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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PD다’ 행사 참가자 경위서 요구…SNS에 대외 발언까지 단속

MBC가 구성원들의 대외 ‘발언’까지 사전에 차단하는 조치로 비판 의견을 통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제작 자율성 침해로 ‘방송 통제’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MBC 경영진이 언론인 개인의 양심과 관련된 문제를 사전에 허가하고 그 기준에서 벗어날 경우 조치하겠다는 것이다.

 MBC는 지난 3일 한국PD연합회 주최 ‘나는 PD다’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최승호, 김진민, 정찬형 PD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MBC는 “사규에 따라 직원이 대외발표 등을 할 때는 외부활동신청(신고)을 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힌 뒤 “참석경위와 발언내용, 발언경위를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사측의 이런 태도는 최승호 PD가 지난 달 30일 열린 ‘MB정권 시사보도 탄압 증언대회’에 참석하고서부터 불거졌다. 이날 대회에서 최승호 PD는 〈PD수첩〉을 비롯한 MBC 시사프로그램의 위축과 이우환 · 한학수 PD의 ‘보복성 인사발령’ 논란 등을 언급했다. 그러자 사측은 최 PD에게 사전 허락을 받지 않고 행사에 참여한 사실을 문제 삼았다.

▲ 지난 3일 열린 <나는 PD다> 행사에 참여한 최승호 MBC PD(왼쪽)의 모습. ⓒPD저널

‘나는 PD다’ 행사는 최근 방송사에서 벌어지는 제작 자율성 침해 사례를 풍자와 함께 풀어낸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는 “김인규 KBS사장과 김재철 MBC사장 중 누가 더 바보 같은가?”와 같은 농담 섞인 질문들이 오고 갔다. 이를 두고 MBC 내부에서는 회사에 비판적인 발언 내용을 문제 삼아 징계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MBC 경영진을 비판했던 행사에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나는 PD다’ 행사와 비슷한 시기에 외부행사에 참석한 MBC 모 PD의 경우 사전보고를 하지 않았지만 사측이 이를 문제 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행사는 회사 경영진을 비판하는 내용과 관련 없는 주제였다.

MBC의 한 시사교양 PD는 “(회사가) 어떻게든 트집을 잡아서 징계를 하려다 보니 사규를 적용하는 것 같다”며 “표현의 자유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외부 행사 발언까지 트집을 잡는다면 큰 문제”라고 밝혔다.

또 MBC는 지난 7일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에 참석해 헌법 21조 언론·출판·집회·사상의 자유에 대해 발언한 춘천MBC 박대용 기자에 대해서도 경위 파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박대용 기자는 “평소 같으면 넘어갈 일이었는데 지나친 감이 있다”며 “비정치적인 삶의 이야기마저 정치적으로 해석해 군기를 잡겠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창식 언론노조 춘천MBC 지부장은 “취재강령에는 업무외 시간에 집회에 참여해선 안 된다는 조항이 없다”며 “제작물의 공정성 지적은 가능하지만 기사와 상관없는 활동에 대한 압박은 자기검열을 일으키는 사찰에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MBC는 지난해 11월 ‘MBC 소셜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제정, 구성원들의 SNS 내용까지 간섭할 여지를 남겼다. 개인의 책임·공정성·품격 유지 등을 규정한 가이드라인에는 △개인적 견해를 나타낼 때에도 자신의 의견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본인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게시물 등에 대해 타 언론이 취재하고자 할 경우 소속 부서장에 보고 후 대응하도록 한다 등의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이와 관련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13일 성명을 내고 “언론사 직원들은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를 당해도 ‘침해당했다’는 표현 대신 중립적인 말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라며 사측을 비판했다. 한국PD연합회도 14일 성명에서 “같은 행사에 참여한 다른 방송사에서는 일절 언급이 없었던 경위서가 MBC에서만 요구됐다는 게 현 MBC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MBC는 특정 정당이나 이해집단에 편을 들지 않는 중립성을 추구한다”며 “(만약) 원칙에 어긋나는 발언을 하거나 그런 인상을 줄 때, 시청자 또는 국민 다수가 기자나 PD가 ‘이쪽 편을 들겠구나’ 생각하게 돼 MBC에 위해를 끼치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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