본인이 얼마나 예수란 ‘인간’에 깊이 매료되었는지 주석집까지 냈다.
|contsmark12|거기서 그는 반항의 가르침을 순종의 교리로 바꿔치기함으로써 개인이 혁명가 예수에 대해 자유로이 분석하고 평가할 수 없도록 한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응수했다.
|contsmark13|이 책의 부제는 ‘어디에도 씌어지지 않은 인간 예수의 이야기’다. 나 역시 마른 먼지 버석거리는 황량한 어느 거리에 나선 한없이 선량하고 부드러운 내 형제의 이야기를 듣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이 책을 읽고 있다.
|contsmark14|정혜윤 cbs 편성제작국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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