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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과 TV 화면의 함수관계는?
홍승연<방송작가>

|contsmark0|포르노는 이론이고 강간은 실천이다. 반포르노 여성 운동가 로빈 몰간의 말씀이렸다.지난해 쓰고 방영되고 지긋지긋 마음 상해했던 드라마, 좧행복의 시작좩 기자 시사회였던가. 1회 시사가 방영되는 시간 동안 계속 줄담배로 내가 쓴 드라마의 화면을 불쑥 불쑥 터져나오는 울화를 참고 삭이면서 보았던 고문의 시간이 떠오른다.한 테이블에 앉았던 기자의 말인즉 내가 언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가는가 긴장해서 제대로 화면을 보는 둥 마는 둥 했노라고 했다.“설마? 아무리? 왜요?” 짐짓 여유 있게 웃으며 받아 넘겼으나 내심 나는 내가 가담했던 드라마의 결과에 대해 이토록 시근벌떡 화를 삭이지 못해 졸지간 들키고 마는 나 자신이 참으로 한심해서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시사가 끝나고 식사와 음료가 나오면서 쏟아졌던 기자들의 질문공세는 오히려 내 분노와 슬픔을 역공격으로 전환시키는 구원의 시간이었으니… 그 중 발췌해서,기자 : 드라마 중 남성이 여성을 구타하는 장면이 있던데 여성단체로부터 성폭력 조장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텐데요?작가 : 맞아요. 저도 여러분과 같이 시사를 했지만 이 드라마엔 명백한 성폭력이 있습니다. 잘 봤어요. 동감입니다.순간 잠시 제작진, 기자, 배우 등의 분위기 썰렁해지는데… 그러나 분위기 아랑곳없이 오히려 작가의 어조가 올라간다.작가 : 분명히 이 드라마에 포함된 성폭력의 장면은 짚고 넘어가야 할 뿐 아니라 시정되어야 합니다. 다만 기자께서 지적한대로 남자가 여자를 때린 장면의 성폭력은 그건 드라마의 전개상 운명의 폭력성을 상징하는 비유에 불과할 뿐입니다.저는 화면 곳곳에서 배우들의 선정적이고 도발적인 옷차림이나 젊은 여주인공의 미끈한 다리를 훑어 아슬아슬한 각도로 올라가는 카메라의 시선, 이런 것들이 이 사회에 만연해있는 성폭력과 어떤 연계가 있는 것인지, 그런 것에서 제발 제대로 무엇이 성폭력인가 짚어내는 통찰력이 필요하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어조 비통하다 못해 가라앉는다).얼마전 신문에 열한살난 시골 소녀 어린 가장이 동네 청년들에게 윤간 당하다 못해 자살한 사건이 보도됐습니다. (다시 격앙된) 생각해 보세요. 텔레비전은 다른 여흥이나 레저나 문화를 즐길 수 없는 계층에겐 생활의 일부나 다름없습니다. 그리고 남자들의 성이란 공격적이고 돌발적이란 건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상식입니다.드라마에서 필요 이상으로 자신의 몸매를 과시하며 왔다갔다 움직이는 여배우는 이 드라마에 꼭 필요한 그런 옷차림이 아니에요. 더구나 그걸 조장하는 듯한 카메라 시선, 이거 진짜 성폭력입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스타들은 자신의 몸매 자랑 값으로 많은 개런티를 받아내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지만 시골 어린 소녀는 우리가… 내가… 내 드라마에서 파생되었을 수도 있는 이런 이러한 성폭력의 간접 희생자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우리는 마땅히 이걸 짚고 넘어가야 하고 그리고 시정해야 합니다.남자가 여자를 때린 장면 이런게 성폭력이라뇨? 그런 단견이야말로 바로 당신들의 무지로 인해 텔레비전에서 진짜 성폭력이 오히려 호도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제발 방송기자 여러분 제대로 좀 도와주세요. 어느 부분에 진정한 성폭력의 혐의가 있는건지 제대로 파악하고 제대로 기사를 쓰는 것이 우리 모두(흐흑 더 이상 말을 못 잇고 마음속으로 흐느껴 울다)각설하고 그때의 후유증은 아직도 내게 드라마를 쓰지 말라고 다시는 세상에 나가지도 말라고 권유한다. 그때 목이 돌아가지 않던 후유증은 남아 tv드라마 쓰기를 아직도 주춤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가 되어 있는 즉…방송 pd 여러분 도와주세요. 요즘 화면에 비친 여배우들의 옷차림이나 몸매 자랑은 포르노를 방불케 합니다. 도대체 누가 통제를 해야 되는 건지요? 포르노는 이론이고 강간을 실천이라는 말, 과장되지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적어도 내가 일조했던 드라마를 통해 성범죄라는 사회악에 동참했노라 시달리지 않게 좀 해달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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