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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자살 사망자 수는 1만 5413명이다. 안타깝게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1일 평균 42명이 넘게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는 사실인데, 10~30대 사망 원인 1위도 자살이라고 한다. 특히 유명인 자살은 일상적으로 선정적인 뉴스가 되고 있다.

모 케이블 채널의 아나운서의 자살이 대표적이다. 유명 스타간의 애정과 배신(일지도 모르는) 등에 대한 뒷 이야기가 실시간으로 방송과 지면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낱낱이 보도되었다. 고인의 명예는 물론, 유가족과 유관 인물의 삶이 송두리째 파괴되는데도 그 누구도 선정적 보도 경쟁에 마침표를 찍으려 하지 않았다.

오스트리아는 1987년 급격한 자살률 증가 추세를 막아보려는 일환으로 그 유명한 ‘자살 보도 언론지침’을 발표하고 이를 언론에 배포했다. 언론은 지침을 충실히 준수했고, 그 결과 불과 1년만인 1988년 오스트리아의 자살률은 급감했다. 오스트리아의 자살 보도 언론지침은 ‘자살 외의 대안 제시’, ‘남겨진 유가족들의 고통’, ‘자살의 원인과 배경, 자살 징후 표기’, ‘자살하지 않고 다른 해법을 찾은 사람들의 사례’등이 포함돼 있다.

이 중 가장 눈 여겨 볼 내용은 ‘자살 방법을 세세히 보도하지 말 것’이다. 고 이은주의 자살 이후 자살 건수는 약 2배, 동일 자살 방법도 2배 이상 급증했다고 한다. 또한 세세한 묘사는 자살 방법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그대로 제공한다. 실제로 고 안재환씨 이후 그의 자살 방식을 되풀이 하는 모방이 광범위하게 일반인에게 확산되고 있다. 각 언론에서 자살 과정에 대한 치밀하고 상세한 묘사를 생략했다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리고 ‘자살 동기를 단순한 특정인 또는 특정 사건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하지 말 것’도 주목해야 한다. 고인에게는 자살만이 유일한 해법이었던 것처럼 묘사하지 말자는 이야기다. 고인에 대한 예의는 물론 추정만이 가능한 동기나 원인에 대한 보도는 소모적 논란을 낳을 뿐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05년 보건복지부가 오스트리아 보도 지침과 유사한 ‘자살 예방 5개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신문 방송의 세세한 보도 지침은 물론 드라마에서의 자살 장면도 자제할 것을 권유하는 등 매우 구체적이었지만 그 때 뿐이었다.

다만 주목할 점은 최근 고 채동하의 자살 보도에서 현장 사진기자단의 보도협정이 맺어졌다고 한다. 빈소 내 스케치는 풀(pool) 기자단이 첫째 날만 촬영하고, 유가족 및 조문객 취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무난하게 지켜졌다고 한다.  

▲ 공태희 OBS PD

진정한 의미에서 자살이란 존재할 수 없고, 사회적 의미의 타살이 존재할 뿐이라고 한다. 누군가의 헛된 지적처럼 ‘시련과 고난을 딛고 일어서는 힘’이 부족해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의미의 타살을 막기 위해서 도움이 될 생명의 전화(02-763-9195 www.lifeline.or.kr)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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