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도, 연애도, 정치도 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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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어준 MBC 표준FM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 진행자

세상은 ‘딴지’를 원하고 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진행하는 딴지 라디오 〈나는 꼼수다〉는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제치고 아이폰에서 서비스하는 ‘팟캐스트’ 뉴스 및 정치 분야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 중이다. ‘이명박 대통령 헌정방송’을 자처하는 〈나는 꼼수다〉는 BBK 논란, 남북관계, 반값 등록금 등 이슈에 대해 독설을 서슴지 않고 있다.

▲ MBC 라디오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 진행자 김어준. ⓒMBC
지난 5월 봄 개편에서 신설된 MBC 표준 FM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연출 김빛나, 이하 ‘색다른 상담소’)에서도 딴지는 이어진다. 주제는 연애, 진로, 사회문제, 꿈 등 다양하다. 제법 진지한 상대의 고민에 대해 “찌질하다” “니가 문제다”로 응수하는 가차 없는 ‘지적질’에선 일관성이 느껴진다. 김어준은 자신의 ‘딴지’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사명감, 아니다. 거대 담론, 아니다. 소명 의식, 아니다. 그냥 누구에게도 덕 볼 생각이 없기 때문에, 그냥 막사는 거다. 덕 볼 생각 없어지면서 무서운 게 없다.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건 상대가 내게 줄 수 있는 이득을 잃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딴지는 여러 현장에서 발견된다. 지난 3일 PD연합회가 주최한 ‘나는 PD다’ 행사에서 사회자로 나선 김어준은 MBC, KBS PD들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김재철 MBC 사장과 김인규 KBS 사장 중 누가 더 바보입니까?” 질문이 흥한 걸까. 총수는 요즘 MBC 고위관계자들과의 ‘접선’으로 바쁘다. <색다른 상담소>가 청취자들의 높은 인기 속에서 존폐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한 게 이 무렵이다.

지난 17일 여의도 MBC의 한 흡연 장소에서 진행된 인터뷰. 우선 〈나는 PD다〉행사에서 “누가 더 바보냐”는 질문을 왜 했는지 물었다.
“MBC는 〈PD수첩〉 PD를 용인의 부동산 관리 지역으로 보내고, KBS는 〈추적60분〉 4대강 아이템을 막고 제작 PD들에게 불이익을 줬다고 들었다. 공영방송 사장이 내린 결정에 대해 바보같다는 가치 판단을 했던 거다. 그 날은 PD들의 퇴근 후 가족행사였고, (질문은) 일종의 애드리브였다.”

OK. 그럼 가족 행사에서 만난 PD들은 어떤 ‘인간’이었나.
“PD들 만나면서 멋있다고 생각할 때는 '곤조'가 있을 때다. PD는 말을 하고 싶은 사람이다. 다큐든 드라마든 수단의 차이일 뿐 메시지가 있는 사람들이 PD다. PD는 기능인이 아니다. 자기언어가 있는 사람을 만나면 곤조가 있구나 생각해 정치적 입장이 뭐든 간에 놀기 즐겁다. 그 날 (‘나는 PD다’ 행사에) 나온 사람들은 모두 나름의 곤조가 있었다.”

최근 MBC 라디오에선 진행자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불거졌다. 얼마 전 김흥국씨가 삭발한 것도 이 논란에서 출발했다. 라디오 진행자 김어준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볼까.
“MBC 간부진은 어떤 정치적 입장도 인정하지 않는 걸 ‘중립’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정치적 입장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건 중립이 아니다. 어떤 정치적 입장도 각자 자기 목소리를 내주게 하는 게 중립이다. MBC 논리대로라면 선거관리위원회는 어떤 발언도 못하게 해야 중립을 지킬 수 있다. 방송 외의 장소에서 실정법을 어기지 않으며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게 징벌사유는 아니다. 김종배씨와 김흥국씨는 모두 돌아와야 한다.”

▲ MBC 라디오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 진행자 김어준. ⓒMBC
김어준은 〈딴지일보〉 총수로서 지금껏 시사 문제를 다뤘고, 〈한겨레〉 에선 ‘연애상담가’로 활약했다. 최근에는 MBC 라디오 〈두시의 데이트 윤도현입니다〉에서 ‘나가수’ 평론가로 이름을 날리는 중이다. 김어준은 ‘나가수’도 연애도 정치도 다 재미있다고 했다.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라는 밑바닥이 똑같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색다른 상담소〉의 상담가 역할도 그에겐 자연스러운 일이다.

“왜 저럴까. 저 행동의 이면에는 어떤 욕망이 숨어있을까. 뭐가 무서운 걸까. 어떤 지점에서 불쾌해진 걸까. 그 관점에서 볼 때 ‘나가수’도 연애도 정치도 다 재밌다. ‘나가수’에 대해 사람들이 워낙 많은 감정을 이입하기 때문에 시대의 정서가 드러난다. 왜 옥주현을 비난하고 임재범에 열광하는지, 이소라와 윤도현을 통해 어떤 종류의 위안을 받는지 등이 내게는 재밌는 읽을거리다.”

〈색다른 상담소〉는 청취자가 겪고 있는 갈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여기에는 김어준이 갖고 있는 ‘상담의 원칙’이 작동한다.
“보통 상담은 피상담자가 상담자를 상처받고 연약한 인간으로 상정하는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내가 우위에 있는 거다. 그러다보니 말을 할 때도 좋은 게 좋은 거고, 어떻게 하면 이 어린 아이를 잘 다독거릴까에 맞춰진다. 나는 그게 무례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그게 예의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대등한 인간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어준의 ‘상담 원칙’은 뭘까.
“자연인 대 자연인으로 있는 그대로 얘기해야 한다. 상담자는 단지 특정 국면에서 특수한 문제를 겪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상담의 원칙은 ‘다이다이’(일 대 일)다. 그게 예의다. 사기 치지 말고, 어설픈 위로 하면 안 된다.”

〈색다른 상담소〉 편성시간은 오후 9시 35분에서 10시. 채 30분도 안 된다. 김어준은 이를 두고 “마땅히 데일리 두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며 호탕하게 웃어젖혔다. 담배가 다 떨어지고서야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안면이 있는 모 PD가 지나가다 총수를 보고는 거수경례를 했다. “멸공!” 김어준의 유쾌한 딴지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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