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진重·유성기업·해직교사 다룬 라디오 프로그램 제재 위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 이하 심의위)가 최근 노동 이슈를 다룬 라디오 프로그램에 대해 ‘공정성’ 조항을 들어 징계 절차에 들어가 논란이다. 심의위는 유성기업 파업 사태를 다룬 KBS와 MBC 라디오 경제프로그램을 비롯해 한진중공업 고공농성과 전교조 해직교사 아이템을 다룬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제작진 의견 청취를 예고하고 있다.

심의위는 지난 16일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MBC 〈손에 잡히는 경제 홍기빈입니다〉(이하 〈손경제〉) 손한서 PD와 KBS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이하 〈경제포커스〉) 하석필 PD의 의견청취를 진행했다. 심의위는 〈손경제〉 5월 25일 방송과 〈경제포커스〉 5월 28일 방송 내용에 공정성(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 9조)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징계여부는 내달 7일 전체회의에서 결정 될 예정이다.

심의위원들은 의견청취 과정에서 〈손경제〉와 〈경제포커스〉 PD에게 “노동자 입장만 많이 전달한 것 아니냐”, “공정성을 지켰느냐”는 질문을 수차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작진 의견 청취’는 다른 프로그램으로 확산되고 있다. 심의위는 오는 23일 MBC 〈박혜진이 만난 사람〉 담당 PD에게도 공정성 조항을 들어 의견 청취를 요구했다. 심의 대상에 오른 지난 4월 11일자 방송에선 일제고사 실시에 대체수업 선택권을 줘 해임됐다가 대법원 판결로 복직된 교사들이 출연해 해임의 부당성을 밝힌 바 있다.

또 심의위는 한진중공업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한 배우 김여진이 출연한 지난 13일 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방송분에 대해서도 심의를 검토 중이다. 심의위 한 관계자는 “노조 측 주장만 10분 이상 하느냐는 민원이 들어와 있다”며 “사무처에서 (해당 건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여진씨는 이날 방송에서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크레인 고공농성 배경을 설명하며 “노동자를 그렇게(무시) 취급하는 건 경영이 아니라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심의위의 이 같은 행보에 방송계는 심의위가 정부에 비판적인 아이템이나 노사 관련 보도에 대해 사실상 검열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MBC 〈손경제〉연출을 맡은 손한서 PD는 “복수의 신문에서 다룬 사실을 중심으로 권위 있는 게스트(제정임 교수)가 자기 의견을 얘기한 것을 두고 공정성에 맞지 않다고 하면 제작 압박이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경제〉와 〈경제포커스〉에 게스트로 출연 중인 제정임 교수(세명대 저널리즘스쿨)는 “논평프로그램에서는 내용 자체를 가지고 공정성을 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제 교수는 “사용자와 정부 측의 편중된 시각으로 노조를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보도물에 대해서는 (심의위의) 별다른 이의제기가 없다”며 “충분히 대변되지 못했던 노조의 시각을 전달하며 질적 균형을 추구한 프로그램에 편향성 잣대를 드러내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현행 방송법 제 6조(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5항에는 “방송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추구의 실현에 불리한 집단이나 계층의 이익을 충실하게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있어 심의위가 지나치게 ‘기계적 중립’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13일 언론인권센터, 여성민우회미디어운동본부, 참여연대 등 7개 언론·시민단체는 현행 심의규정에서의 공정성 조항이 모호하기 때문에 관련 심의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심의위에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심의위는 묵묵부답이다. 2기 방송통신심의위원인 박경신 고려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정부나 기득권의 입장을 덜 반영했다는 취지의 공정성 심의는 금지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