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PD 입에 재갈물리는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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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PD 입에 재갈물리는 MBC
  • PD저널
  • 승인 2011.06.1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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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PD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기로 아주 작정한 모양이다. 지난 3일 한국PD연합회가 주최한 행사 ‘나는 PD다-2011 PD들의 수다’에 초대 손님으로 참석한 자사 소속 PD들에게 참석경위와 발언내용, 발언경위 등의 제출을 요구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사측이 내세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알려졌다. 해당 PD들이 대외발표 등을 하면서 외부활동 신고를 하지 않아 취업규칙 위반의 소지가 있고, 외부활동으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사측의 논리는 행사의 취지와 성격을 전혀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됐거나 알면서도 PD의 말할 자유를 옥죄기 위해 고의적으로 강경 대응에 나선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현재 거의 모든 지상파 PD들은 한국PD연합회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자신이 속해 있는 단체의 행사에, 그것도 업무시간 외에 참여한 것을 두고 외부활동 운운하는 것 자체가 별로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당일 행사가 정치집회도, 성토대회도 아닌 여러 방송사의 PD들이 모여 공연과 함께 수다를 즐기는 이른바 ‘토크 콘서트’ 형식이었는데도 말이다.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MBC에서는 최근 정당한 이유 없이 진행자나 출연자가 경질되는 사태가 반복됐다. 그에 따라 해당 프로그램의 청취율이 상당한 수준으로 급락했다고 한다. 또한 PD들이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비제작부서로 전보 조치되는 등 어처구니없는 인사발령이 이뤄지기도 했다. 행사에 참석한 PD들은 MBC가 왜 그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해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이다.

PD들의 이러한 현실적 고민을 앞에 둔 채 회사 이익과 명예훼손을 따지기에 앞서 무리한 출연자 교체를 통해 회사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십수년 동안 제작현장을 지킨 PD에게 “다른 PD들을 선동하고 다닌다”며 인격을 폄훼한 경영진이야말로 스스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올바른 것은 아닌지 자못 궁금할 따름이다.

지금 언론계는 유독 MBC에서만 이 같은 코미디가 연출되는 이유에 주목하고 있다. 혹시 김재철 사장 연임 이후 기자들의 손발은 묶어놨고, 이제 PD들의 눈과 입만 막으면 게임오버라는 판단에서인가. 실제로 최근 몇 달 사이 사측이 경위서 제출을 요구한 PD들이 상당수에 달한다는 사실이 그런 우려를 더한다. 그러나 당장 PD들의 입에 재갈을 물린다고 해서 모든 일이 경영진의 뜻대로 되리라 생각한다면 심각한 오판이다. MBC 경영진이 지금 해야 할 일은 PD들의 제작 자율성이 침해받는 이유와 그것의 해결방안에 대해 PD들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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