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낭만, 일상의 쉼표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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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새 프로그램 <낭만을 부탁해> 이정환 PD

이달 초 봄 개편에서 처음 선보인 KBS 1TV<낭만을 부탁해>(수 저녁 7시 30분)는 잊고 있던 추억을 작정하고 끄집어낸다.

수학여행 1번지 경주를 찾아 불국사 앞에서 단체사진을 재현하는가 하면 달력을 접은 딱지로 ‘배똥치기’ 기술을 선보인다. 지금 세대에게는 생경한 장면이지만 그 때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던 중년층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시청자게시판에는 방송을 보고 옛날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지난 10일 KBS신관 <낭만을 부탁해>사무실에서 만난 이정환 PD는 피곤해 보였지만 표정은 밝았다. “내부 평가도 괜찮아요. 출연진과 현장 분위기도 좋구요.”

‘원조 돌아이’ 전영록, 청춘스타에서 꽃중년이 된 최수종, 허스키보이스로 90년대를 주름잡았던 김정민과 90년대 이후 세대인 허경환, 정주리, 가애란 아나운서가 만들어내는 조합은 어색하지 않다. 김정민은 2주 만에 동네바보를 뜻하는 ‘동바’라는 애칭을 얻는 등 자신만의 캐릭터를 찾는 속도도 빠르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자기 역할만 하고 빠지는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출연진 구성이 중요해요. 출연진 모두 노력하고 서로 배려하는 모습이 묻어나와 다행입니다.”

오락 프로그램에서 자주 만나지 못했던 전영록과 최수종은 반가운 얼굴들이다. “전영록 씨한테 섭외 요청을 했더니 반갑게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왜 우리는 이런 프로그램이 없을까 아쉬웠다고 하더라고요. 맏형인 전영록 씨가 58세인데 우리 프로그램에서 환갑잔치를 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낭만을 부탁해>는 로드버라이어티로 알려진 탓에 ‘중년판 1박 2일’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우리는 낭만과 추억이 있다면 장소, 인물, 물건을 막론해서 무엇이든지 할 겁니다.”

▲ 매주 낭만과 추억을 길어올리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낭만을 부탁해> 제작진. 왼쪽부터 이은미, 이정환, 임종윤, 진정회, 이경묵 PD.

예컨대 첫 회에는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2회에는 골목대장 놀이에 빠졌다. 15일 방송되는 3회에는 강촌으로 MT를 떠난다. “전영록 씨가 제안한 아이템인데 낭만과 추억을 주제로 콘서트를 열어서 수익금을 기부하는 이벤트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1년 동안 진행할 아이템을 이미 구상해 놨어요.”

문제는 소재가 아니라 방식이다. 교양국에서 만드는 예능 프로그램인 <낭만을 부탁해>는 예능국에서 만드는 프로그램과 다르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출발했다. 단순히 재미있는 프로그램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초반에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있겠지만 점점 예능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색깔을 찾아갈 겁니다.”

제작진의 과제는 또 있다. 추억의 감정을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전달 할 것이냐다. “구슬치기 게임을 보여줬다고 해서 구슬치기를 권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때 느꼈던 동료애나 ‘그 때 그 아이는 무엇을 하고 살고 있을까’라는 아스라한 감정을 이끌어내는 게 목적이죠.”

이 PD는 첫사랑에 빗대 설명을 이어갔다. “첫사랑을 간직하고 있다가 정작 그 사람을 만났을 때 실망할 수도 있어요. 그 사랑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보다 추억에 감성을 입히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거죠.”

이 PD는 40~50대 주부가 많이 시청하는 시간대에 방송되지만 젊은 세대까지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팍팍한 일상에 지친 중년세대에게는 작은 쉼표같은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어요. 요즘 젊은 세대에는 엄마, 아빠가 예전엔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이해하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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